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 릴레이 인터뷰의 주인공인 어향숙 약사(대구카톨릭대학교·서울시 동대문구 한사랑온누리약국)가 다음 인터뷰 대상자로 이주현 약사(대구카톨릭대학교·경기도 의왕시 우성메디칼약국)를 추천했다. 어 약사와 이 약사는 대구에서 함께 대학을 졸업한 동기동창으로 서로의 일을 내 일처럼 챙기는 오랜 친구사이다.

병원약사·근무약사 거쳐 개국 12년째
자고로 ‘인복’은 타고나는 것이라 했다. 이를 두고 가령 누군가는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지어낸 우스운 이야기’라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복이 없다고 투덜거리는 사람들을 마주하다보면 그것을 가진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은 분명해 보인다.

인간의 삶은 그들 자신이 만들어가는 거라 말하다가도 때론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순간들을 마주하게 되면 가지지 못한, 혹은 가질 수 없는 무언가가 사무치도록 그리운 날들이 있게 마련이다. 누군가에게는 현재 나와 함께 하지 않는 ‘사람’이 그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더위에 몸서리치던 무덥던 어느 여름날, 경기도 의왕에 자리한 우성메디칼약국에서 사람향기 물씬 풍기는 릴레이 인터뷰의 주인공 이주현 약사를 만났다.

이주현 약사는 졸업후 근무약사와 병원약사를 거쳐 5년간 수원에서 약국을 운영해 왔다. 그후 의약분업과 맞물려 이곳 의왕에 자리를 튼지도 꼬박 7년이 됐다. 약국을 운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이 약사가 “저는 운이 좋은 사람인 것 같아요”라고 대답한다.

10년이 훌쩍 넘는 오랜시간 동안 힘든 일이 전혀 없었을리 만무하지만 그저 운이 좋다는 뜻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가뜩이나 인력난에 시달리는 병원에서 3년을 근무하며, 그것도 유독 손이 많이 가는 소아과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으니 이정도 쯤은 거뜬하다는 뜻일까? 이내 이 약사가 설명을 덧붙인다.

“어디를 가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든 일은 ‘사람들과의 트러블’인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저는 아주 ‘운이 좋은 사람’이예요. 오랜 시간 약사라는 직업과 함께 했지만 좋은 사람들을 만나 힘들었던 기억은 거의 없어요”

수원에서 약국을 운영하던 시절 함께한 근무약사와는 유독 마음이 잘 맞아 의왕에 약국을 개국하고서도 함께 일했을 정도다. 지금은 아이 엄마가 돼 잠시 이 약사를 떠난 그녀를 대신해 지난 2년 전부터 이 약사의 곁을 지켜주는 건 대학교 동기동창인 곽유미 약사다. 곽 약사와 이 약사는 오랜 시간 알아 온 친구인 만큼 이제는 얼굴만 봐도 서로의 마음을 꿰뚫어 볼 수 있는 각별한 사이로 늘 함께 해 오고 있다.

개국약사와 근무약사가 오랜 시간 좋은 사이로 지내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닐테다. 그럼에도 10살이라는 나이 차이를 지나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사람이, 20년지기 동창과 함께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바쁜 약국 업무를 보면서도 두 동창생들의 웃음이 끊이지 않는 순간들을 보고 있노라면 문뜩 어린시절 친구들이 그리워질 법하다. 서로 함께 ‘네 일’을 ‘내 일’같이 챙기는 두 약사를 보며 이것이 진정한 ‘인복’이구나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