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회약학 개척에 선구적 역할

지난호 릴레이 인터뷰 주인공인 성균관대 약학부 정규혁 교수는 다음 인터뷰 대상자로 숙명여대 임상약학대학원 이의경 교수를 추천했다. 정 교수는 4~5년 전 성대약대가 사회약학 분야의 연구를 확대하면서 이 교수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고 추천이유를 밝혔다.

사회약학 분야의 권위자로 널리 알려져 있는 이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미국에서 사회약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국내에 사회약학 개념을 처음 도입한 선구자이기도 하다. 또 지난해에는 국내 약학 역사상 처음으로 사회약학 전공자가 대학의 전임 교수로 임명돼 세간의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사회약학이란 의약품의 개발·생산·투약과정에서 나타나는 제반 사회현상을 사회과학적인 이론과 방법을 통해 분석 고찰함으로써 이를 체계적으로 설명· 예측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적정한 대안을 제시하는 학문이다. 궁극적으로는 국민에게 최적의 약물요법을 제공하면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주목적으로 삼고 있다. 이 교수는 이를 “사회적·제도적인 여건 속에서 약과 약사의 역할은 무엇인가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했다.

이 교수는 일반약학과 사회약학의 차이점에 대해 “일반약학이 자연과학으로서의 성격이 강한데 반해 사회약학은 거시적 관점에서 개인·사회·국가, 나아가서는 세계를 아우르는 학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약학이 개발·생산 중심의 학문분야인데 비해 사회약학은 사회과학으로서의 성격이 짙고 허가·유통·소비를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국내 사회약학 분야는 태동기이자 미개척 분야다.

이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20개 약학대학 중 일부 대학에서 약국경영학, 약업경제학, 약물남용학 등 사회약학 관련 과목을 개설하고는 있지만 과목 내용이 대부분 약국경영학에 치우쳐 있고 의약분업이나 건강보험, 제약산업 등 포괄적인 내용에 대한 강의는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에 따라 국내 약업 환경 및 약사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약사들이 사회에 진출해 관련 업무를 원활히 수행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현재 이 교수가 전념하고 있는 분야는 ‘의약품 경제성 평가에 관한 연구’다. 선별등재제 도입 이후의 변화 및 영향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작업이다.

이 교수의 꿈은 앞으로 사회약학에 대한 체계적인 교과서를 만드는 것이다. 그는 “아직까지 국내에는 제대로 된 교재가 없어 학생들에게 지식을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어렵다”며 “지금까지 공부한 것들을 종합해 좋은 책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또 순수하게 사회약학만 연구하는 학회와 학술지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서울대 약대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대학에서 약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 91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근무했으며 ‘선별목록 중심의 보험의약품 등재관리제도 개선방안연구’, ‘신의료기술 등의 경제성평가 및 활용을 위한 정책방안 : 의약품을 중심으로’, ‘의약품 안전관리 기본제도 개선방안’ 등 각종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