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 릴레이인터뷰의 주인공 심형섭 약사가 학교 선배로 지역 약대 모임에서 친분을 쌓고 있는 남부약사신협 한상윤 이사장을 추천했다.

사람냄새 좋아 동네약국 27년
개국약사로서의 오랜 생활을 이어가며 지금은 남부약사신협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한상윤 이사장은 어린 시절부터 약을 가까이서 느끼며 자라왔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약에 대한 관심을 쌓아간 한 이사장은 73년 중앙대 약대에 입학하며 진로 또한 약사로 정했다.

“아버지 직업이 약종상이였습니다. 조제는 안되지만 일반의약품을 판매하는 일을 하셨는데 그런 환경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약을 가까이에서 보며 지냈죠. 보건 분야 전반에 대해 관심이 있었지만 약사로서의 진로를 택한 것은 이러한 환경적인 영향이 컸습니다.”

학과 수업이 적성에 맞았던 탓인지 4년 만에 무난히 학교를 졸업한 한 이사장은 군 복부 후 일동제약에서 2년간 근무하면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었다.

이후 한 이사장은 82년 영등포구 신길동에 자신의 간판을 내건 첫 약국을 개업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한 이사장이 약사로서의 삶의 터전이 된 금천구로 자리를 옮긴 것은 84년 10월 경.

이후 한 이사장은 개발의 뒷전으로 밀려났지만 여전히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서울 외곽의 동네약국을 운영하며 무려 27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처음 약국을 옮기고 하나 둘 단골을 익히다 보니 어느새 제가 동네 고참이 되버렸더군요.(웃음) 약국 윗 층이 바로 살림집이라서 이런 저런 일들도 참 많았죠. 특히 의약분업 전에는 새벽 두시에 현관문을 두드리고 찾아오는 환자들이 어찌나 많던지···. 그렇게 가까워진 이웃들은 이사를 오가거나 집에서 음식을 하면 꼭 약국을 들르곤 했었죠. 요즘 약국에는 이러한 소소한 재미가 사라진 것 같아 아쉬울 때가 많습니다.”

남부약사신협 기사회생의 주역
사람 사이의 믿음과 소통을 중요시하는 한 이사장은 약국 밖에서도 이러한 신념을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사실 금천구는 한 이사장이 지역에서 자리를 튼지 10년이 지난 후 구로구로부터 분구돼 생긴 지명이다.

그 무렵 새로이 약사회가 생겨났는데 한 이사장은 초대 금천구약사회 총무위원장을 비롯해 현재는 감사로 활동하는 등 지역 약사회 회무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이 가운데 한 이사장은 95년 당시 남부약사신협 이사로 활동을 해오다가 지난 2006년 부터는 이사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언뜻 부러움을 살만한 직함이지만 한 이사장은 취임 당시를 생각하면 아직도 눈앞이 깜깜하다.

“전해 적자가 2억원 넘었는데 이사장 자리가 맡겨졌습니다. 모두가 꺼려하던 상황에서 약국과 집무실이 가깝다는 이유로 제게 맡겨졌죠. 약사신협의 존폐 얘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사장 자리가 맡겨졌으니 보통 걱정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한 이사장은 취임이후 우선 금융업이 기본이랄 수 있는 총자산 확보를 위해 나섰다.

이를 위해 한 이사장은 조합원 추가 확보가 필요하다고 보고 내부적으로 의견을 모은 끝에 신협 규약을 손봤다.

“이전 까지 약사신협은 약사에 한해서만 정식 조합원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해왔습니다. 하지만 분업 이후 약사들의 참여가 점점 부족해지면서 이렇게는 운영이 힘들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취임 후 약사 가족 및 약국 종업원은 물론 일반 지역 주민까지 약사신협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같은 조치가 내려진 후 준조합원으로 인정되는 일반인들의 이용이 꾸준히 늘었다.

그 결과 한 이사장의 취임 당시 100억 여원의 이르렀던 약사신협의 자산은 최근 370억 여원으로 큰 폭으로 늘었다.

이 때문에 한 이사장의 남부약사신협은 지난 해 신협 중앙회에서 내린 종합업적평가를 통해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약사신협의 정체성 찾기 주력
이처럼 남부약사신협을 극적으로 기사회생 시킨 한 이사장에게 또 다시 4년의 임기가 맡겨졌다.

대외적으로 인정받았듯이 이미 금융기관으로서의 안정성은 충분히 회복한 상황이지만 새로운 출발선에 선 한 이사장의 고민은 여전하다.

오히려 지난 임기동안의 성과가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 한 이사장의 우려이다.

“지난 4년간 약사신협을 일반인들에게도 개방하면서 많은 성장을 이뤘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본래 약사를 위한 금융기관이라는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는 것도 인정해야 합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약사신협이 더 이상 ‘단체 신협’으로써의 의미가 사라지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향후 금감원의 조정으로 단체신협에서 지역신협으로 전환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그렇다면 뜻있는 약사들이 오랜 시간 키워온 남부약사신협이 약사들의 손에서 떠날 수도 있다는 것이 새로운 임기를 맞는 한 이사장의 고민이다.

때문에 한 이사장은 향후 4년 동안 일반인 유치를 통해 이뤄낸 자금력을 유지하면서도 다소 치우침이 있더라도 약사들을 위한 차별화된 금융기관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최우선의 목표이다.

“신협 내부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의약품 도매사업은 물론 약사들을 위한 금융상품을 개발하는 등 앞으로는 약사들에게 구체적인 혜택을 돌려주는 신협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또, 약사 조합원을 위한 특별한 금융정보를 나눌 수 있는 동아리를 운영해 볼 계획도 있구요. 지금까지는 약사니까 도와달라는 느낌으로 조합원들 유치하려 했다면 이제는 거꾸로 신협과 거래하니까 도움이 되더라 하면서 스스로 찾아 올 수 있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저작권자 © 약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