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 릴레이 인터뷰의 주인공 숙명약대 수원 동문회장 최연애 약사가 동기동창이자 지난해 11월 기술직 서기관으로 임명된 경기도청 왕영애 식품안전과장(숙명약대 78학번)을 추천했다.

“일부에서는 의약분업이 실패한 정책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의약분업 이후 약사들의 사회적 위치가 향상된 것이 사실이다. 처방과 조제가 분리됨에 따라 약사는 의사와 대등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의사들은 과거 자신들이 갖고 있었던 부분을 내줬기 때문에 불편하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경기도청 왕영애 식품안전과장이 의약분업 이후 약사사회의 일면에 대한 평가이다. 과거에 비해 약국이 제도권 내로 위치를 잡아가고 있으며, 약사 또한 약의 전문가로서 한 단계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분업 후 약사의 사회적 위치 상승
이는 80~90년대와는 달라진 약국의 위상이다. 왕 과장은 지난 1987년 수원에서 ‘왕성약국’을 개업하고 8~9년간 약국을 운영해왔다. 그러나 약국의 비좁은 공간은 왕 과장의 적성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동네 아줌마로 인식이 굳혀져가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숙대 약대 졸업 후 82년 피어리스 화장품 품질관리 약사를 거쳐 동수원병원 약제과에서 근무해왔던 그이지만 결혼하면서 가정을 위해 약국을 선택했다. 앞으로 펼쳐질 계속되는 도전의 씨앗이었다.

적성에 맞지 않는 약국을 접고 왕 과장은 수원시 권선구 보건소에 취업했다. 솔직히 변리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무할 목적으로 시간적 여유를 얻기 위한 것이었다고 털어놓는다.

이 조차도 쉽지는 않았다. 왕 과장이 보건소로 들어갈 당시 형식적으로 치러졌던 시험제도가 강화된 것. 게다가 2인 이상 지원자가 있어야 경쟁을 통해 보건약사를 뽑아야 한다는 보건소의 방침에 6개월을 기다려야 했다.

보건약사로 활동을 시작한 왕 과장은 활기차게 보건소를 이끌어갔다고 회고한다. 초중고, 숙대약대 등 학창시절부터 분위기 메이커였다던 그에겐 당연한 이야기이다. 그의 힘 있는 목소리만 들어봐도 짐작이 간다.

95년 경기도의 약무직 자리도 7명과 경쟁해서 시험을 통해 얻은 결과물이다.

왕 과장은 “공직사회에서 약무직은 1~2명에 불과한 외로운 자리이다”며 “대한약사회가 힘이 되기도 했지만 때로는 불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업무적 능력을 인정받아 2001년 의약담당 사무관으로 승진한 왕 과장은 미국에서 1년간 연수를 받고 국내에 복귀했다. 왕 과장은 당시 미국연수는 기술직에서 나이·성별에 있어서 국내 최초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복귀 후 왕 과장은 당시 불편했던 의료계와 약업계의 관계를 조절하는 한편, 카자흐스탄 의료관광의 길을 열기도 했다.

결국 왕 과장은 지난해 11월 기술직 서기관으로 발탁돼 지금의 식품안전과장으로 식품과 의약품을 접목하는 일을 수행하고 있다.

공직약사, 사명감 없이는 불가능
왕 과장은 지금까지 자신의 삶은 도전과 도전의 역사였고, 그 꿈을 현실로 일궈냈다고 말한다. 그래도 아직도 그에게는 할 것이 많다.

“인생에서 모자란 것이 채워지면 삶은 끝난다. 그래서 모자란 것, 채울 수 있는 것이 남아있다는 점은 행복한 것이다. 모자람이 곧 행복이다”

이는 과거 약국 개업시 어려웠던 살림 속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왕 과장을 지탱했던 힘일지도 모른다. 때로는 푸념의 대상이기도 했던 그 조건이 오히려 고맙다고 새삼스럽게 과거를 회상한다.

채워지지 않은 것을 위해 왕 영애 과장은 퇴직 후 다양한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다시 약국을 개업하거나 송도 국제도시에 외국인을 위한 전용 약국 또는 국제병원을 설립할 구상을 갖고 있다.

공직에서 일하면서 얻은 행정업무 능력과 의료관광·국제의료를 유치한 경험, 약사법을 다뤘던 전문성이 큰 자산이다.

또는 괌이나 사이판에서 약국을 오픈, 비타민 유기농제품, 건강기능식품 등을 전문적으로 다뤄보고 싶다는 기대도 내비췄다.

왕 과장은 끝으로 공직에 진출하려는 후배 약사에게 한마디를 던진다.

“공직 약사는 간호사 등과 같은 기술직에 비해 발전이 아직 더딘 것이 현실이다. 확실한 미래도 보장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1~2년도 못 채울 정도로 이직률이 높다. 따라서 공무원적 시각에서 평생직장이라는 사명감과 각오가 없이는 발전도 없고 시간만 소비하게 된다. 아직은 공직약사의 사회적 위치가 모호한 것은 사실이지만 공무원적 시각에서 접근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