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 릴레이 인터뷰의 주인공 김칠영(부산대약대 75) 약사가 수원 호매실동에서 금호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마라톤 마니아 이승목(중앙대약대 79) 약사를 추천했다.

수원시 권선동에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밤 9시30분쯤 삼삼오오 모여 거리를 달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야말로 달밤에 체조하는 겪인데 이들은 십중팔구 수원시약사회의 약사들일 게다.

자세히 말하면 약국업무를 마치고 잠시 짬을 내 달리기 연습을 하는 마라톤동호회 회원들이다.

여기서 호매실동에서 금호약국을 운영하는 이승목 약사를 쉽게 만나볼 수 있다. 마음만 맞는다면 밝은 달빛 아래 막걸리 잔을 부딪칠 수도 있다.

국산신약 일라프라졸 개발 참여
이승목 약사는 약대 졸업 후 제약사에 지난 1987년 입사해 15여년간 연구소에서 신약개발을 위해 동물실험을 해왔다.

“1985~87년 국내에 신약개발 붐이 일어나면서 제약사들이 R&D분야에 투자가 이뤄지면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됐다. 그러나 2000년에 접어들면서 신약개발 열기가 식으면서 R&D투자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 약사가 몰두했던 신약이 국내 14번째 국산 신약으로 인정된 일양약품의 항궤양치료제 일라프라졸 ‘놀텍’이다. 이 신약의 임상1상에 참여하고 2상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 제약사를 그만뒀다.

이러한 아쉬움을 뒤로한 채 이 약사는 수원 삼성전기에서 사내약국을 개설했다. 그러나 구조조정과 생산기지가 중국으로 이전하기 시작하면서 약국 방문자 수는 줄어들고 약국경영이 어려워져 지난 2006년 안산으로 옮겨 약국을 개국했다.

안산에서의 약국운영은 결론적으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지난 2008년 지금의 호매실동 아파트단지 내에 금호약국을 개설했다.

“개국시 어려움이 많았다. 제약사 연구소에 오래 있다보니 약사회 정책에 대해서도 모르고 조제경험도 없고, 판매기업, 고객 대응 등에 대해 알지 못했다. 약의 약리현상과 효능은 잘 알고 있었지만 이것만으로 약국을 운영하기는 힘들었다”

현재 소아과 등 주변 병의원의 처방전과 아파트 단지 내 일반약 매약으로 약국을 꾸려가고 있다.

“아직까지 일반약만으로 약국을 운영하기는 어렵다. 처방 환자가 있어야 동시에 일반약 상담도 가능해진다. 약국을 찾지 않는데 일반약을 팔 수 있다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다”

행복에 달리는 진정한 러너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후 9시까지 문을 열고 토요일에는 오후 7시까지 나홀로 약국을 지키는 이 약사. 거의 모든 시간을 좁은 약국에서 보내는 그에게 마라톤은 넓은 세상과 다른 만족감을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이다.

“마라톤은 짧은 시간동안 많은 효과를 낼 수 있는 운동으로 약사들에게 잘 맞는 운동이다. 게다가 충실한 운동이다. 마라톤은 6개월만 쉬어도 마라톤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과 같아진다”

이 약사에 따르면 한 마라톤 동호회원은 고생했던 위장병이 ‘싹’ 사라졌단다. 항상 이불을 덮고 자던 회원은 이불을 걷어차고 잘 정도로 체력 증진에 좋은 운동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이 약사가 마라톤을 처음 시작한 것은 6년 전이다. 당시 주변 권유로 수원시약사회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10Km를 뛰었단다. 처음에 빨리 뛰면 나중에 힘들다는 마라톤 선배들의 충고를 충실히 따라 천천히 달렸다고 한다.

그런데 아쉬워하는 눈치다. 너무 천천히 뛰어 나중에는 힘이 남아 언덕길의 골인지점에 도착할 때까지 팔팔했다는 것이다. 기록은 57분. 더 빨리 들어올 수 있었다며 한바탕 웃는다.

“이런 맛에 마라톤을 한다는 것을 처음 느꼈다. 완주했을 때 가슴에서 말하는 만족감과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마라톤 연습은 매주 3번. 화요일과 금요일은 약국업무가 끝난 오후9시30분쯤부터 7~8명이 모여 연습을 시작한다. 주중연습은 10Km의 단거리. 일요일에는 새벽 6시부터 중거리를 훈련한다. 마라톤 대회가 임박하면 풀코스 연습에 여념이 없다고.

연습을 마치고 걸치는 시원한 막걸리 한 잔! 고단했던 약국 업무는 즐거운 뜀박질과 얼큰한 막걸리를 통해 달빛 아래 흩어진다.

“한 번 달려보라! 완주에 대한 행복감은 크다. 그래서 마라톤은 중독이 있다. 42.195km를 함께 달리는 것처럼 설레고 즐거운 일은 없다. 뛰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