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 릴레이인터뷰의 주인공인 공영익(영남약대 94학번 · 구로구 소화약국)약사는 다음 인터뷰 대상자로 정현수(영남약대 00학번 · 성북구 참약국) 약사를 추천했다. 공 약사와 정 약사는 어린시절의 추억을 함께한 죽마고우이다. 공 약사는 정 약사를 가리켜 약국경영도 잘 하고 음악적 소양도 풍부한 재능있는 친구라고 소개했다.

한집 걸러 한집이 약국이란 말이 있긴 하지만 정현수(영남약대00학번 · 성북구약사회 약국위원장 · 참약국) 약사의 약국 주변은 약국들로 둘러싸여 있다고 할 정도로유달리 약국이 많다.

형태도 크기도 제각각인 약국들 속에서 정 약사가 경영하는 약국은 규모면에서부터 열세일 것 같은 1층 소형약국. 하지만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 처럼 그의 약국은 작지만 알차다. 그의 약국은 지팡이를 짚은 노인부터 유모차를 타고 온 어린아이까지 그의 약국은 쉴 새 없이 단골로 붐빈다.

주변 대형약국들을 물리치고(?) 단골손님을 만들 수 있었던 것에는 무언가 특별한 사연이 있지 않을까? 그 만의 약국경영 노하우 그리고 그의 삶에 대해 들어봤다.

정 약사는 자신의 단골약국 노하우를 한약과립과 친밀한 상담으로 꼽았다.

“한약과립을 쓰기위해 환자를 상담하면 표면적으로 다룰 수가 없습니다. 환자에 대해 속속들이 깊이 알아야 조제를 할 수 있고, 그러니 친해질 수 밖에 없죠.”

누구나 할 수 있는 뻔한 말로 생각 할 수도 있지만 그의 친절상담은 한약과립에만 그치지 않고 일반약 · 처방약 등 약국을 찾는 모두에게 해당된다는 것에 그 포인트가 있다.

그 예로 약을 유달리 많이 처방받은 환자가 오면 어떤 약이 처방 됐고, 이 약은 어떤 종류고, 복약했을 시 어떤 증상이 어떤 식으로 개선돼 나갈 것 인지 조목조목 짚어준다. 손님의 안부와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것은 기본이다. 물약을 먹기 어려운 어린 환자의 보호자가 어려움을 토로하면 그에 맞는 복약지도로 보호자의 고충을 덜어준다. “식후 30분에 드세요”라는 기본적인 멘트만 하는 약사들에게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진심이 묻어난다. 이런 경영방식은 정 약사의 약국을 단시간에 단골약국으로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다.

대구 토박이인 정 약사가 이곳에 개국을 한 것은 3년 전. 그의 학번에서 알 수 있듯 동년배들 보다 늦게 약사대열에 합류했다. 원래 화학공학을 전공한 공학도였던 그는 취업을 앞두고 있을 때 터진 IMF로 진로를 고민하다 뒤늦게 약대에 입학했다. 늦은 출발이었지만 약사로서의 그의 열정은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는다.

졸업 후 경북 구미에서 1년반의 근무약사 생활을 할 때는 약국경영에 필요한 한약강좌를 듣기 위해 밤기차를 타고 서울로 향했을 정도다.

“약국을 경영할 때 필요한 실용적 교육에 목이 말랐습니다. 이왕에 할 거 제대로 하고 싶은데 학교에서 쌓은 지식만으로는 한계가 있었으니까요.”

고향을 등지고 서울로 온 까닭도 배움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평소의 좌우명 때문이다.

“서울은 약국도 많고 경쟁이 심해 살기 팍팍하다 느낄 수 있지만 약국에 실제적으로 필요한 강좌가 많이 열리고 어떤 가능성을 시험해 볼 수 있어 좋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타향살이는 녹록치 않은 법. 힘들 때는 어떤 식으로 마음을 달래는지 묻자 약국 수납장 속에 고이 모셔놓은 바이올린을 조심스레 꺼내 보인다.

“약국 안에서 약공부 말고 무엇인가 마음을 채워줄 것을 찾다가 어린시절 다뤘던 바이올린을 다시 들게 됐습니다.”

그는 약국이 끝난 후 쌓였던 피로를 일상이 주는 고단함을 바이올린 선율에 날려 보내며 많은 위안을 얻는다고 한다.

정 약사는 앞으로 인생상담, 건강상담, 고민상담 등을 편히 할 수 있는 토털케어약국을 하는 게 꿈이다.

“아직 갈 길이 먼 초보 약사지만 하나씩 해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그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