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전통을 만들어가는 약국>

부평에서 70년의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수보당약국. 과거와 현재를 잇는 이 부평의 명물 약국의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젊은 약사가 4명의 근무약사와 함께 약국을 운영하고 있다.

“약국이라는 곳은 개인 혼자 운영한다고 했을 때 어찌 보면 외로울 수도 있는 곳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혼자보다는 뜻이 맞는 선·후배가 함께 어울려 근무한다면 일하는 재미도 있고 따뜻한 공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람을 좋아하기로 소문난 손대권 약사(중앙대 87학번)는 약대 졸업 후 인천의 동서대약국에서 근무약사 생활을 하다가 동서대약국을 인수해서 10년 동안 운영했고, 수보당약국을 인수해서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수보당약국은 한약과 건기식의 매출이 일반약과 같은 비율로 나가고 있는데, 손 약사의 한약에 대한 관심은 대학시절부터 시작됐다. 졸업 전 약국을 개국하려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동호회에서 한방을 공부하다 한약과 건기식의 장점을 알았다고 한다.

“전문약으로 안된다면 먹는 것으로 고쳐야죠. 저는 먹는 음식이 내 몸의 전부라고 생각합니다. 약을 파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단골위주로 약국을 운영하다 보니 환자들의 식이요법에도 신경이 쓰입니다.”

약사는 환자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그는 단순히 처방전대로 약을 조제하는 사람이 아니라 건강 안내자, 조언자로서 약사의 정체성을 찾으려 노력한다.

“의약분업 후 병원으로 갈지 약국으로 갈지 모르는 환자들이 많아졌어요. 그들을 올바르게 안내해 줄 수 있는 게 바로 약사입니다. 약사는 병원에 가야할지 혹은 건식이나 한약으로 치료할지를 판단해 환자에게 신속하게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동네에서 직접, 빨리 만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해야죠.”

그는 또한 환자들에게 먼저 다가가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친근한 얼굴로 환자들로부터 상담을 유도한다.

“환자가 잘못 먹고 있는 약을 알아내고 편하게 상담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자 합니다. 또, 상담에 따른 적절한 처방을 하려면 검증된 좋은 제품을 구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약국 일을 하며 생기는 스트레스를 여행으로 푼다는 손 약사는 약국 일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기에 별다른 취미생활 대신 인터넷과 책을 통해 매일 공부하기를 게을리하지 않는다고.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을 좋아해서 왠만한 곳은 다 가봤네요. 그 중에서 제주도는 바다와 한라산, 드넓은 초원과 맑은 공기로 도시인의 스트레스를 잊게 하는 곳 같아서 자주 다녀왔어요.”

<약사의 미래역할을 생각하는 신세대 약사>

그는 “약국은 약사와 소비자의 신뢰를 기본으로 경영이 이뤄지는 곳”이라면서 “단골 환자들과의 신뢰를 쌓은 후에야 전문지식을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사는 자신이 배워야 할 것이 있다면 거리나 시간을 생각하지 않고 달려가야 합니다. 고인 물이 썩듯이 현재에 안주한다면 미래는 암울할 수 밖에 없죠. 분업 후 약사 개개인의 많은 노하우들을 발휘할 기회가 많이 없어졌지만, 한약과립제나 자연요법 등을 통해서 능력을 펼칠 수 있지 않을까요?”

병원보다 문턱이 낮아 환자들과의 많은 대화가 가능한 약국생활이 좋다는 손 약사는 할머니들이 오시다 그 며느리가 오고 명절이면 선물을 건네는 환자들이 가족 같고 고맙다고 했다.

“환자와의 관계 중 제일 중요한 것은 친절입니다. 가족 같은 편안함을 제공해야 하고 학술적인 능력은 그 다음입니다. 개국을 하기 전에 전국의 유명한 약국을 돌아본 적이 있어요. 약국들을 돌면서 제가 느낀 것은 그 약국들의 약사님들이 하나같이 학구적이고 딱딱한 분위기가 아니라 동네 아저씨 같은 수더분하고 정감있는 분위기였다는 것입니다. 저도 그래서 가족적인 분위기로 다가서려고 노력을 많이 해요.”

사람을 좋아해서 여러 선배와 후배들과 어울린다는 손 약사는 방향을 못 잡고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 후배 약사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안 좋다.

“대한민국에서 약사라는 직업은 행복한 직업입니다. 물론 분업 후 약사의 직능이 많이 축소가 되긴 했지만 일반약과 한약, 영양요법 등 제가 처방한 방법으로 조금씩 차도를 보이는 환자를 보는 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과 보람이에요. 자연요법과 일반약의 사용을 적절히 배합해 후배들에게 새로운 약국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제 꿈입니다.”< 저작권자 © 약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