“올바른 복용법 ‘언어장벽’ 문제없다”

이주민 120만명 시대. 이제 주변에서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이주민들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특히, 공장 등 산업단지가 몰려 있는 지역이라면 이주노동자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그러나 고향에 가족을 두고 먼 이국에서 땀방울 흘리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은 녹녹하지가 않다. 아파도 제대로 된 의료혜택 없이 낯선 땅에서 홀로 아픔을 참아야 한다.

이주노동자 희망세상과 맺은 4년
매주 일요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인천시약사회 여약사들은 이주노동자들에게 올바른 약 복용에 대해 모든 몸짓을 동원해가며 설명하기 바쁘다.

바로 이곳은 인천 부평구 부개동 소재 이주노동자 건강센터 희망세상. 이주노동자라면 누구나 처음 1,000만 내면 치과, 내과, 약국까지 이용할 수 있다.

인천시약사회 여약사위원회가 희망세상과 인연을 맺은지 벌써 4년. 희망세상이 가좌동에 있었던 지난 2006년부터 여약사들은 ‘무지개약국’을 운영하며 이곳을 찾는 이주노동자들에게 무료투약봉사를 실시해왔다.

이성인 여약사담당 부회장은 “본격적인 진료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 것은 지난해 가좌동에서 부개동으로 이전하면서부터다”며 “지역 의사, 치과의사, 약사 등 보건의료단체가 결합하면서 지금의 희망세상 모습을 갖추게 됐다”고 회상했다.

온몸으로 하는 복약지도
지난 10월30일에는 이주노동자 건강증진을 위한 휴먼 네트워크를 열어 60여명의 의약인이 참가해 209명을 무료 진료하기도 했다.

이성인 부회장은 “이주노동자들은 문화도 다르고 아프면 누구한테 물어볼지도 모른다”며 “이들과 상담해 보면 약에 대해 거의 모르고 있어 약사들이 약 복용방법, 주의사항 등을 철저히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을 텐데 온갖 손짓발짓을 다 써가며 올바른 약물 복용을 위해 설명하고 있다는 게 이 부회장의 말이다.

그래서일까. 매주 일요일 이곳을 찾는 이주노동자들은 60여명에 이를 정도로 호응이 높고 계속 늘어가고 있는 추세란다. 상황이 이쯤되면 지방자치단체도 감사해야 되지 않을까.

이 부회장에 따르면 지자체에서 보조금으로 300만원을 지원하더니 최근에는 에어컨 등 시설비로 800만원을 지원할 정도로 지자체의 관심도 높다.

다문화가정 무료투약···약사회 중요 사업
게다가 의약사간 처방·조제·투약이 진행되다 보니 애로사항들을 함께 공유할 수 있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통로도 마련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그래서 어느 지역보다 의약간의 화합이 돈독하다.

약사회 등 희망세상 참여 단체들의 워크숍도 다녀온단다. 지금의 진료시스템을 보다 체계화하기 위해서이다.

이 부회장은 무료투약 봉사뿐만 아니라 이주노동자들의 한국어 시험에 심사위원으로 나서기도 하고,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의약품 오남용 예방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약물 오남용 교육시 약사들이 가운을 입고 이주민을 대상으로 강의하는 모습이 너무 든든했다는 주변 평가를 받았다”고 자랑한다. 역시 약사는 약을 통한 사회봉사가 더욱 빛을 발하나 보다.

그래서 상복도 터졌다. 지난달 18일 약의 날 행사에서 식약청장표창을 받더니 오는 16일에는 여약사대상을 수상하게 됐다.

이러한 이성인 부회장은 “송종경 인천시약사회장이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에 항상 감사하다”며 “이주노동자 등 다문화가정 무료투약 봉사를 약사회 중요사업으로 발전시키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