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처방 증가로 선택분업 우려 커"

"저가구매에 따른 인센티브로 약국 등 요양기관에 마진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약값을 10%로 인하할 수 있으면 이 는 모두 환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

강남 신사동에서 중앙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이준 약사가 10월1일부터 시행되는 시장형실거래가제도(저가구매 인센티브)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같이 입을 열었다.

이준 약사는 약을 상한가보다 저렴하게 구입했다고 해서 차액의 70%를 약국 등 요양기관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혜택은 모두 환자에게 돌아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시장형실거래가제도에 따르면 상한가보다 싸게 구매하면 그 차액의 70%와 30%는 각각 요양기관과 환자에게 인센티브를 주게 된다.

이는 결과적으로 조제약에 마진이 붙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종국적으로 조제료는 사리질 것이라고 이 약사는 설명했다.

무엇보다 이 약사는 제도 실시되면 원내 처방이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최근 여러가지 이유로 원내 조제 비율이 높아가고 있는 가운데 이 제도는 이를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시장형실거래가제도에 가장 민감한 요양기관이 병원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약사는 "시장형실거래가제의 최대 수혜자는 문전약국도 환자도 아니고 바로 병원이다"며 "병원은 지금도 원내조제를 통해 30%의 인센티브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약사는 시장형실거래가제는 병원의 리베이트를 합법화해줄 것이라며 제약사나 도매사들이 1원에도 약을 공급하는 사례를 들었다.

병원에 원내 코드가 있으면 원외처방이 가능하기 때문에 약국에서는 제값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약사들이 약국에 손해를 보면서 약을 싸게 제공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는 게 이 약사의 견해이다.

이와 관련해 이 약사는 시장형실거래가제가 오히려 환자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제시했다.

병원이 저가로 약을 구매하므로 비싼 약에 대한 처방이 늘어날 개연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약국에서는 제값을 받을 수밖에 없으니 병원에서 본 손해를 약국에서 챙길 수 있다는 것.

게다가 원내조제가 약국보다 훨씬 싸기 때문에 이러한 현격한 가격차는 정부와 국민의 힘을 빌려 결국 선택분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또한 이 약사는 약국가에 조제약 난매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문전약국들이 저가구매를 무기로 환자를 유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도매자 관계자도 "시장형실거래가제도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문전약국들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약사는 병원과 약국간의 조제의 가격차로 저가구매를 준비하고 있는 문전약국들이 제일 먼저 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이 약사는 "약국을 제외하고 병원만 저가구매를 하게 되면 리베이트가 되지만 약국이 섣불리 따라하면 제도화가 된다"며 "저가구매를 반대한다는 입장에서 6만 약사들이 똘똘 뭉쳐 싼 약은 사지도 조제하지 말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