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럭스토어형 운영하는 情 넘치는 약사

지난 호 릴레이 인터뷰의 주인공인 강일성 약사(중앙대· 서울시 성북구 금창약국)는 다음 인터뷰 대상자로 어향숙 약사(대가대·서울시 동대문구 한사랑온누리약국)를 추천했다. 강 약사는 어 약사를 가리켜 성격이 밝고 약사회 활동에도 열심히 참여하는 활발한 후배라고 소개했다.

어느 날 처방전을 들고 약국을 찾은 단발머리 여고생이 조제실의 약사를 보고 외쳤다.
“약사님! 약 맛있게 지어주세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약사의 가슴에서는 ‘쿵’ 소리가 났다.

엄마가 자식을 위해 밥을 지을 때 사랑과 정성을 담으면 아이가 건강해지듯 약사도 약을 지을 때 사랑과 정성을 담으면 그 약이 곧 환자의 몸을 건강하게 하는 맛있는 약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인 어향숙 약사(대가대 · 서울시 동대문구 한사랑온누리약국)는 그때이 여고생의 말을 가슴에 새기고 약국을 찾은 환자에게 늘 ‘맛있는 약’을 지어주고자 노력한다.

1999년, 처음 약국을 오픈한 그는 주위 사람들에게 정 많고 사람 좋은 약사로 불린다.

환자에게 ‘맛있는 약’을 지어 주고자 하는 마음 씀씀이가 그 첫째 이유요, 작은 것 하나라도 정성을 다해 매진하고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는 성격이 그 두 번째 이유다.

어 약사는 환자들에게 좀 더 ‘맛있는 약’을 제공하고자 지난해 성북구에서 동대문으로 둥지를 옮겨 드럭스토어형 약국을 오픈했다. 드럭스토어 스타일이지만 그의 약국은 일반 약국보다는 좀 더 많은 수의 일반약, 건기식, 위생용품을 중점을 뒀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런 형태의 약국을 오픈한 이유는 약사가 권하는 형태가 아닌 고객이 스스로 주체가 돼 의약품을 고르게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럼 고객이 부담 없이 들어와 구경하고 자연스럽게 약국도 친근하게 느끼게 되니 좋은 것 같아요.”

그는 이렇게 약국을 하면서 모든 고객을 다 잡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게 됐다고 말했다. 또 친근하게 다가가니 오히려 단골도 생기고 ‘환자가 우선이 돼야’ 한다는 가치관도 얻게 됐다고.

어 약사는 주변 동료나 선·후배들에게 성격 좋은걸 로도 정평이 나있다.

하지만 자신은 별로 잘한 게 없다며 오히려 좋은 선배와 동료 그리고 후배를 만나 자신이 얻은 게 많다며 몸을 낮춘다.

그렇지만 자신이 부득이한 사정으로 약국문을 못 열때 주위 환자들이 불편하지 않게 문을 여는 이웃 약국이 감사하다고 말 하는걸 보면 성격 좋은 사람임이 틀림없다.

“마음의 문을 열어 상대방을 이해하고 환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오히려 약국 문 닫는 시간이나 휴일을 가지고 이웃약국끼리 얼굴 붉힐 일이 없을 것 같아요. 물론 남이 먼저 그러길 바라기 전에 저부터 먼저 행동으로 실천해야겠지요.”

사람은 곧 자연이라 생각해 자연에 거스르지 않는 흐르는 듯한 삶을 살고 싶다는 평소의 바람처럼 그는 먼 미래에는 시골에 내려가 약손사랑을 전하는 게 꿈이다.

“제가 평소에 천상병 시인의 ‘귀천(歸天)’을 참 좋아합니다. 그 시의 구절처럼 아름다웠던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