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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만나는 우리 역사⑨-안동 하회마을조선조 향촌 사대부의 숨결 서린 ‘살아있는 민속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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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9.08.29  10: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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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안동은 ‘문화유산의 보고寶庫’라고 해도 좋을 만큼 많은 답사객의 사랑을 받고 있는 ‘역사의 고장’이다. 불교유적으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이 서 있는 봉정사와, 우리나라에 단 5기 밖에 남아있지 않은 벽돌탑들이 있고, 조선시대 유학과 선비문화에 관련된 유적으로는 조선 성리학의 최고봉 퇴계 이황의 종택宗宅과 묘소, 그리고 그를 제사하는 서원인 ‘도산서원’과 조선 중기의 명신 서애 류성룡을 배향하는 ‘병산서원’이 있는가 하면 조선조 사대부의 생활상을 잘 보여주고 있는 수많은 고택들이 처처에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일반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유명한 명소를 들라면 단연 ‘하회마을’을 꼽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유장한 낙동강 줄기에 둘러싸인 그림 같은 풍경도 감탄할만 할뿐더러 조선시대 시골 마을의 구조가 거의 완벽하게 남아있는 마을 정경 또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신비로운 향수를 느끼게 해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회마을은 역사나 문화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사람도 신기하고 재미있게 돌아볼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하회마을의 역사 문화적 가치는 결코 구경거리의 ‘민속마을’의 차원을 훨씬 뛰어넘는다. 무엇보다도 조선시대 향촌鄕村 사대부들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드러내 주는 소중한 자료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계급 같은 게 공식적으로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오늘날의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사회, 경제적으로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 따로 존재한다. 옛날에는 그게 더욱 심하고 뚜렷했다. 양반은 양반끼리, 상민은 상민끼리, 천민은 천민끼리 게다가 이왕이면 같은 성씨姓氏끼리 모여 살기를 좋아했다. 양반끼리 모여 사는 마을을 ‘반촌班村’이라고 하고, 상민끼리 모여사는 마을을 ‘민촌民村’이라고 한다. 유력한 문중의 같은 성씨끼리 모여사는 마을은 ‘집성촌集姓村’, 즉 동성마을 이라고 부른다.

이중 하회마을은 서애 류성룡을 배출한 조선시대의 명문가 풍산 류씨가 6백여년 전부터 터를 잡고 살아온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반촌’이자 ‘동성마을’이다. 지금도 이곳 하회마을에 사는 사람의 70% 정도가 풍산 류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회마을을 올바로 답사하려면 도착하자마자 성급하게 마을로 들어갈 것이 아니라, 마을 북쪽 강변에서 마주보이는 절벽인 ‘부용대’에 먼저 오르는 것이 순서이다. 부용대에 오르면 ‘하회河回’라는 이름처럼 낙동강 물줄기가 휘돌아 감싸 흐르는 평화로운 마을 전경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하회마을은 예로부터 풍수지리적 용어로 ‘연화부수형蓮花浮水形’이라고 불리는 대단한 길지吉地로 꼽혀왔다. 아닌 게 아니라 흡사 ‘물 위에 뜬 한 송이 연꽃’처럼 유장한 물줄기와 푸른 소나무에 둘러싸인 마을 풍경이 정겹고 아름답기 이를 데 없다.

넓게 보면 하회마을은 민속마을은 물론, 이곳 부용대와 남쪽 화산 줄기 아래 자리잡은 ‘병산서원’까지를 포함하는 영역이다. 낙동강 줄기를 경계로 마을과 마주보는 이곳 부용대에도 풍산 류씨 사람들의 옛 흔적들이 남아있다. ‘옥연정사’와 ‘겸암정사’가 바로 그곳이다. ‘정사精舍’란 선비가 공부를 하며 마음을 수양하는 공간이다. 기능상으로보면 서재와 크게 차이는 없으나 서재가 집 안에 있는데 비해 정사는 집과는 떨어진 별도의 장소에 세워진다는 것이 다르다. 집 밖 경치 좋은 곳에 세워진다는 점에서 ‘누각’이나 ‘정자’와 흡사한 점도 있지만, 누각이나 정자가 휴식과 풍류를 위한 공간인 데 비해 정사는 공부와 수양을 위한 공간이라는 점이 다르다. 하회마을에는 이곳 부용대의 옥연정사와 겸암정사 외에 마을 강변 솔밭을 내려다보고 서 있는 ‘빈연정사’등 몇 곳의 정사가 더 있다. 옛 시골 사대부 선비들의 호연지기와 풍류를 엿볼 수 있는 시설이다.

부용대에서 내려와 마을로 들어서면 수많은 옛 가옥이 여행객을 맞이한다. 마을은 가운데로 난 큰 길을 경계로 크게 남촌과 북촌으로 나뉘는데, 남촌과 북촌을 대표하는 가옥은 각각 양진당과 충효당이다. 양진당은 풍산 류씨의 종가인 겸암 류운룡 선생의 종택으로 하회마을을 대표하는 명실상부한 종택이고 충효당은 풍산 류씨가 배출한 큰 인물 서애 류성룡 선생의 종택이다. 둘 다 조선시대 향촌 사대부가옥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이들 대표적인 종택 이외에도 정감 넘치는 고택과 민가들이 발걸음을 사로잡는다. 날씨 선선해지는 가을이면 하회마을의 정경은 한결 평화로움을 더해간다.

글, 사진/서조(여행작가, 아하네역사체험교실 대표)< 저작권자 © 약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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