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 릴레이인터뷰의 주인공 박찬두 약사가 성균관 약대 동기이자 함께 약국 한약의 활성화를 위해 활동하는 서대문구 홍연약국의 백운봉 약사를 추천했다.

“한약, 영역 정해놓고 공부해야”

홍은동 홍연시장의 초입에 들어서면 정감 있는 동네약국의 이미지가 풍기는 홍연약국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 약국의 백운봉 약사(성균관약대 74학번)는 29살에 처음 개국약사 생활을 시작해 계속 한 곳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다.

“이 자리에 홍연약국을 문 연지 25년이 되어갑니다. 특별할 것 없는 동네약국이지만 지역주민과 밀착할 수 있어서 좋고,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주고받으며 한 가족같이 지내고 있죠.”

백운봉 약사는 한의사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약국에서 한약을 취급하고 한약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한약냄새를 맡고 한약재를 썰면서 자연스럽게 한약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그 관심이 ‘약’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면서 약대를 진학하게 됐고요. 6음7정(六淫七情)에 따른 한약의 효능을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한약처럼 과학적인 것도 없습니다. 수 천 년간의 치열한 임상경험과 한의학적 기미(氣味)이론을 토대로 처방되는 한약은 단순히 개별 한약재의 조합은 아니라 병증에 대한 진단과 치료관이 내재된 전문적인 분야입니다.”

또, 백 약사는 약국에서 한약을 단순히 경영활성화의 일부분으로 치부하는데 대해선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한약 취급을 단순히 약국의 경영기법적인 측면에서 접근하기 보다는 한약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갖고 만성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실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이론과 경험을 꾸준히 쌓아가면서 확고한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바탕에는 무엇보다 환자를 자신의 가족처럼 대하는 자세와 상세한 복약지도가 전제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약을 취급하면 당연히 양약보다 복약지도 시간이 길어집니다. 하지만 그만큼 환자와 더 친밀해지고 신뢰도는 높아지기 때문에 약사들에게는 좋은 일이죠.”

이 같은 그의 신념은 의약분업 이후 대다수의 약국에서 한약 매출이 감소했음에도 홍연약국 매출 중 한약의 비중을 높게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되고 있다.

또, 백 약사는 현재 한방에 관심이 있는 약사들에게 우선적으로 강사의 지침을 받아 한방관련 학습을 준비하고, 이후 자신 스스로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꾸준히 스터디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 약사들은 한약에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이에요. 양약이 우수한 케이스가 있는 것처럼 한약이 더 우수한 케이스도 얼마든지 있고, 약사라면 두 가지의 장점을 병행해서 환자를 돌볼 수 있어야 합니다.”

백 약사는 분업 후 약사들이 한약에 대한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약국경영에도 ‘선택과 집중’ 필요”

백 약사는 ‘약국은 다양한 마케팅 기법이 필요한 곳’이고 ‘특화분야는 약국경영 활성화의 기본이지만 너무 많은 것을 취급하다보면 그 특성이 사라져 잡화점으로 취급받기도 한다’면서 약국경영에 있어 ‘선택과 집중’의 필요성을 말했다.

“우리 약국은 그 흔한 생활용품 조차 들여놓지 않고 오로지 ‘약’만 파는 ‘약국’입니다. 그 대신 약에 대한 것만큼은 환자들에게 최선을 다합니다.”

약국의 한 켠에는 대학병원의 처방전을 가져와도 약을 지을 수 있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대부분의 환자들의 대학병원이나 대형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아오면 그 주변의 약국에서만 약을 지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 약국은 3차 의료기관의 처방을 적극 수용해서 환자의 요구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환자들에게 안내문을 붙이고 설명한 결과 3차 의료기관과 지방병원의 처방전이 늘었다고 한다.

백운봉 약사는 “동네약국은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며 “동네약국과 문전약국이 공존할 수 있는 약업환경이 조성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약국 일을 하며 생기는 스트레스는 일주일에 한 번 순복음교회를 다니며 푼다는 백 약사는 “약국은 약사와 소비자의 신뢰를 기본으로 경영이 이뤄지는 곳”이라면서 “단골 환자들과의 신뢰를 쌓은 후에야 전문지식을 전달할 수 있다”며 말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