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 릴레이인터뷰의 주인공인 이원일(중앙약대79학번·경남 마산시약회장·장수당 약국) 약사는 다음 인터뷰의 주인공으로 안준민(성균약대 89학번·강원도 원주시 신림면 신림약국·원주시약사회 총무) 약사를 추천했다. 이 약사는 안 약사를 가리켜 의료 사각지대로 분류된 곳에서 약국을 운영하며 지역민에 공헌하는 후배라고 소개했다.

지역사회 건강 보살피는 '시골약사'

“진짜 약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안준민(성균약대 89학번·신림약국) 약사가 강원도 원주 에서도 한참 떨어진 신림면에 둥지를 튼 것은 정확히 13년 전이다. 서울시내에 개국을 했던 새내기 시절, 단순히 약을 파는 사람으로만 취급당하는게 싫어 시골행을 결심하게 됐다고 한다.

“제 손길이 필요한 곳이 어디일지 고심하던 중에 이곳을 알게 됐습니다. 서울에서 하던 약국을
접으니 수중에 딱 500만원이 떨어지더군요. 두려움은 없었습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라 생각했으니까요.”

안 약사가 이곳을 찾을 당시만 해도 변변한 약국이나 병원이 없어 주민들은 버스를 타고 40여분을 달려 외지로 나가야 했다. 의료사각 지대에 놓인 이들에게 그는 구세주와 같았다.
허름한 청기와집의 단출한 곳이었지만 약사로서의 존재감을 만끽할 수 있던 생활에 그는 행복하기만 했다. 지금은 의원이 생겨 더 이상 사각지대가 아니지만 불과 몇 년 전에는 그가 직접 구급약을 들고 치악산 꼭대기를 오르기도 했다고.

안 약사는 좀 더 영역이 확실한 약국을 만들기 위해 한약을 공부했다. 손수 약제를 골라 약국에서 바로 탕제를 조제한다. 이런 그의 정성은 균형 잡힌 약국매출로 나타났다. “의원이 있긴 하지만 처방은 그리 많지 않아요. 오히려 OTC와 한약이 꾸준히
나가죠. 분업전 이나 분업 이후에나 우리 약국은 별로 달라진게 없어요.”

그는 한약제 중 에서도 특히 인삼과 홍삼에 관심이 많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진가를 발휘하는 삼(蔘)은 안 약사의 삶과도 닮아있다.

3년 전, 안 약사는 동네 어귀 텃밭을 매입해 ‘세한도’라는 이름의 펜션을 지었다.

“사실 제 꿈은 소박해요. 저 푸른 초원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라고나 할까요.(웃음) 약국 때문에 친척형님의 도움을 받으며 펜션을 운영하고 있어요. 한번에 완성한게 아니라 아직 손 볼 곳이 많아요.” 실제 그의 펜션은 깔끔한 건물과
달리 실외는 조경공사가 한창이다. 좀 더 푸르게, 좀 더 안락하게, 자연과 조화된 곳으로 만들고 싶은 것이 그의 바람이다.

안 약사는 “아직 지방 곳곳에 약사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많다”며 “동료들이 너무 도시에만 몰려있지 말고 직업의식과 보람을 동시에 느낄 있는 시골로 많이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펜션 공사가 마무리 되면 그는 홍삼과 관련된 건기식 사업에 도전 할 계획이다.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안 약사의 다음 행보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