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 릴레이인터뷰의 주인공 아이큐어 최영권 대표가 서울대약대 동기인 평강상록수약국 조영인 약사에게 바톤을 넘겼다. 믿음으로 주변약국과 의약품 빌려쓰기를 일상화하고 있는 조 약사를 만났다.

약국간 ‘약 빌려쓰기’ 일상화 만들어

자주 쓰던 약이 어느 날인가 갑작스레 떨어져 처방조제를 수용하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접하게 된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충분한 재고를 확보하기에는 비용이나 공간 문제나 나중의 재고 부담 등 적지 않은 애로가 따른다.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와 친분이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도매업체 등을 통해 제품을 구해야 해 아예 조제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노원구에서 평강상록수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조영인 약사(서울약대 80학번)는 2005년 9월 현재의 위치로 약국을 이전하면서 주변 약국에 떡을 돌리고 서로 마음을 여는데 많은 열정을 쏟았다.

“여기 왔을 때 규모가 큰 약국들이 가격이 지키면 되겠다는 생각에 근처 약국에 가격을 서로 얘기하고 쓰자고 했어요. 처음은 어려운데 시작하면 좀 쉬워져요. 서로 믿음만 줄 수 있으면 없는 약을 빌려쓰는 게 가능하죠. 모든 일이 그렇듯이 근처 약국에 자기가 먼저 다가가야 하고, 주도하는 사람도 필요합니다. 저는 모두 모이자고 해 점심 먹고 얘기하면서 일단 가격 부분은 서로 믿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죠.”

조 약사는 “약이 필요하면 먼저 연락해야 한다”며 “자기가 약국에 있을 때 다른 약사가 약이 필요하다고 하면 빌려줄 수 있겠구나 싶으면 먼저 전화해 신세를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노력 덕분인지 조영인 약사에게 이제는 인근약국과 부족한 의약품을 서로 빌려주고 빌려쓰는 일이 너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다. 약국 매대에는 빌려간 약을 적어놓는 메모판까지 걸려있다.

“주위 약사를 동료로 생각하면 편합니다. 이곳에서는 층약국들도 약을 빌리기 위해 다른 약국을 찾곤 합니다. 저는 비상용 1통만 있더라도 필요하다면 일단 주고 봅니다. 이같은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서로가 서비스 등으로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거죠. 약 빌려쓰기는 당장 급한 약을 구할 수 있다는 점뿐만 아니라 재고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인 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