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 릴레이 인터뷰의 주인공 온누리극동약국 조진희 약사(대한약사회 근무약사이사)가 장편소설 ‘뚜나바위’ 출판기념회에서 선보일 포임(poem) 뮤지컬 준비에 여념이 없는 동작구 보라매대학약국 이범식 약사(동작구약사회장)에게 릴레이 바통을 넘겼다.

음악에 대한 사랑, 뮤지컬로 말하다

“저는 운명적으로 외롭게 태어났습니다. 태어날 때 어머니와 함께 살 수 없다는 사주를 받았고, 실제로 어린 시절 어머니와 헤어졌습니다. 어머니에 대한 절체절명의 그리움 속에서 허우적댈 때 엔리코 카루소의 음악을 들었고, 그것은 말 그대로 감명이었습니다. 이후 트랜지스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으로 그리움의 병을 치유해갈 수 있었습니다.”

서울 동작구에서 보라매대학약국을 경영하고 있는 이범식 동작구약사회장(성균관대약대 65학번)은 애초 약대가 아닌 음대를 가려고 했을 만큼 젊은 시절 음악에 푹 빠져있었다. 그런 그에게 오는 5월 16일 대방동 서울여성프라자 아트홀에서 ‘뚜나바위’ 출판기념회에서 공연할 포임(poem) 뮤지컬 ‘뚜나바위’는 오랜 꿈에 대한 도전이다.

“음악은 태어나서부터 외로웠던 저에게 버팀목이자 희망이었고, 그 시절에 제가 만든 음악이라도 정리해야 되겠다고 생각해 뮤지컬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아니면 완전히 사라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범식 회장은 “뮤지컬의 첫 장면은 호수에 있던 두루미가 어머니의 품에 안겼던 제 태몽을 테마로 ‘불타는 사랑’이라는 주제곡이 흐르면서 플라맹고가 펼쳐지고 도입부의 변주로 마무리될 것”이라며 “뮤지컬에서는 젊은시절 작곡했던 14곡과 자작시가 함께 선보일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그에게 ‘뚜나바위’는 어린시절 사색의 공간이자 희노애락을 함께 한 공간이다. 이탈리아 민요인 ‘뚜나’(뱃고동소리)에서 따온 말로, 항구에서 떠나는 배와 수평선을 바라보면서 키웠을 아이의 꿈을 상징한다.

“약사도 자기소질 개발하고 도전해야”

그는 “약사사회가 약사회라는 특정공간에만 집중하고 영역을 확대하는데는 소홀한 측면이 있다. 어떤 분야라도 세계시장에 도전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 능력이 있다”며 “약국경영자이면서도 음악이나 미술, 문학 등에 대한 자신의 소질을 스스로 개발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를 위해 개국약사들이 약국경영인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제가 소설과 뮤지컬에 도전하는 것처럼 많은 개국약사들은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는 소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선 약국 영업이 아니라 약국 경영을 해야 합니다. 지금은 비록 약국에 몸이 매여 있더라도 약국경영인이 되겠다는 꿈을 가져야 합니다. 약국경영인이 되면 그 속에서 여유를 가지고 시야를 넓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글로벌 시대 속에서 이왕이면 국내 최고를 넘어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투지를 가져야 합니다.”

이 회장은 “세계적인 금융 위기가 우리나라에도 왔지만 이를 개인적으로도 극복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꼈다. 위기가 도전할 수 있는 에너지였다”며 “항상 꿈꿔왔던 장편소설에 도전했고, 이것이 포임 뮤지컬이라는 또다른 도전으로 이어졌다. 약국경영인이기 때문에 도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뚝심으로 새로운 영역 도전 나서

적지 않은 나이에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게 한 그의 일면을 알 수 있는 일화 하나를 소개한다.

군대를 제대하고 유유산업 안양공장 약제실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모든 생산과정이 거의 수동식으로 이뤄지면서 액제가 변색돼 반품되는 일이 반복됐다. 회사 임원들은 곧 개선될 것이라는 보고를 올렸지만 이 회장은 당시 최고경영자가 참석한 회의석상에서 생산 프로세스를 제대로 바꾸지 않으면 앞으로도 제품이 변질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직언을 날렸다. 입사한 지 얼마 안된 신입사원 시절이다. 결국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가 이뤄졌고, 제품이 변질돼 반품되는 일도 사라졌다.

이 회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나중에 생각해 보니 내가 너무 심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결과적으로는 모든 일이 잘 풀려갔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그의 뚝심이 이번 뮤지컬 공연으로 이어진 셈이다.

포임 뮤지컬을 통해 인간의 순수성과 예술의 진수를 보여주고, 이를 통해 오랫동안 마음 속에 담아뒀던 꿈을 실현하겠다는 이범식 회장.

그는 “이번 공연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제대로 된 공연을 할 수 있길 바란다”며 “이를 세계시장에도 내놓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