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 릴레이 인터뷰의 주인공 박성진 약사(조선대약대 81)가 약국과 함께 의료기기 사업을 병행하고 있는 김칠영(부산대약대 75) 약사를 추천했다.
 

실천은 진리의 기준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은 오직 실천 속에서 겪은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도 말한다. 일신 일일신 우일신(日新 日日新 又日新). 항상 하루를 새롭게 하고 날로 새로워진다면 그 미래는 밝다. 여기에는 시행착오에 멈추지 않는 실천적인 활동이 있다.

충실한 복약지도로 승부
수원시 권선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김칠영 약사. 그는 지난 2002년 수원에 약국을 개설했지만 결국 1년도 못돼 약국 문을 닫아야 했다.

자신감 있게 시작한 약국인데 말이다. 당시 김 약사는 약대 졸업 후 바이엘, 노바티스, 애보트 등에서 의약품 마케팅을 담당했기에 사기는 하늘을 찔렀다.

약국 문을 열 때 충실한 복약지도를 경영전략으로 내세운다면 약국을 찾는 고객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각 약마다 복약지도를 프린트 물로 만들 정도로 복약지도 서비스에 만전을 기울였다.

그러나 약국경영 상태는 기대했던 만큼 개선되지 못했다. 김 약사는 “의약분업 전에는 약국이 거주 밀집지역 단위로 있었지만 지금의 형태는 많이 변화했다. 병의원에 따라 약국의 운명이 좌우됐던 당시의 흐름을 읽지 못했다. 입지조건의 문제였다”고 말했다.

하루 3~4개의 처방으로 약국을 운영하기 어려워진 김 약사는 수원을 떠나 2003년 강원도 횡성에 다시 약국을 열었다. 김 약사는 다시 시작했다. 드링크를 찾는 고객이라도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고객이라고 생각하고 복약지도에 최선을 다했다.

1년 후 김 약사는 실패를 맛봤던 수원에 다시 약국 문을 열었다. 그는 “약국 개설과 운영에 대해 자신이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제약사에서 근무하다보니 취급약 외에 다른 약에 대한 정보도 몰랐고 약국경영도 접한 바가 없었다. 약국을 개설하고 운영하는 것이 쉬울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사람이 어리석은 면이 있다. 시행착오를 통해 깨달으니 말이다”고 회상했다.

김 약사는 약국 개설에 입지조건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이와 함께 아쉬움의 한마디를 토로한다. 약사의 능력과 역량이 약국의 원활한 운영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의료기기 업체 한국돌기(주) 창업
지난 2005년 김 약사는 우연한 기회에 수돗물이 살균력을 갖도록 하는 전기분해 기술을 접하게 됐다. 그런데 당시 이 기술의 개발자가 일반 수돗물이 살균력을 갖게 되는 원리를 알지 못했다고 한다. 결국 이 사업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나 김 약사는 기술의 가능성을 보고 살균력이 있는 수돗물을 만드는 원리를 찾아 나섰다. 바로 수돗물 속의 차아염소산(HOCI)이 균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수돗물 속에서 존재하는 미량의 차아염소산을 전기분해를 통해 극대화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고용량의 전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소금이다.

일정량의 소금만 넣어준다면 저전력으로 차아염소산을 생성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 기술은 지난 2007년 산업자원부 기술대상에서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이 상은 시장성·기술력을 인정하는 기술에 수여하는 상이라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이렇게 해서 생긴 것이 ‘셀리시드’라는 제품이자 한국돌기(주)라는 의료기기업체이다. 김 약사는 “셀리시드는 상수에 약전소금을 용해한 생리식염수를 전기분해해 박테리아, 곰팡이, 바이러스 등에 의한 점막 및 피부의 감염 질환을 치료하는 휴대용 의료기기”며 “접촉시간 30초에 99%의 살균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무런 해 없이 인체 점막에 사용이 가능하면서 바이러스를 죽이는 이 제품은 지난 7월 식약청으로부터 손 소독제로 정식 의료기기로 허가받았다.

허가까지 쉽지는 않았다. 처음 식약청에 의료기기 허가를 신청했을 때 의약품 성분을 소비자가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는 게 식약청의 답변이었단다. 차아염소산이 의약품 성분으로 분류돼 있는 것이 이유였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다. 지난 2007년 식약청에 이와 관련한 TF팀이 구성돼 3년여만에 의료기기로 인정받은 것이다.

김 약사에 따르면 셀리시드는 병원 등에서 치주염, 코감기 등에 대해 임상이 진행 중이며, 다양한 질환에 대해 임상을 준비 중에 있다.

그러나 아직 제품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것이 현실. 그래서 병원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펼치고 있다. 향후에는 시장을 약국으로도 넓힐 계획이다.

김 약사는 “약국을 경영해온 터라 약국시장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주변 약사동료들도 관심을 보여줘 여러모로 도움을 받고 있다”고 감사했다.

자신의 일을 해보겠다며 제약사를 그만 두고 뛰어든 약국. 실패는 겪었지만 중단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뛰어가고 있는 모습이 김 약사가 동호회 활동으로 마라톤을 하고 있는 것과 일맥상통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