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회는 회원 모두의 훌륭한 문화공간"

지난 호 릴레이인터뷰의 주인공인 윤기호 약사(중앙약대 89학번·서울시 구로구 한독프라자약국)는 다음 인터뷰 대상자로 공영익 약사(영남약대 94학번·서울시 구로구 소화약국)를 추천했다. 윤 약사와 공 약사는 이웃약국에 위치해 친분을 쌓고, 구로구약사회를 통해 돈독한 우정을 쌓아가고 있다.

살아가면서 가장 잘한 게 무엇이냐 물었더니 한참을 생각한다. 대뜸 잘못한 것 밖에는 생각나지 않는단다.

물음을 돌려 좌우명이 무엇이냐 물었다. 그러자 좌우명 같은 건 없단다. 좌우명이 워낙 자주 바뀐 탓도 있지만 요즘 생각은 그냥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게 전부라고 덧붙인다.

서울이 온통 폭염으로 휩싸였던 지난 15일 오후, 인터뷰 주인공 공영익 약사를 만났다.

구로시장 근처 목 좋은 자리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그의 첫인상은 순한 얼굴, 깔끔한 인상이 마치 ‘공부밖에 몰랐어요’라고 써있는 듯했다. 게다가 동안이지 않은가.

그런데 그는 참으로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다. 구로구약사회 한약이사이자 5년전엔 그 힘들다는 공인중개사까지 취득했다. 이 뿐인가, 서울시약사회 합창단 창립멤버로 지난해에는 전국약사대회에서 2만여명의 약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노래도 불렀다. 알면 알수록 알고 싶어지는 사람이다.

경영학도였던 그가 약사의 길을 선택한 것은 전문직을 가지라는 매형의 권유가 컸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누구나 한번쯤은 방황해보았을 나이, 그는 현실에 안주하는 대신 과감히 자신의 인생을 재설계했다.

목표가 생겼으니 달려 나가기만 하면 됐다. 수능 1세대로 마음고생이 심했을 법하지만 꿈을 위해 후회하고 되돌아볼 시간 따위는 없었다. 그리고 이렇게 약사가 됐다.

그에게 어떤 취미를 가졌느냐고 묻자, 전과는 다르게 돌연 표정이 밝아진다.
“서울시약사회 합창단 활동을 해요. 다단계죠 다단계”
합창단과 다단계. 도대체 이 상관관계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 그런데 답은 너무 쉽게 나온다. 들어가기는 쉬운데 나오기가 힘들단다. 창립멤버로 자의반 타의반 시작한 합창단 활동이 벌써 1년이나 됐다. 올 10월쯤엔 창단 1주년 기념공연도 열 계획이다.

대한약사회 4층 강당에 모여 일주일에 한번 노래연습을 하지만 주말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가장의 역할을 수행하느라 자주 참석하지는 못한다고 덧붙인다.

그가 활동하는 서울시약사회의 50~60명되는 합창단 인원 중에 남자는 고작해야 10명 남짓이다. 그러다 보니 남자들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다. 돌연 그가 “항상 개방돼 있으니 나이불문하고 관심 있는 남약사님들이라면 언제든지 환영합니다”라는 모집멘트를 잊지 않는다.

다단계니 어쩌니 해도 창립멤버로서 합창단에 대한 그의 애착이 고스란히 묻어 나온다.

동호회 얘기를 하며 웃음이 끊이지 않던 그가 말한다.
“스트레스 푸는 일, 먼 곳에서 찾을 필요 있나요? 회원들 모두 가까운 약사회를 통해 문화와 여가생활을 함께했으면 합니다. 임원들만의 약사회가 아닌 회원 모두가 약사회의 주인이라는 걸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