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 릴레이 인터뷰의 주인공 정미영 약사(중랑구 원플러스약국·덕성약대 95)가 다음 인터뷰 대상자로 오혜라 약사(도봉구 대한약국·덕성약대 84)를 추천했다.

우리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疏通)을 통해 인생을 살아간다.
소통의 과정 속에서 개개인 나름은 각자의 슬픔을 치유하고 기쁨을 맛보며, 희망과 절망을 경험한다. 때론 다른 이를 통해 삶의 이유를 발견하기도 하며,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자신만의 방법을 터득하기도 한다. 이렇듯 우리들은 타인과의 소통 속에서 성장하고 성숙한다.
여기 타인과의 소통에서 삶의 행복과 약사로서의 즐거움을 느낀다는 소박한 삶의 주인공이 있다. 도봉구에서 대한약국을 운영하는 오혜라 약사를 만나보자.

Chapter 1. 고객과의 소통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이 즐거워 약사라는 직업이 너무나 잘 맞는다는 오 약사는 그 자체로도 너무나 행복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약국을 경영하는 그만의 특별한 노하우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사람들과의 소통이라는 것을 쉽사리 알 수 있을 것이다.

“이곳에서만 약국을 운영한지도 10여년이 훌쩍 넘었어요. 강남처럼 주민들이 이동이 많지 않은 동네라 이 동네에서 오래 계신 분들이 많아요. 중학교 때부터 봐왔던 아이가 어느 날은 자신의 아이를 안고 약국을 들어설 때면 시간이 참 많이 흘렀구나 하고 세삼 느껴요.”

그가 약국을 개국한지도 횟수로 14년. 그동안 오혜라 약사는 주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약사이기 이전에 그들과 소통하는 주민으로써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약사는 단순한 상담을 넘어 환자들에게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해요. 그러기 위해 환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어야 해요. 환자가 약사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갈 때 약사로써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죠. 직접 처방조제가 가능하던 의약분업 이전에는 ‘지난번 약 잘 들었어요’라는 환자의 한마디에 약사로써의 보람을 찾았지만, 요즘은 그런 말 듣기도 쉽지 않아요.”

하지만 약국안에 우두커니 앉아 있노라면 주민들 사이에 오 약사에 대한 믿음이 대단해 보일 정도다.

때론 직접 담근 김장김치와 고추장, 된장을 갖다 주기도 한다는 그의 고객들은 오 약사의 활력소가 되어 준다고.

이렇듯 동네약국에 오래있다 보면 처방전에 목숨 거는 약국들이 탐탁치 않을 터. 하지만 오 약사는 처방전을 따라 약국을 개국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손님이 많지 않은 요즘 처방전을 받지 않고서는 약국 경영이 어려울 수밖에 없어요. 중요한 건 처방조제를 통해서도 충분히 내 손님, 내 단골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요즘 약사들은 공부를 많이 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기회가 된다면 최대한 많은 공부를 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Chapter 2. 직원과의 소통
이렇듯 그의 약국경영 노하우의 첫째장이 ‘주민들과의 소통’이라면 두 번째 노하우는 ‘근무약사와의 소통’이다.

사회에 나와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마음 통하는 누군가를 만나는 일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오 약사만큼 운이 좋은 사람도 없을 법도 하다.

오혜라 약사를 추천한 지난주 릴레이 인터뷰의 주인공 정미영 약사는 약국장과 근무약사로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

금(金)무 약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근무약사 구하기가 쉽지 않은 요즘, 지금껏 근무약사들과 돈독한 관계를 이어올 수 있었던 노하우가 무엇일까.

“정 약사가 우리 약국에 근무약사로 일한 것도 벌써 8~9년 전 일이지만, 아직까지 연락을 이어오고 있어요. 다른 근무약사들과도 마찬가지지만, 특별한 건 없어요. 그런 면에서 보면 제 스스로가 ‘나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구나’하는 생각이 들 뿐이예요.”

오 약사는 종종 근무약사 구하기가 어렵다는 인터넷 기사를 보면서 그 밑에 달린 댓글에 마음이 무거워 진다고 설명한다. 약국장들에 대한 비난과 욕이 난무하기 때문.

“물론 일부 약국장들도 문제가 있겠지만 근무약사도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요즘처럼 열악한 약국환경에서 야간은 물론, 공휴일이나 주말 모두 주인약사 혼자 근무를 서야하는 경우가 태반이예요. 근무약사들도 언젠가 개국을 할 테고, 각자 서로의 입장에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약사사회는 생각보다 좁아요. 모두가 선후배며 동문으로 언젠가는 서로 만나게 될 수 있는 사이인데, 얼굴 붉히며 미워하고 서로 헐뜯어서 좋을 게 무엇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