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구요법의 역사

대체의약학에 침구요법을 포함시키는 것에 문제점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침구학은 한의학의 일부로서 제도권 주류의학으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서구에서는 ‘Acupunture’라 하여 대체의학에 포함시키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의 한의학에서는 ‘한의학’이라는 표현보다는 아시아의학 또는 중의학이라 하며 중의 침구학이라고도 한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중국 침구요법이라는 용어를 쓰기로 한다.

침의 역사를 말하자면 우리의 선조인 동이족이 시조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세계 여러나라는 중국을 침의 종주국으로 생각하고 있다. 침의 역사와 관련된 문헌이 적고 동이족이 활약하던 영토가 지금은 중국의 땅이 돼 버렸으니 이러한 오류가 생긴 것이다.

황제내경 소문에 보면 ‘폄석은 동방에서 왔다’라는 기록이 있다. 이로 미루어 보면 간(艮)방인 동북지역에서 침구요법이 탄생한 것이라 보아야 한다. 함경도 지역에서 폄석(석침)과 골침이 석기시대의 유물로 발견되었는데 이는 기원전 3000년 전 것으로 밝혀졌다.

단군신화에 보면 쑥과 마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미루어 보면 침구는 우리 조상이 물려준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것을 제대로 계승 발전하지 못한 것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비단 침구뿐만 아니라 상감청자 역시 계승발전 시키지 못한 것 중에 하나이다. 이제라도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마음을 가다듬고 연구해 보자. 그러면 옛 것을 찾고 더욱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침구요법이란?

우리말에 ‘기가 막혀 죽겠다’라는 말이 있다. ‘기가 막히면’이라는 말은 우리 몸속에 도는 기가 제대로 돌지 않으면 즉, 불통(不通)하면 생명까지 위험할 수 있다는 말이다.

‘불통(不通)이면 통(痛)’이라는 말이다. 이는 경락에서 해석한 기가 막힌다는 뜻이다. 기(氣)란 생명의 에너지로서, 인간이 살아 있다는 것을 뜻한다.

기는 눈에 보이지 않아 이해하기 힘든 개념이지만 우리는 이 ‘기’에 대해 매우 익숙해 있다. 우리의 언어에는 ‘기가 차다’, ‘기가 막히다’, ‘생기가 있다’, ‘살기가 돈다’ 등 ‘기’와 관련된 표현이 많다. 그래서 서구의 과학자들도 이제는 이 기(氣, gi)라는 것을 ‘생명력’또는 ‘생체에너지’ 등으로 표현하게 되었다.

아직 현대과학은 기의 모든 것을 밝히지 못하고 있는데 과학의 발달이 더욱 필요한 분야라고 생각된다.

생체에너지는 생명체에 존재하며, 전기의 흐름과는 꼭 일치하지는 않는다. 생체에너지는 전기가 갖지 못하는 특수한 전도성이 있는데 예컨대 나무나 돌등에도 전도가 된다.

양자물리학의 발달로 양자와 전자의 역학적인 에너지, 토션 에너지가 일종의 ‘기’가 아닌가 하는 가설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 좀 더 새로운 것이 밝혀질 것이다.

인간에게서 기(氣)가 없으면 생명력이 없는 것이다. 기가 인체에 돌아야 인간은 정신과 육체를 영위할 수 있다. 또한 기의 흐름이 인체뿐만 아니라 하늘과 땅 즉 우주와의 교감을 통해서 원활히 이루어진다고 봐야한다.

기의 흐름

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은 불가분의 관계이다. 이들을 아우르는 것이 기의 흐름이다. 전체가 있고, 부분이 있듯이 인체를 소우주라 한다. 인체 바깥의 모든 것을 대우주로 보는 것이고, 각각의 인체 하나 하나를 소우주로 간주하는 것이다. 전체가 부분이고, 부분이 전체라는 것인데 이는 부분이 모여 전체가 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즉, 부분이나 전체가 하나라는 것이다. 우주는 하나의 부분이 전체를 닮은 코흐 곡선이다. 부분의 내부로 들어가도 무한의 구조를 다시 볼 수 있는 것이다.

우주가 처음 만들어 졌을 때, 무극이라는 기의 혼돈 속에서, 공간과 시간을 잉태한 태극에서 양의로 분화되어 음과 양이 이루어 졌다. 기의 혼돈에서 기의 순환이 이루어 진 것이다. 전체가 부분이듯이, 인체 내에서도 기의 순환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인체에서 이 순환의 통로를 경락이라 한다.

기가 흐르는 경락의 유래에는 여러 가지 설들이 있다. 치료하다 알게 된 여러 혈자리들을 연결한 것이 경락이라고 하는 가설이다. 우리는 단지 단절된 역사를 문헌상으로만 유추할 뿐이다. 주역에서 중지곤(重地坤)괘가 있다.

공자의 문언전을 보면 六五의 풀이에 “黃中通理하야 正位居體하야”라는 글귀가 있다.

이는 위로는 하늘, 아래는 땅, 그리고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또는 아우르는 인간이 하늘과 땅의 뜻, 우주의 이치를 깨우치는 방법을 일컫고 있다. 즉, 가부좌를 틀고 땅위에 앉아, 머리를 하늘에 기대어 단전에 심안을 집중하며, 코 안을 조용히 드나드는 숨의 끝을 쫓아 관(關) 하라는 것이다. 옛 현인들은 그러한 자세로 깨달음에 도달했으리라 추측된다.

호흡을 따라 우주의 기가 인체를 드나들며, 어느 순간 우주의 미세한 흔들림과 인체의 미세한 세포의 떨림이 서로 공명할 때, 인체 속에서 여러 종류의 움직임을 느꼈던 것이다.

어떤 때는 하나의 선의 움직임, 어떤 때는 동시에 번지는 듯한 여러 선형의 움직임, 때로는 박하향 같은 움직임, 때로는 온화한 움직임, 어떤 때는 막힌 듯이 한 곳에 머무르다가 진행하는 선형의 움직임, 때로는 하단전서부터 뜨거운 불기운이 백회혈을 통해 우주로 나가며, 대신 우주의 시원한 기가 백회혈을 통해 들어오는 기운 등 여러 가지의 경험을 통해 기의 흐름과 경락 등을 알게 되었으리라 추측한다.

이러한 체험은 누구나 자연스러운 호흡을 통해서도 경험해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옛날의 화타, 편작 같은 성현들이 후세들을 위하여 마련한 것들이라 생각한다.

<다음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