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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만나는 우리 역사⑩ 순천 낙안읍성조선시대 전형적인 ‘민속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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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9.09.22  10: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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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실감나는 이야기일지는 모르지만,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성곽의 나라’라고 불릴 만큼 많은 성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다. 고대인들은 험준한 산에는 산성을 쌓았고, 궁궐 주위에는 궁성을, 도시 외곽에는 도성과 나성을 쌓았다.

그 중에서 읍성邑城은 가장 작은 행정단위인 마을(읍)을 지키기 위해 쌓은 성으로 특히 왜구의 침입이 잦았던 고려 말 이후, 서남해안 지방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세워졌던 성이다. 조선시대 중엽에는 전체 읍의 절반 이상이 읍성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그 많은 성들 중 세월의 풍상을 이겨내고 지금까지 본래의 모습을 거의 유지하며 남아있는 읍성은 전국을 통틀어 겨우 9곳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 중에서도 일반에 비교적 널리 알려진 유명한 읍성으로는 전라북도 고창의 고창읍성, 충청남도 서산의 해미읍성, 그리고 이제 소개하려고 하는 전라남도 순천의 ‘낙안읍성’을 꼽을 수 있다.

낙안읍성은 명찰 송광사, 선암사와 함께 순천이 자랑하는 가장 유명한 문화유산이자 한해에도 수 십 만 명의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있는 대단한 관광 명소이기도 하다.

다른 읍성들을 제치고 낙안읍성이 특히 이렇게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도 현재 남아있는 다른 읍성들이 겉모양만 남아있고 그 안에는 사람 사는 흔적이 거의 없어 볼거리가 그다지 많지 않은 것과는 달리 낙안읍성에는 실제로 주민이 살고 있어 비할 데 없이 생생하고 다이내믹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일부러 꾸민 민속마을이 아니라 ‘살아있는 민속마을’인 것이다.

기능적으로 보자면, 읍성은 외적의 침입에 대비한 방어적인 기능과 관아를 비롯한 주요 행정시설이 자리 잡은 행정적 기능을 동시에 지닌 시설이라고 할 수 있다. 객사와 관아, 옥사 등 행정시설의 앞쪽으로 큰 길이 나 있고, 길을 중심으로 중앙에는 시장이 형성되고 그 주변으로는 아전의 집을 비롯한 민가가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시설들로 인해 평상시라면 마을의 중심가 노릇을 한다.

그러다 무슨 변란이라도 터지게 되면 성 밖에 사는 마을 사람들도 성 안으로 들어와 성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마을을 지키게 된다. 이런 방어적인 기능 때문에 보통 읍성은 산기슭을 끼고 지어지고 성가퀴, 옹성, 치, 해자 등 전투에 필요한 시설들을 갖추고 있다. 물론 낙안읍성도 이러한 시설들을 모두 갖추고 있다.

성을 답사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성곽 위로 올라가 성벽을 따라 성을 한바퀴 도는 것이다. 군데군데 나 있는 계단을 통해 성벽 위로 올라 걷다 보면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문루 근처의 옹성과 성벽 위에 요철모양으로 솟아오른 또 다른 담이 눈에 띈다. 이것이 바로 ‘성가퀴’ 혹은 ‘여장’이라고 불리는 시설로 전투기능을 가진 성곽이면 당연히 가져야 할 시설이다. 성가퀴에는 총을 쏘는 구멍, 즉 ‘총안’이 있다. 성안에 있는 군대는 이 성가퀴에 의지해 적을 막게 된다.

낙안읍성의 성벽은 서문 부근에 이르러 다소 높은 언덕을 끼고 높아지게 된다. 이 부근이 가장 전망이 좋은 곳이다. 피곤한 다리를 쉴 겸 여기서 잠시 성벽에 걸터앉아 사방을 둘러보면 낙안읍성 내부의 구조가 한눈에 들어온다.

낙안읍성이 처음 지어진 때가 언제인지는 분명치 않다. 흔히 조선후기의 명장 임경업 장군이 낙안군수로 부임, 크게 수리해 지었다고 알려져 있지만, 기록에 의하면 본래 흙으로 지어진 토성이었던 것을 세종 임금 때 돌로 다시 쌓으면서 규모를 크게 넓혔다고 한다.

대개의 읍성이 산을 끼고 지어진 데 비해 완전한 평지에 세워진 것이 특징이다. 성곽의 둘레는 1,410m, 성의 높이는 4-5m이며 성벽의 폭은 2m 이상이다.

읍성의 서벽 높은 곳에서 터를 잡고 마을을 내려다보라 머리를 맞대고 있는 소박한 초가집들과 아이들이 뛰노는 골목 풍경이 먼 시절의 향수로 가슴 찡하게 다가 선다.

글/유정서(여행작가/아하네체험학교 대표)< 저작권자 © 약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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