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수준 의약품 심사평가 시스템 마련 시급

팜오케스트라! 십중팔구 관현악단으로 오해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러나 팜오케스트라는 의약품 연구에 풍부한 경험을 가진 산·학·연의 다양한 연구책임자로 구성된 의약품심사평가선진화연구사업단의 별칭이다.

이는 관현악단이 각 파트가 어우러져 화음을 만들어 내듯이 각 부문의 의약품 연구자들이 조화를 이뤄 ‘약의 과학을 넘어 약의 예술’로 승화시키려는 꿈과 철학을 갖고서 의약품 심사평가 시스템을 선진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신약개발은 기술 총합

팜오케스트라 한병현 단장은 국내 제약산업 환경은 신약개발에 필요한 원천기술, 임상기술, 제조·생산기술 등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분산돼 있다고 지적한다. 결국 의약품 원천기술이 신약개발로 이어지지 못하고 원천기술 개발에만 그치고 만다.

각 정부 부처도 다를 바가 없다. 과학기술부는 원천기술, 보건복지가족부는 임상기술, 산업자원부는 제조·생산 기술로 부처간 역할이 전문화돼 있지만 통일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 단장은 “원천기술 개발된다고 해도 임상에 들어갈 경우 이것이 연속선상에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원천기술부터 다시 시작해야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결국 원천기술 개발에서 끝나고 만다. 그러나 신약개발은 각 부문이 집약된 토털기술로 원천기술은 신약개발을 목표로 개발돼야 한다. 각 부문이 조화를 이룰 때만이 신약이라는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한 단장은 제약사가 제네릭에 안주하지 말고 원천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한다. 후보물질을 외국에서 사오는 것도 한 방편이겠지만 국내의 우수한 바이오업체와 협력해서 신약을 개발한다면 로열티를 지불할 필요도 없고, 자체 원천기술도 확보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아직 국내에는 신약개발 프로세스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시스템이 충분히 마련돼 있지 못하다. 이것이 팜오케스트라가 연주해야될 악보인 것이다.

허가선진화로 신약개발 가속화

의약품심사평가선진화연구사업단, 즉 팜오케스트라는 오는 2011년까지 매년 20억원씩 3년간 60억원을 지원받는 식약청 용역연구사업단으로 의약품 정책을 개발하는 역할을 한다.

정부를 비롯해 대학, 병원, 연구소 등이 상호 유기적으로 협력해 식약청의 의약품 심사평가 정책을 효과적인 신약개발 환경과 걸맞도록 선진화하겠다는 것.

실례로 한병현 단장은 “최근 미국은 허가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파악하고 효율적인 임상을 위해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대리결과변수의 PK/PD 모델링 및 임상시험에 적용해 신약개발 속도를 높이고 실패율을 줄이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들었다.

한 단장은 이같은 시스템을 국내 현실에 맞게 도입해 미국의 의약품 심사평가 수준과 맞먹는 허가시스템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심사평가 수준의 질적 향상외에도 국내 제약산업이 해외시장에 안정적으로 착륙할 수 있도록 주요 수출대상국가의 특허 및 허가시스템을 분석해 국내 제약사에 제공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대한약전 등 수재항목을 정비해 의약품관련 공정서 데이터베이스의 구축과 의약품 안전성 정보 홈페이지, 제네릭 정보망, 의약외품 심사정보망 등을 웹에 구현해 국민, 정부, 제약사 등에게 올바른 약정보는 물론 심사정보까지 전달하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품고 있다.

‘약’은 우리시대의 산물

이를 위해 팜오케스트라는 ▲의약품 규격 및 품질관리 선진화 ▲의약품 심사지침 선진화 ▲의약품 심사정보망 구축 등 3개 중단위로 구성하고 14개의 세부과제를 발굴해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갔다.

여기에 한병현 단장은 새로운 지반을 다진다. 바로 ‘약’의 사회적 역할이라는 철학적 기반을 팜오케스트라가 추구할 방향성으로 설정한 것이다. 이는 한 단장이 30년동안 가슴속에 품어왔던 꿈이자 이상이다. E.H.카아도 역사는 과거와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듯이 그에게 약은 우리시대의 시대적 산물이자 그 역사적 제조건에 따라 의미와 역할, 물질적 형태도 변화·발전하는 역동적인 개념이다.

한 단장은 “약은 단순히 물질로만 봐서는 안된다. 약은 현상적으로 물질이지만 본질적으로 사회적 의미를 품고 있다. 현상과 본질을 조화시켜 약을 생각할 때 신약개발 등 국내 제약산업 발전을 위한 근본적인 대안을 찾을 수가 있다. 약업계 종사자들도 약을 물질로만 인식하는 자세에서 벗어나 우리사회에서 약이 갖는 의미와 자신의 역할을 전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병현 단장의 손끝에서 펼쳐질 의약품 심사평가 선진화 심포니 14번이 제약사와 호흡할 수 있는 향연의 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