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 릴레이 인터뷰의 주인공 서대문구약사회 송정순 회장이 이제 막 새내기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동대문구약사회 박형숙 회장(덕성여대약대 70학번)을 추천했다.

동대문구약사회 첫 여성회장 ‘자부심’
사상 첫 여성 구약사회장이라는 기대감으로 주목을 끌기도 전에 박형숙 회장에게는 걱정거리가 생겼다.

“약령시의 상황이 좋지가 않다. 약령시에는 일반 약국들이 하지 않는 한약 초제를 취급하는 약국이 대부분이었다. 한약에 대한 사람들의 불신이 높아지면서 한약 조제를 위주로 했던 약국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다. 기존 400여명이었던 한약 조제 약사 회원들의 숫자가 지금은 100명까지 줄어들었다”

걱정으로 가득 찬 목소리로 박 회장이 말한다.

“약령시, 한의사협회, 약사회 등이 한약의 위기국면을 탈출하기 위해 노력하고는 있지만 아직 뚜렷한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약사 한약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이곳 약령시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젊은 약사들은 일반 약국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10년 가까이 한약만 다루던 약사가 일반 약국의 조제업무를 담당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평생 한약조제에 몸담았던 나이가 많은 약사들에게는 엄두도 못 낼 일이다.

쉽사리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만 약사회를 비롯한 관련단체가 부단히 노력하고 있으니 합리적인 대책이 나올 것을 기대해 볼 수밖에.

그래서 새내기 회장은 달린다. 첫 여성회장이라 그 사명감도 크다.

“처음에는 여성회장이기 때문에 대관업무는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여성의 부드러움(?)이 오히려 기관장을 더 편하게 상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솔직히 처음에는 긴장도 많이 됐지만 계속 만나다보니 어느새 자신감도 붙었다”

그러니 박 회장은 더 많은 여성회장들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성회장들도 자신만의 장점으로 충분히 약사회를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박 회장은 임기 안에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한다. 1958년 이래 지금까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동대문구약사회의 50년사를 한 권의 책으로 펴내는 것이다.

“서울에서 가장 먼저 탄생한 구약사회인만큼 자부심도 크다. 반세기 동안의 발자취를 담은 동대문구약사회 50년사를 발간하기 위해 관련 자료들을 수집하고 있는 중이다”

변화하는 약국환경에 적응 필요
이러한 동대문구약사회의 역사에 못지않은 박 회장의 가족사에는 색다른 면이 있다.

삼남매 중 첫째였던 박 회장은 국립창극단 단장이었던 아버지를 닮아 예능에 소질이 많았단다. 그렇지만 예능인이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절, 당신의 딸에게는 대를 잇게 하고 싶지는 않았나 보다. 그래서 사범대를 권유했지만 첫째 딸은 약대에 입학하고 약사가 됐다.

박 회장은 자신이 이루지 못했던 예능의 꿈에 미련은 남았나 보다. 딸이 예능에 소질이 있음을 알고 딸의 예능계 진로를 반대했었던 아버지와 의논해 외손녀에게 가야금을 전공케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시댁 식구들과는 특별한 것이 있다. 이미 고인이 된 시누이, 시아주버니 내외 모두가 약사다. 그래서 이들 가족이 모이면 약학 학술세미나이자 약사정책 토론회를 방불케 한다.

약 냄새가 풀풀 풍기는 약사가족이다. 시누이, 동서, 박 회장 모두 덕성약대 동문이라니 우연치고는 기막히다. 그것도 시누이가 동서를, 동서가 박 회장을 소개했다니. 이제 박 회장은 약사 사위나 며느리를 얻으면 된다.

실제로 주변의 약사들이 박 회장에게 약사 며느리를 소개시켜 달라고 콕콕 찌르기도 한다고.

이제 막 ‘박 회장님~’ 소리를 들은지 5개월이 지났다. 아직도 갈 길은 많이 남았다.

박 회장은 변화하는 약사 업무에 적응하는 것이 약국경영의 첫걸음이라고 말한다. 그럴 때 약국경영 활성화를 위한 여러 가지 도전이 가능하다고 말을 맺는다.

“약국환경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이제 제약사에서 세금계산서가 이메일로 오기도 하고, 보건소의 자율감시도 인터넷으로 답해야 한다. 약사직능이 더욱 전문화된 만큼 공부도 더욱 열심히 해야 한다. 게다가 약사 업무도 많이 늘어났다. 이는 누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약사회는 가야할 방향을 제시할 뿐 해결은 스스로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