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 이어>

(3) 간경변(간경화)
만성간염이 장기간 계속되면 간 세포가 섬유화되는 간경화가 된다. 간경화증은 만성간염의 최종 상태이다. 3,000억개 이상의 간세포는 만성간염으로 간 세포가 파괴되기 시작하는데, 간 세포는 재생능력이 강하여 파괴되어도 다시 재생에 의해 보수되곤 한다. 그러나 어느 시점이 되면 재생이 되지 않고 섬유성분이 되어 버린다. 간에 섬유성분이 증가하면 간은 굳어져 버린다. 이렇게 간장의 구조가 변하여 원상태로 돌아갈 수 없게 굳어진 것을 간경화라 하고, 이때는 간의 무게가 줄어든다. 만성간염에서 간경화가 되는 시기는 빠르면 3개월이나 6개월부터이며, 때로는 몇 년 후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만성간염에서 언제 경화가 되었는지는 정확하게 알기 어렵다.

우리나라에서는 간경화 환자의 60~ 80% 정도가 바이러스 간염을 앓은 후에 간경화가 되며, 이 경우는 B형 간염에 의한 간경화보다 C형에 의한 간경화가 많은 편이다. 바이러스성 간경화 이외의 간경화는 대부분 알콜성 지방간에서 발전한 것이다. 그외 간장에 구리가 축적되어 경화되는 윌슨(Wilson)병이 있고, 철분이 축적되어 생기는 헤모크로마토시스(Hem- ochromatosis)병도 있다. 또한 심장기능 이상에 의한 간혈류 부족으로 발생한 경화와 심각한 영양부족으로 인해 간이 손상을 받아서 경화가 되기도 한다.

① 바이러스 간경화의 증상에 따른 분류
[초기]간이 경화는 되었어도 생활에 불편을 느끼지 않는 시기로 합병증도 없고 증상도 나타나지 않는다. 또한 간장의 합성, 대사, 배설기능에는 별로 장애가 없다. 이때는 많은 환자들이 자신이 만성간염의 상태에 있다고 믿게 된다. GOT와 GPT수치는 만성간염과 변동이 없다. 이와 같은 증상을 대상성 간경화증이라 한다. 즉 우리 신체가 요구하는 대로 간장이 충분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때는 치료만 잘하여 진행을 억제하면 정상인과 같이 회복될 수 있다.

[중기]간기능 중에서 합성과 배설기능이 약간 저하되어 있고, 해독 기능은 정상인 경우를 말한다. 이때는 합병증이 나타난다. 중기 이후는 사람이 생명활동을 하는데 필요한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하므로 비대상성 간경화라 한다. 환자가 느끼는 증상도 피로감이 증가하고, 몸이 무겁고, 식욕이 감퇴되고, 식후 포만감이 심하여 소화불량이 생기고, 배에 가스가 많이 찬다. 가슴과 어깨 등에 피부의 모세혈관이 확대되어 나타나는 거미 모양의 혈관종이 보인다. 이것은 소화관에 있는 혈액이 간경화로 인해 간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피부의 모세혈관으로 몰려서 압력을 가하기 때문이다. 손바닥의 모세혈관 또한 확장되어 손바닥이 붉은 색을 띄게 된다. 말기 간 기능이 환자의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선에 달하고, 여러 가지 합병증이 겹쳐있으며 해독기능마저 저하되어 간성 뇌증이 나타나는 시기이다.

[말기]증상 중에서 남자의 유방이 커지는 경우가 많다. 남성에게도 여성호르몬이 분비되는데, 평소에는 간 세포가 그 호르몬을 파괴하여 남성을 남성답게 만든다. 그런데 간 세포가 경화되면 여성호르몬의 파괴가 불가능하게 되어 여성화가 되는 것이다. 복부정맥에 혈액이 울체되어 복부정맥이 확장된다. 식도로 혈액이 정체되어 식도가 파열되어 피를 토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말기 증상이므로 병원에 입원해야 한다. 위 출혈이 생기기도 한다. 간 세포가 알부민 합성을 하지 못해 혈액의 농도가 묽어지므로 삼투압에 의해 부종이 생긴다. 또한 소장벽에 혈액이 울체되면 혈액 속의 혈청의 일부가 소장벽에서 스며나와 복강 내에 모여서 복수가 된다.

(4) 지방간성 간경화(Laennec 간경화)
알콜을 오랫동안 섭취하여 지방간이 되고, 지방간이 간경화로 발전한 경우는 장기간 앓게 된다. 보통 10년이나 20년 동안 간경화를 앓는 경우가 많다. 알콜성 간경화 환자들은 사실 알콜에 의해 간경화가 되었다기보다, 간이 알콜을 대사하다보니 비타민, 미네랄, 단백질 등의 부족증에 빠지게 되어, 이런 영양소의 만성적인 부족이 간경화를 유발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이런 간경화 환자에게 양질의 단백질을 투여하거나, 단백질이 많은 식사를 하게 되면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이 Laennec 간경화는 만성알콜중독과 영양결핍이 연관되어 생긴다고 할 수 있다. 지방성 간경화에 잘 걸리는 나이는 50대이나 요즘은 30~40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이 병은 다른 증상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개복수술 후에야 알아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보통은 알콜 음주경력이 5~15년이 지난 후에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쇠약감, 피로감, 식욕부진, 약간의 체중감소가 나타난다. 좀 더 심해지면 황달이 나타나거나 뒤꿈치가 붓거나 복수가 차거나 해서 알아낼 때도 있다. 그외 바이러스성 간염에 의한 간경화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간경화 환자는 급만성 췌장염이나 소화관 궤양이 발생하기 쉽다. 이 병은 금주와 적절한 영양강화요법만 해도 환자의 60%이상이 5년 이상 수명이 연장된다.

① 간경변의 식사요법
-단백질은 적정량 섭취한다(1g/정상체중kg). 그러나 간성 혼수가 있는 경우 단백질을 1일 30g 이하로 제한한다.
-열량을 충분히 섭취하도록 하며 단백질을 절약하고, 간의 기능을 보호 회복시키기 위해서 당질을 충분히 섭취한다.
-복수와 부종이 있는 경우에는 염분과 수분의 섭취량을 제한한다.
-하루 식사는 6~8회로 여러 번 나누어 먹는 것이 좋다.
-식도정맥류가 있는 경우는 딱딱하고 거친 음식이나 식도에서 잘 내려가지 않는 끈적끈적한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오징어, 땅콩, 멸치, 강정 등).
-비타민을 충분히 섭취하도록 하며, 필요시 의사의 처방에 따라 약제로 보충한다.

② 간염의 종류
간질환의 가장 흔한 형태인 간염은 간의 염증으로 간 세포의 손상이나 괴사된 상태로 주로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며 세균, 약물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바이러스성 간염은 역학적으로 그리고 구조적으로 서로 다른 5종류의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 보통 간염바이러스 A, B, C, D, E로 구분되지만, 5가지의 간염은 임상적으로 유사한 증세를 갖는다. 간염의 증상은 매우 다양하여 황달이 없는 무증상 간염에서 수 일 안에 사망에 이르는 전격성 간염까지 나타난다.

간염의 전형적인 임상경과는 3기로 나눌 수 있다. 전구증상기는 권태감, 근육통, 관절통, 피로감, 코막힘이나 인후통과 같은 감기증세, 담배맛 없어짐, 오심과 구토, 설사나 변비 등이 올 수 있다. 또 발열증세가 있으며 급성 이환일 경우 오한이 수반되기도 한다. 오른 쪽 상복부나 오목가슴에 통증이 있을 수 있다. 전구증상기에는 황달은 나타나지 않아도 소변내 빌리루빈 수치가 높아 소변 빛이 진하고 붉다. 다음 황달기는 황달이 시작되면 전구증상기에 나타났던 감기나 소화기계 증상들이 모두 소실된다. 황달은 황달발현 1~2 주 후에 가장 심하며 점점 황달이 없어지면서 4주 후에는 마지막으로 회복기에 접어든다. 회복기에는 신체 조건들이 좋아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고 식욕이 회복되며 황달, 복통, 피로감 등이 감소한다.

만성간염은 간의 염증과 괴사 상태가 적어도 6개월 이상 지속된 상태로 임상적으로나 화학적으로 회복되지 않는 간염을 말한다. 더 이상 발전하지 않는 성간염도 있고 결국에는 간경변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 만성간염에는 주로 만성바이러스간염을 비롯하여 약물에 의한 만성간염, 자가면역성 만성간염 등이 있다. 간염 바이러스 중 B형간염 바이러스가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C형간염 바이러스도 그 원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수주 내지는 수개월에 걸친 피로감과 지속적, 또는 간헐적 황달증상이 있으며, 무기력, 식욕부진, 우측 상복부 통증, 코피, 성욕감퇴, 월경불순 등의 증상이 일어난다. 일반적인 치료로서 휴식을 취하되 환자의 증상에 따른다.

③ 지방간
지방간은 중성 지방이 간 세포 안에 축적되어 간이 다소 커지는 상태이다. 지방간이 되는 이유는 주로 술과 영양결핍에 의해 일어나며, 또 비만, 당뇨병, 쿠싱 증후군, 약물 등도 지방간의 원인이다. 영양결핍에 의한 지방간은 콜린, 메치오닌, 단백질의 결핍이 지방간을 야기시킨다. 간에 지방이 축적되는 요인은 말초 지방조직에서의 지방산의 동원 증가, 간에서의 지방산 사용과 산화 감소, 간의 지방산 합성 증가, 중성지방 합성을 위한 지방산의 에스테르화 증가, 간의 지방 유리와 분비 감소 등이다.

알콜에 의한 지방간은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들에서 볼 수 있는 질환으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대주가의 40~80%가 지방간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방간의 약 30% 이상이 알콜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알콜성 지방간은 270g의 알콜을 섭취할 때 2일 후에 지방간이 형성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증상은 식욕부진, 피로감, 오른쪽 상복부 통증을 갖는다. 또한 비교적 부드러운 종대된 간이 촉진되며 압통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간 비대 외에는 무증상으로 진행되기 쉽다. 치료로서 금주가 최선의 치료이다.

알콜성 지방간은 알콜성 간염과 간경화증과는 달리 금주에 의해 쉽게 병증상이 소실되는 양성의 가역적 질환이다. 적절한 식이요법을 하되 지방식을 피하며 지속적인 운동을 하면, 4~8주가 지나면 지방이 점차 사라진다.

④ 간경변
간경변은 광범위한 간 세포의 파괴로 섬유성 결합조직이 증식하고 결절이 형성되어, 정상적인 간 구조의 변성을 가져와 2차적으로 간의 혈관 변형과 간 기능의 저하를 초래하는 질환이다. 원인은 만성바이러스간염, 알콜성 간질환, 약물에 기인한 간염, 담즙울체 등이다. 증상은 간경변의 진행과정은 잠행성이므로 무증상일 수 있다. 그러므로 부검을 통해 간경변이 발견된 경우가 50%에 이른다. 흔히 나타나는 증상인 체중감소, 식욕부진, 오심, 구토, 소화장애, 출혈경향, 피로감 등은 간 세포의 파괴에 기인한다.

간경변의 치료목표는 파괴되고 있는 간 세포의 재생을 돕고, 더 이상의 간경변의 진행을 막아 합병증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다. 또한 합병증이 생기면 적절히 치료하는 것이다. 비록 간경변이 조직학적으로는 회복이 불가능하지만, 임상적으로는 회복이 가능하다는 것을 기억하여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다음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