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 릴레이인터뷰의 주인공 동구제약 이경옥 회장이 ‘아토팜’ 등 아토피 전용화장품으로 유명한 네오팜 박병덕 대표이사(서울대 공업화학과 84)를 추천했다.

순수열정으로 가득찬 연금술사

“인간의 열정없이 이뤄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헤겔의 말이다. 인간의 열정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시키는 원동력이다. 중세 유럽사회 연금술사들의 열정적인 연구기술이 근대 과학의 많은 단초를 제공했듯이 네오팜 박병덕 사장의 전공 분야인 유기화학 및 합성에 대한 연구열정은 유사세라마이드 합성법과 MLE(다중층상유화물)기술을 일궈냈다.

박 사장은 “세라마이드(Ceramide)는 피부의 표피를 이루는 각질층의 55%를 구성하는 성분으로 피부세포간 결속을 강화해 피부탄력을 좋게 하고 병원균의 침입을 차단해주는 보습기능을 하는 피부보호 물질이다”며 “세라마이드가 부족할 경우 피부질환이 발생할 수 있고 이것이 지속되면 심각한 피부질환으로 진행될 수 있는데, 세라마이드를 보충해주면 피부질환 증세가 호전돼 정상피부로 회복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세라마이드는 동물의 신경조직이나 소의 뇌 등에서 추출하는 것과 같이 주로 자연계에서 얻어지기 때문에 대량생산도 어렵고 톤당 10억원을 넘는 고가의 원료라 상용화에는 한계가 따른다.

이에 박 사장은 네오팜 설립 전에 근무했던 애경산업 중앙연구소에서 천연세라마이드를 대신할 수 있는 유사세라마이드의 합성기술 개발에 성공한 것. 여기에 세라마이드가 피부질환에 제대로 작용할 수 있도록 피부에 쉽게 도포되고, 빠르게 흡수되는 MLE기술을 개발했다.

박병덕 사장은 “MLE기술은 유사세라마이드를 원료로 콜레스테롤, 지방산 등과 결합해 라멜라 액정구조를 갖는 크림, 로션 등 유화물을 만드는 것으로 유사세라마이드가 천연세라마이드처럼 피부흡수를 촉진시켜 주는 유화물 제조기술”이라고 말한다.

이 기술들이 논문을 통해 국내외에 알려지고 정부로부터도 인정을 받아 수상까지하는 등 각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정작 애경산업 경영진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당시 애경산업의 화장품, 삼푸 등 주력제품군과 관련성이 낮다는 이유였다.

이에 박 사장은 열정을 갖고 개발한 유사세라마이드가 사장될 수도 있다는 안타까운 마음에 독자적인 사업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우선 사업화가 상대적으로 쉬운 기능성화장품에 눈을 돌리고 상품화를 위해 연세대 원주의과대학과 공동으로 동물연구실험을 진행했다. 이결과 천연세라마이드와 구조와 성분이 비슷해 효능에 차이가 없으며, MLE기술을 적용하면 피부 세라마이드 구성함량을 정상상태로 만들어주고 안전성 또한 높은 것을 밝혀냈다.

이런 와중에 박 사장은 아토피피부염으로 고생하고 있는 아들에게 유사세라미이드를 MLE기술을 적용해 만든 시제품 크림을 벌겋게 된 피부에 발라줬는데 피부상태가 건강한 상태로 회복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박 사장은 아토피 관련분야에 대한 사업화의 성공을 확신했다.

이같은 남다른 열정에 애경산업 경영진은 사외벤처 창업을 지원하기로 하고 박 사장의 주도로 개발한 기술들 일체를 지분투자 형식으로 이전해주기로 했다.

이렇게 지난 2000년에 탄생한 것이 지금의 네오팜이자 주력상품인 아토피 기능성화장품 ‘아토팜’이다. 아토팜의 우수한 제품력, 마케팅, 원가경쟁력 등에 기반한 네오팜은 창업이후 지속적인 매출성장을 달성했다. 2006년에 100억원을 돌파하고 지난해에는 11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약 135억원의 매출달성을 예상하고 있다.

박 사장은 “현재 아토팜은 국내는 물론 러시아, 터키, 미국, 중국 등 해외에서도 큰 호응을 얻고 있는 등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미국 마이애미대학의 레슬리 바우만 교수는 자신의 저서 ‘스킨 타입 솔루션(Skin Type Solution)’에서 아토팜이 건조하고 민감한 피부에 적합한 제품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네오팜의 강점은 R&D이다. 창업 당시 박 사장을 포함, 직원 수는 6명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4명이 연구원이었던 것은 기술개발 중심으로 나가겠다 네오팜의 의지이기도 하다. 처음 출발이 연구실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당연한 귀결일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박병덕 사장은 R&D에 대한 애착이 깊다. 주변에서 “R&D에만 신경쓰고 마케팅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고 박 사장은 웃는다.

그러나 최근에는 동구제약과 피부외용제 개발에 MLE기술을 적용하는 기술이전을 준비하고 있을 정도로 R&D는 네오팜을 지탱해주는 주춧돌이다.

이를 바탕으로 박 사장은 의약품 개발도 계획하고 있다. 새로움(Neo)과 의약품(Pharm)을 조합해 만든 네오팜(NeoPharm)이라는 회사명에서 부작용 없는 새로운 대체의약품을 상품화하겠다는 이같은 의지를 쉽게 엿볼수 있다.

이와 함께 박병덕 사장은 내년에 약국시장의 새로운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현재 아토팜은 약국보다는 온라인 판매가 중심을 이루고 있지만 제품 규격을 차별화한 약국전용 아토팜을 출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