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 릴레이 인터뷰의 주인공인 박선관 약사(동덕약대 92학번 · 서울시 성북구 온누리 사랑약국)는 다음 인터뷰 대상사로 최명숙 약사(삼육약대 · 서울시 성북구 온누리 민우약국)를 추천했다. 박 약사와 최 약사는 성북구에서 약국을 하며 인연을 맺어 나이를 뛰어넘은 우정을 나누는 각별한 사이다.  

아팠던 병상을 떨치고 일어난 그 자리가
너무도 값지고 감사하여 쏟아지는 햇살만 보아도
희망의 빛이 되어 가슴에 힘이 솟는다

-최명숙 作 ‘결실의 계절 가을을 맞이하여’ 중-

삶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묻어나는 이 시의 주인공 최명숙 약사(온누리 민우약국 · 성북구약 한약담당부회장 · 삼육약대)는 ‘영혼의 약’을 조제 하고자 노력하는 맑은 심성의 소유자다.

‘영혼의 약’ 이라는 말이 자칫 생뚱맞게 들릴 수도 있지만 아픈 사람들의 마음마저 다독일 수 있는 약사가 되고 싶다고 한다면 쉽게 이해 할 수 있다.

최 약사가 약사의 길에 들어선 것은 25여 년 전. 3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한쪽 다리가 불편한 그는 도움을 받는 입장이 아닌 도움을 주는 입장이 되고 싶어 약사라는 직업을 택했다고 한다.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처럼 제가 아픔을 겪어봐서 그런지 좀 더 환자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물론 부족한 게 많지만 항상 영혼의 약을 지어 주고 싶다는 마음가짐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 합니다.”

최 약사의 이런 마음은 그의 약국에 고스란히 배어있기에 더 가슴에 와 닿는다.

실례로 최 약사는 병·의원과 상가를 찾기 힘든 주택가 밀집지역의 동네약국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일명 ‘전국구 처방’을 다룬다. 단골들이 약국에서 떨어져 있는 병·의원에서 진료를 받고 그의 약국으로 처방전을 들고 오기 때문이다.

“의약분업이 되고 난 후에 전국구 처방을 다루게 됐죠. 주변에 병원이 없으니까 고객들이 저 힘들까봐 걱정을 많이 했나봐요. 더운 날 지팡이 짚고 아픈 몸 이끌고 처방전을 들고 오는 단골들 모습 보면 가슴이 뭉클해요.”

그는 이런 단골의 마음이 고마워 미처 구비해놓지 못한 약이 있을 때는 다른 약국에 가서 직접 가져다주기도 한다.

“약국경영의 위기로 작용할 수 있었던 분업이 환자와 저를 더욱 끈끈하게 만들어준 연결고리로 작용한 것 같아요.”

환자를 위한 그의 열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최 약사는 사람의 체질과 기호에 따라 다양한 병증이 유발된다고 생각해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는 여러 학파의 한약을 모두 다 섭렵했다.

“배우는 과정이 힘들었지만 제가 조제한 과립을 먹고 몸이 나았다는 환자들을 볼 때면 진정한 약손 사랑을 전달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기쁩니다.”

지난 25년 동안 약사로서의 외길을 걸어왔다면 앞으로는 좀 더 베푸는 삶을 살고 싶은 게 최 약사의 꿈이다.

“은퇴 후에는 사회의 그늘진 부분을 밝혀줄 수 있는 복지사업을 하고 싶습니다.”

아픈 이들의 몸뿐 아니라 외로운 이들의 영혼까지 다독여 줄 그의 앞날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