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 릴레이인터뷰의 주인공인 서진국 약사는 다음 인터뷰 대상자로 서울시 서초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김순옥 약사를 추천했다. 서 약사와 김 약사는 강남구약사회 집행부에서 회무를 하던 시절 처음만나 친목 모임인 ‘개나리 회’에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약국은 삶의 활력소 파는 경영현장”

김순옥(이화여대 약학대학 72학번·아란약국) 약사에게는 ‘항상 웃음이 넘치는 사람’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닌다. 종합 상가 건물에 위치한 층 약국의 약사, 두 아이의 어머니, 한 남자의 아내로 평범하게 살아온 그녀가 이토록 행복할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인지 들어봤다.

“우리의 인생은 끝없는 선택의 연속이죠. 저는 인생의 선택에도 세 단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을 순차적으로 해나가야 하는 것이지요. 항상 계획대로 살순 없지만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는 삶을 살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녀의 인생에 있어 꼭 해야 했던 일은 한 남자의 아내와 두 아이의 어머니로서 가정을 돌보는 일이었다. 일찍 결혼을 한 탓에 약사로서 직능의 나래를 맘껏 펼치지도 못하고 자녀양육과 가정 살림에 매달려야 했지만 그 시간을 후회 한 적은 없다고 한다.

“약국을 운영하는 건 꼭 그때가 아니어도 상관없지만, 육아는 때 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 시절 제가 해야 했던 일은 육아였던 거죠.”

김 약사가 다시 필드에 나온 건 아이들을 모두 학교에 보내고 난 뒤였다.

그때 약국은 김 약사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해야 할 일을 마치고 난 뒤 다시 찾은 약국은 그의 삶에 활력소가 됐다.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에 둘 다 욕심을 냈더라면 약국이란 공간을 이렇게 사랑할 수 없었을 거예요. 해야 할 일을 잘 마무리 했다는 안도감은 좁은 약국에서의 일도 행복하게 해줬죠.”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때를 꼽으라는 질문이 가장 어렵다는 김 약사는 사람과 사람 사이
의 마음이 통할 때 가장 큰 기쁨을 느낀다고 한다.

사소한 예로 그는 둘째 사위에게 들은 “따님 고이 키워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가 가장 큰 기쁨이란다.

자신이 선택한 삶을 이토록 사랑하는 그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아파트 상가에서 약국을 운영했던 그에게 의약분업과 남편의 퇴직이 동시에 찾아왔던 것이다.

“사실 경제적 어려움을 모르고 살았었는데 그땐 정말 막막하더라고요. 약국자리를 찾아 헤매며 인생을 한번 더 돌아보게 되고 깊은 신앙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네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네 힘을 다하여 하나님을 사랑하듯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성경구절을 항상 가슴에 새기며 산다는 김 약사.

그는 이제 할 수 있는 일을 뛰어넘어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할 계획이다.

“영화 버킷 리스트를 보면 시한부 인생을 사는 주인공이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을 해나가는 과정이 나옵니다. 이 영화를 보며 하고 싶은 일이 생겼어요. 얼마가 됐든 앞으로 사는 동안 하고 싶은 일을 리스트로 만들어 보려해요. 남들이 보면 시한부 인생의 서글픔을 느껴보고 싶냐고 의아해 할 수도 있겠지만 전 이렇게 건강할 때 아름다운 마지막을 위해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는 게 너무 행복합니다.”< 저작권자 © 약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