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를 쓴 멋쟁이 스카프청자

국보타이틀은 갖지 못하였지만 국보보다 더 애정이 가는 보물이다
보물 342호 - 청자상감비단보자기무늬매병
한자명칭을 하나씩 잘라서 분석을 해 보자

청자(도자기 종류)+상감(무늬 표현 방법)+비단 보자기 무늬(무늬 모양)+매병(그릇 모양)으로 되어 있다.
상감은 도자기 표면을 파내어 그곳에 안료를 넣어 독특한 문양을 표현하는 방식을 말한다.
따라서 표면에 상감 기법으로 비단 보자기 무늬를 장식한 매병 모양의 청자라는 뜻이다.

매병은 원래 중국 송나라에서 유래했다.
매화를 꽂아 두었다고 해서 매병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술을 담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또 청자의 형태가 어께가 둥굴넙적하고 아래쪽으로는 가늘게 생긴 것이 매 한마리가 어깨를 웅크리고 있는 앉아 있는 모습을 닮기도 하다.

청자상감비단보자기무늬매병을 보면 멋쟁이처럼 보인다.
진짜 멋쟁이는 좋은 의상을 입기도 하지만 악세사리를 잘 활용한다.
의상과 어울리는 모자, 스카프 그리고 보석으로 멋과 아름다움을 창조한다.

이번엔 청자상감비단보자기무늬매병이 멋을 있는데로 부렸다.
아주 세련된 의상과 액세서리로 멋을 부린듯 싶다.
매병의 뚜껑은 창이 둥근 옥빛 모자를 쓴 모델 같다.

어께에 드리운 사각 보자기무늬는 스카프를 두른 것 같다.
스카프에는 반짝거리는 구슬을 매달아 앙증스럽게 예쁘다.
모란꽃 무늬가 선명한 비단 옷을 원피스로 입었다.

치마 아랫 자락은 구름무늬로 안정적으로 드리워져 환상적이다.
청자가 롱드레스를 입고 우아하게 발걸음을 옮긴다.
아 그러고 보니 도자기가 멋을 부리고 패션쇼에 나온 것 같구나.

이 청자의 뚜껑 아래쪽 볼록한 어깨 부분을 눈여겨보자.
거기에 복사 즉, 비단 보자기가 세련되게 새겨져 있다.
항아리의 어깨가 풍만하며 든든하게 보인다.

아가리 언저리는 보자기형태로 국화 덩굴무늬를 흑백상감하였다.
백상감 당초문 띠를 두른 후,
다시 흑백상감의 연주문 띠로 장식하였다.

보자기 네 귀퉁이의 구슬 무늬가 화려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러므로 이 매병의 하이라이트는 보자기이다.
그런데 청자 표면에 웬 보자기인가.

이 매병엔 뚜껑이 있다. 그래서 술을 따를 때마다. 뚜껑을 여닫아야 한다.
이 대목에서 상상력을 동원해 보자.
뚜껑을 여닫다 보면 뚜껑과 몸체가 서로 부딪치며 소리가 날 것이고 그러면 귀에 거슬릴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예쁜 비단 보자기를 깔아 놓으면 소리가 나지 않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술을 따르다 보면 술이 주둥이 밖으로 흘러내릴 수 있는데 보자기가 있으면 그 술을 흡수해 버릴 것이다.

고상한 술자리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나지 않고, 귀한 청자에 흠이 가지 않도록 하겠다는 옛 도공들의 마음, 그 재치에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몸통에는 4면에 한 가지의 모란꽃과 모란 잎이 음각되어 있고,
허리 아래에 새겨 놓은 구름무늬들이 파도처럼 물결을 치는 듯하다.

싸늘한 도자기에 부드러운 스카프를 매고 나니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이 청자보자기매병이야 말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가득 찬 명품청자이다.

이제부터 너에게 특별한 이름을 부여하고 싶다.
스카프청자~
참 예쁜 이름이다 ~~< 저작권자 © 약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