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 릴레이인터뷰 주인공인 심평원 김수경 약제평가2팀장은 다음 인터뷰 대상자로 다국적 제약기술회사인 칼라콘 한국대표 김진희 약사를 추천했다. 김 팀장은 “김 대표는 서울약대 80학번 동기로 졸업 후에도 지속적으로 우정을 쌓으면서 폭넓게 교류해 온 친구”라고 추천이유를 밝혔다.

다국적 제약기술회사 국내 책임자

김진희 약사가 대표로 재직 중인 칼라콘 한국지사는 방습, 색소의 일정화 등 각종 기술이 함께 반영된 정제 디자인 컨설팅을 주 업무로 삼고 있다.

김 대표는 “약마다 색깔·모양 등이 다르다”며 “소비자, 특히 한 가지 약을 장기 복용하는 환자의 경우 그 약을 ‘내게 맞는 내 약’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정제 디자인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일동제약 아로나민골드, 유한양행 삐콤씨, 화이자 비아그라 등 이름만 대면 쉽게 알 수 있는 제품에서부터 전문의약품까지 망라하고 있으며 국내 대부분의 제약사가 고객이다. 향후 필름코팅 및 디자인 수준을 넘어 제약사와 진정한 제제기술 파트너가 되는 것이 지향점이라고.

김 대표는 서울약대를 84년에 졸업, 중외제약 생산부와 개발부에서 5년간 근무 후 93년까지 약국을 운영했다. 이후 완제의약품· 원료·부형제 등의 수출입을 주 업무로 하는 마성상사에서 근무했으며 조아제약 메디팜 약국체인을 거쳐 지난 2002년 칼라콘 한국대표로 취임했다.

김 대표는 약사로서 다소 특이한 길을 걷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학창시절부터 약제학에 각별히 흥미를 느껴 제약분야에서 근무하겠다는 생각을 했고 결국 중외제약 생산부에서 첫 걸음을 내딛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중외제약 시절을 자신에게 다가온 첫 번째 행운기라고 말했다. 대다수의 여약사가 개발부에 근무하던 당시로서는 드물게 생산부에 지원한 그는 “고생도 많았지만 중외제약에 다니던 시절 중 첫 3년이 가장 열심히 일했고 즐겁게 보냈던 시간”이라며 “결국 그 덕에 평생 먹고 살 길을 열게 된 것 같다”며 웃음지었다.

김 대표는 자신에게 다가온 두 번째 행운으로 마성상사와의 인연을 들었다. 그는 “마성상사 입사는 일종의 외도였지만 무역의 기초를 알게 됐고 생산자를 상대로 영업하는 법, 영어로 거래하는 법, 수출입 자금관리, 네고하는 법 등 영업을 총체적으로 배울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설명을 들으며 그 바탕에 ‘한 순간도 헛되이 보내지 않고 열심히 한 자신에 대한 자부심’도 함께 엿볼 수 있었다.

“제약기술 분야에는 약사인력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약대를 나왔다고 약국을 개설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약국에만 시야를 묶어둘 것이 아니라 보다 넓고 큰 세계를 봤으면 합니다. 젊은 친구들이 이 분야에 보다 많이 진출해 제약업 전체의 발전을 위해 노력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특히 현장이야말로 본인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곳이니만큼 본사만 선호하지 말고 생산 현장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갖기 바랍니다.” 김 대표가 인터뷰 도중 가장 열정적으로 의견을 피력하면서 후배들에게 당부한 말이다.

내 이득을 생각하기에 앞서 어떻게 하면 일을 잘 풀리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솔직·정직하게 사심없이 일에 전념하자’를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는 김 대표는 항상 주어진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 중이라고.

김 대표는 향후 계획을 묻자 당분간 지금의 일에 전념하면서 여러 가지 진로를 놓고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제약사, 개국가, 무역회사, 약국체인, 다국적사를 두루 거치면서 쌓아온 노하우를 어떻게 집약할 지 자못 기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