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릴레이인터뷰의 주인공 신영철 약사가 함께 한약을 공부하며 사제지간의 정을 키워온 인천시 서구 원당우리약국의 이정훈 약사를 추천했다.

<일반약 하나에도 복약지도 충실>
이정훈 약사는 개국약사 중에 보기 드문 30대 초반의 젊은 약사다. 중앙대 96학번인 그는 지난 2000년도 졸업 후 근무약사 생활을 하다 2005년 스물아홉의 어린 나이로 처음 약국을 개국해 지금까지 개국약사 생활을 하고 있다.

“분업이 시작된 후 상대적으로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젊은 약사들은 개국을 하기가 더 힘들어졌어요. 예전처럼 동네약국만으로는 경영이 어렵기 때문에 병원이 밀집한 메디컬 센터나 시내 쪽으로 나와야 매출이 높은 편인데 그런 곳은 임대료가 부담스럽죠.”

이 약사는 근무약사로 일할 시절에는 영화와 뮤지컬 등 문화생활이 가능했지만 약국을 개국한 후로는 약국일에만 매진하고 있다고 했다.

여러가지 진로를 두고 젊은 나이에 왜 약국을 선택했냐는 물음에 이 약사는 “졸업 후 병원이나 제약사로 진출하는 동기들도 많았어요.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약사가 가장 약사다운 곳은 약국입니다. 공직약사나 제약 산업에 종사하는 약사들도 있고, 그 역할을 충실히 다 했을 때 보람도 느끼겠지만 약사 직능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곳은 약국이죠. 약국에 종사하는 약사는 바로 약 자체에 대한 주도자로서 국민에게 복약을 지도할 막중한 의무를 가지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우리 약국에 오는 환자들은 약사가 약의 전문가라는 생각을 확고하게 가질 수 있도록 일반약 한 가지를 주더라도 환자의 상태에 맞게 복약지도를 하는 것이 운영 원칙”이라고 말했다.

그의 약국 경영 철학은 많은 약사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한방이나 건기식이 아닌 약사 그대로의 본분 ‘기본’에 충실하자는 것이다. 한 때 한약을 공부했던 그는 한약과 건기식과 같은 특화분야의 취급을 단순히 약국의 경영기법적인 측면에서 접근하기 보다는 그 분야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갖고 만성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실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특화약국을 하시는 약사들을 보면 자기분야 외에 공부도 해야 하고 정말 부지런하게 사시는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를 위해선 이론과 경험을 꾸준히 쌓아가면서 확고한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야 겠죠. 하지만 저는 약국에서 약사가 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고 싶습니다. 사람이 좋아 약국을 선택했고 저는 재주가 없어서 그런지 이것 저것 한꺼번에 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평범하지만 약국에서 약사의 본분을 다하는 약사로 살고 싶습니다.”

이 약사는 그 바탕에는 환자를 자신의 가족처럼 대하는 자세가 항상 전제돼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약국에서 구매하는 물품 중 약품 외에 미용과 건강, 예방 쪽으로 약국이 할 수 있는 부문의 영역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

근무약사 생활을 했던 두 개의 약국이 모두 병원이 폐업하자 약국 역시 동시에 폐업을 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내린 결론이다.

이 약사는 “오픈 매장 시 환자가 처음에는 약사의 안내가 필요하지만 재방문부터는 환자 스스로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는 장점이 있다”면서 “분업 이후 약국경영에서 처방전에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천만하다”고 말한다.

<동지의식 사라진 약사사회 아쉬워>
이 약사에게 개국약사로서 가질법한 애로사항에 대해 물었다. 아직 두 돌이 채 안된 아들과 딸을 두고 있는 이 약사에게서 바로 ‘아이들과 놀아줄 수 없는 것’ 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약국 문을 오전 아홉시에 열어 밤 열시에 닫습니다. 아이들이 잠에서 깨기 전에 출근해서 잠이 들면 들어오는 생활을 하고 있는거죠. 그래서 될 수 있으면 하루 쉬는 일요일만큼은 약속도 잡지 않고 취미생활도 포기하고 아이들과 보냅니다.”

그는 지금의 약사 사회를 경쟁만 있고 동지 의식이 많이 사라진 현장같다고 침울하게 표현한다.

“의약분업 후 많은 약국들이 제가 어린 시절 봐왔던 따뜻한 동네약국 보다는 처방전을 가져오는 환자들이 단골이 되고 약국간의 과도한 경쟁도 서슴지 않는 냉소적인 약국들로 변했습니다. 그런 부분이 제일 아쉬워요.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들이 함께 살아야 한다는 동지의식을 회복하는 약사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