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약사인생’의 절반을 한약과 함께


지난호 릴레이 인터뷰의 주인공인 김선회(덕성약대 75학번·남지약국) 약사는 다음 인터뷰 대상자로 조구희(대구효성가톨릭대 54학번·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오령약국·한국고방연구회명예회장) 약사를 추천했다. 김 약사는 한국고방연구회의 명예회장으로 재임 중인 조 약사를 가리켜 약사인생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는 ‘정신적 스승’이라 표현했다.

“한약을 접하면서 잠재해 있던 기지가 새록새록 올라오는 느낌을 받습니다. 환자를 보는 감각이 점점 발달하고 자연의 경이로움을 생활 속에서 혹은 내 속에서 느끼죠. 어느 때는 강의중에 찰라의 회답을 얻기도 합니다.”

조구희(대구효성가톨릭대 54학번·경기도 성남시 오령약국·한국고방연구 회명예회장) 약사는 한약학을 공부할 수 있었던 자신을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한약과 임상, 그리고 체계적 상담을 접목해 약을 조제할 때 느끼는 직능에 대한 자부심 때문이다.

조 약사가 한약학에 입문한건 지금으로부터 약 20여년 전이다. 45년이 넘는 약사인생의 반을 한약학을 위해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한창 개국약사의 위상이 드높았던 60년대 초를 회상하며 “병에 약을 줘야 하는 약사가 약 주고 병도 주는 것 같아 많은 회의가 들었다”고 했다.

“병·의원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약국을 찾은 환자는 아픔을 호소했죠.
많은 약사들이 그 시절 꿈의 약으로 불리던 스테로이제와 항생제를 조제해주며 성과를 본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걸 장기복용하면 결국 제 살을 갉아먹는 것과 같더라고요. 환자 병증의 좀 더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치유해 주고 싶었습니다.”

그때 후배의 권유로 우연히 듣게 된 故이승길 선생의 한약학 강좌는 조 약사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제가 주로 취급하는 고방은 무 토막 자르듯이 실증적으로 엄격해 어물쩍 넘어갈수 없죠. 이승길 선생님은 병증에 따라 한약 한 첩을 투약할 때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몸소 훈련 시키셨어요. 선생님이 환자를 대할 때 보여주신 세심함과 자상함은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故 이승길 선생이 유명을 달리한 후 조 약사는 선생의 뜻을 받들어 동료들과 함께 지금의 고방연구회(이하 고연회)를 만들었다. 고연회에서 활동하며 후학을 양성한지도 어느새 10년. 지금은 명예회장으로 일선에선 물러나 있지만 아직도 그는 한약학에 대한 갈증으로 목이 마르다. 6년 전부터 주상복합타운 내에서 경영하고 있는 한약전문약국은 이런 그의 갈증을 채워주는 오아시스와 같다.

“우리 약국주변에는 병원이 없습니다. 오로지 복약상담을 통한 한약조제로만 운영되죠. 처방전 없이 어떻게 수익을 내는지 의아해 하시는 사람도 많지만 저는 오히려 약사로서의 영역을 확고히 할 수 있는 이런 특화약국이 앞으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 약사는 “약국경영이 점점 어려워지는 요즘, 후배들이 약사로서의 긍지를 많이 잃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당장의 이익보다는 귀중한 생명을 다루는 약사의 역할에 자부심을 먼저 느껴야한다”고 조언했다.

“‘노느매기’라는 말을 아시나요? 몫을 나눈다는 뜻이죠. 저는 이 말을 참 좋아합니다. 노느매기처럼 이웃들의 아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약사가 되는게 제 평생의 꿈입니다.”< 저작권자 © 약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