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보석같은 이야기 엮는 소설가

지난 호 릴레이 인터뷰의 주인공인 김선환 서울시약사회 정보통신위원장이 서울시약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이순훈 문화복지위원장(동덕약대 졸업)을 이번 인터뷰 대상자로 추천했다. 두 사람은 최근 서울시약에서 함께 일하면서 알게 됐지만 서로에게 진한 동질감을 느끼면서 짧은 시간에 이해와 존경의 폭이 넓어졌다고.

이순훈 약사는 소설가다. 이 약사는 지난 2003년 단편소설 ‘아킬레스건’으로 포스트모던 신인문학상에 당선돼 등단했고 이어 ‘아름다운 사람들’, ‘주말여행’, ‘배양’, ‘영혼의 끝자리’ 등 단편소설을 냈고 지난해에는 장편소설 ‘길은 직선으로만 흐르지 않는다’를 출간했다. 현재 한국소설가협회, 약사문인협회, 강남문인협회, 문학클럽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집필에 열중하고 있다.

몇 번이고 인터뷰를 사양하던 그는 약사 출신으로서 문학을 전공한 사람들도 쉽지 않은 글쓰기의 동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소설은 내 생활의 일부이자 궁극의 길’이라는 표현으로 답했다.

“어려서부터 글쓰는 것을 좋아했고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대학 재학시절부터였습니다. 제 내면을 몽땅 들키는 것 같아 발표는 상당히 꺼린 편이었는데 나이 40이 넘어가면서 좀 뻔뻔해진 것 같습니다.(웃음)”

이 약사는 장편소설 발간 후 3개월 만에 재판까지 발행할 수 있었던 것은 동료약사들의 배려 덕분이라며 몇 번이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올해 들어 서울시약 문화복지위원장으로 일하게 되면서 요즘 이 약사의 관심은 다음달 30일 전국약사대회에서 선보이게 될 서울시약 합창단 공연에 집중돼 있다.

이 약사는 이 공연을 위해 지난 6월 10일 첫 모임을 가진 이후 매주 일요일 7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대약회관 4층에서 맹연습 중이다. 현재 합창단에는 80여명이 등록돼 있고 60여명이 활동 중에 있는데 남성이 맡아야 할 테너와 베이스가 부족하다며 동료약사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그는 예술가답게 앞으로 ‘약사문화의 진화’를 기치로 회원들의 정서적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문화친화적인 위원회 사업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밖으로 내비치는 약사 이미지가 그다지 문화적인 이미지는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빛나는 재능을 타고나 이를 갈고닦는 약사들도 많지만 ‘시간에 매인, 현실을 좇는 약사들’이라는 뭉뚱그려진 이미지로만 인식되고 있는 것이 문제지요. 약사들도 ‘마진’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소비자에게 약사 본연의 역할인 건강지킴이로서 신뢰를 회복해야 합니다.”

그는 아내이자 한 아들의 어머니로서, 소설가이자 약사로서, 개국약사이자 약사회 임원으로서 일인다역이 힘들만도 할텐데 그런 내색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약국업무로 인해 아들에게 더 많이 신경써주지 못한 것이 미안할 따름이라고.

이 약사의 좌우명은 ‘하루가 성실하면 일년이 성실하다’는 말이다. 그는 자신이 소설에서 “삶의 방식에 있어서 어느 한 쪽이 옳거나 그르지 않은 것처럼, 우리는 인생이라는 길에서 만나 때로는 부딪치고 때로는 화합하며 주어진 삶을 살아갈 뿐”이라고 밝혔듯 좀 힘들더라도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것이 여러 길을 거치고 돌아 풍부한 인생을 만든다고 믿는 듯 했다. 그의 책을 해설한 문학평론가 유한근 교수의 표현대로 삶을 흑백논리가 아닌 다양함의 조합으로 보는 시각과 꿈을 찾아 끊임없이 떠나는 신(新)유목민이 되려는 의지의 또 다른 표현인 듯도 했다.

‘소설가와 약사, 어느 쪽이 더 소중한가’라는 우문에 대해 “처음에 약대에 갔을 때는 항상 거기가 내 자리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고 이제 약사로서 소설가협회 등에 가면 또 거기가 내 자리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라는 현답이 돌아왔다.

조창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