産·學·硏 협력 강화하고 대국민 홍보활동 전개해야

“제약산업이 국민보건 향상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국민들에게는 제약사들이 리베이트를 제공하면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잘못된 인식이 심어줘 있습니다. 제약업계가 사회에 공헌한 실제적인 사실을 토대로 정체성 정립을 서둘러야 합니다.”

보건복지부(현 보건복지가족부) 약정국장을 거쳐 1996년부터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에서 국내 R&D 발전의 한 축을 담당해오고 있는 이강추 회장을 만나 제약업계의 현주소와 발전방안 등에 대해 들었다.

이강추 회장은 리베이트 사건으로 얼룩진 제약산업이 하루빨리 국민보건의 일익을 담당해 오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약업체로서 국민보건에 있어 큰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실제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우선적으로 제약업계가 정체성 확립에 나서야 합니다. 지난해 신종플루 유행 같은 경우에도 그 나라 백신으로 그 나라 국민에게 접종한 많지 않은 국가 중 하나 우리나라입니다. 물론 자로 잴 수는 없겠지만 국내에서 만든 약이 질이 좋아서 국민건강을 지키고, 결국 국가 안보와도 직결된다는 사실 등 제약의 정체성을 바로세우고 국민들에게 알려야 합니다. 여기에 약계의 정체성에 입각한 논리를 개발해 누가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당당히 대응할 수 있는 힘을 갖춰야 합니다.”

이 회장은 “학계·업계·연구계가 모두 협심해서 정부의 무조건적인 약가 절감 정책에 대한 대응논리를 펼쳐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면서 “국민들에게 약계의 정체성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선 뼈를 깎는 고통이 수반될 수밖에 없지만 반드시 가야할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는 약계에 종사하는 우리 스스로의 문제인 만큼 모두가 대오각성 하고 서로 이해하고 뭉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제약산업이 신약개발을 위해 정밀화학이나 바이오 분야의 기술을 활용하고 있음에도 오히려 이들 분야에 종속된 것처럼 취급받는 부분도 개선시켜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강추 회장은 “매출 1조원 단위의 국내 제약사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이 회장은 최근 정부의 지속적인 약가 인하 정책과 관련해 세계적으로 약가를 인하하고 있는 추세라면서도 절감된 부분을 어디에 투자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약값을 깎을 건 깎고 진흥시킬 건 진행시켜야 합니다. 약가를 깎은 만큼 제약산업의 시장은 줄어들게 됩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약가 절감분은 제약산업을 진흥시키는 정책에 사용해야 합니다.”

그는 “이같은 문제는 약계와 보험당국 간 대화를 통해 충분히 해결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며 “제약업계에서는 정부 정책에 문제가 있다면 대안도 제시하면서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10여년 간 신약개발연구조합에 몸담고 국내 제약사들의 R&D 발전상과 함께해 온 이강추 회장은 지금의 제약산업에 대해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10여년 전만 해도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을 개발한다는 것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었습니다. 제가 보건사회부에 있을 때 제약 R&D 지원 비용을 새롭게 만들기 위해 뛰어다녔던 기억이 있습니다. 결국 적은 금액이지만 R&D 지원비가 신설됐죠. 이처럼 열악한 상황을 지나 어느새 국산신약 14호가 개발된 것을 보면 상전벽해라는 의미를 실감하게 됩니다.”

이강추 회장은 신약연구개발조합의 올해 중점 추진과제로 정책기능 강화를 꼽았다.

“이제 연구조합이 정부에 R& D나 정책 등에 대한 목소리를 낼 때가 됐습니다. 지난해 발간한 2009년판 한국제약산업연구개발 백서를 더욱 보강해 정부에 정책 제안을 할 수 있는 객관적인 데이터를 마련할 계획입니다. 연구조합 산하 3개 연구회의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활동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올해 ‘제약산업 혁신 정책 연구거점’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힌 연구조합이 올 한해 동안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관심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