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 릴레이인터뷰의 주인공 김호동 사무관(영남대90·약학박사·식약청의약품안전국 의약품품질과 약무사무관)은 이번호 인터뷰에서 수용성 하이드로겔 및 바이오필름 기술로 화장품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제닉의 유현오 대표이사(한양대 섬유공학 석사·화학공학 박사과정 수료)를 추천했다.

지속적 R&D투자로 ‘기발한’ 기술개발

밀레토스의 고대철학자 중에 ‘탈레스’라는 양반이 있다. 흔히 우리는 ‘고대 그리스 자연철학자 탈레스=물’이라는 도식화된 형식으로 알고 있다.

이 양반이 갖고 있는 재미있는 일화 중의 하나가 기원전 585년에 있었던 일식을 예언한 사건이다. 솔직히 그 예언이 정확히 맞은 것은 과학적인 이유라기보다 운이 좋아서였단다. 그는 이미 칼데아의 사제들로부터 일식이 거의 90년을 주기로 반복된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고 운 좋게 일식을 예언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훗날 플라톤은 탈레스를 ‘기발한 기술의 고안자’로 평가했다.

이 일로 밀레토스 사람들은 탈레스를 단순히 아는 것만 많고 땡전 한푼 없는 사람이라고 놀리지 않았단다. 아무리 운이 좋아 맞췄다고 하지만 탈레스는 이미 일식을 알고 있었고 항상 과학적 연구에 몰두하고 있던 터라 이같은 예측이 가능했을 것이다.

현대 자본주의사회의 비즈니스도 마찬가지 일게다. 아무리 사업운이 좋다고 해도 이를 뒷받쳐주는 기술이 없다면 그 운도 빛을 발할 것이다. 그래도 자신은 운이 좋아 화장품 분야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제닉의 유현오 사장이다.

제닉은 유 사장이 전공인 고분자화학을 살려 개발한 수용성 하이드로겔로 화장품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중소기업이다. 화장품을 하이드로겔 형태로 만든 것인데 마스크를 얼굴 등에 덮으면 체온에 녹아 화장품 성분이 피부로 흡수돼 얇은 마스크 패치만 남게 된다.

이 기술로 유 사장은 수용성 하이드겔 제조기술 KT인증을 비롯해 장영실상, 중소기업청 100대 우수특허제품 대상, 벤처기업대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태평양, LG생활건강 등 국내 유명 화장품기업에 하이드로겔을 OEM방식으로 납품하고 있는 제닉은 또 다른 비장의 기술인 ‘수용성 바이오필름’을 적용한 화장품을 시판 준비 중에 있다. 세계적인 화장품브랜드 로레알, 아벤다 등만이 만들 수 있다는 필름화장품을 국내기술로 개발한 것이다.

유 사장은 “수용성 바이오필름은 원하는 화장품이나 약물 등을 피부에 직접 침투시키는 것으로 상용화되면 화장품은 물론 상처치료제 등에도 접목할 수 있다”며 “특히 약 복용이 어려운 환자를 위한 필름약품으로도 개발할 수 있어 제약업계에서 유효적정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을 이용해 장기적으로 의약외품 분야로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지만 기술이전을 원하는 제약사가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게 유 사장의 말이다.

약 2,000평 규모의 cGMP기준 논산공장은 일부를 의약외품 생산시설로 언제든지 전환할 수 있는 채비를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제닉의 기발한 기술은 지속적인 R&D투자에 있다. 이를 위해 8명의 석박사급의 연구인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영남대 약대와 공동으로 기초기술을 연구할 수 있는 부설연구소를 개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 사장은 중소기업인만큼 대기업처럼 계속적으로 R&D에 일정정도 투자할 만큼 자금적 여유가 없다고 털어놓기도 한다. 그 대안으로 정부과제를 많이 활용해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있지만 그래도 고민거리로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항상 새로운 기술의 고안을 고민하고 있는 유현오 사장은 화장품시장 진출시 어려움이 많았다. 자본, 마케팅력, 인맥도 없는 상황에서 가진 것은 오로지 ‘기술’뿐이었다. 그의 과감한 하이드로겔 제품의 미국시장 공략은 큰 성공을 거둬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래서 유 사장은 “운이 좋았다”고 말한다.

아울러 유 사장은 “기술개발을 위해 약사, 의사, 화학전공자 등이 서로 융합한다면 많은 시너지 효과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약사들이 약국개업뿐만 아니라 제약사 연구소 등 으로 진출영역을 넓히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