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 릴레이 인터뷰 주인공인 독성연구소 김승희 부장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과학부 정희선 부장(숙명약대 74학번)에게 바통을 넘겼다. 김승희 부장과 정희선 부장은 독성을 연구하는 공무원 모임인 ‘독공회’를 통해 서로를 알게 됐다. ‘독공회’는 국과수, 독성연구소, 농진청, 해수부 등에서 독성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이 모여 정보를 교환하는 모임으로 오는 6월말 심포지엄을 개최할 예정이다.

각종 감정기법 개발 앞장선 연구파

“이곳에서는 언제나 흥미로운 일들이 일어나요. 범죄가 일어나는 것은 좋은 현상이 아니지만 진실을 밝혀내는 작업은 언제나 흥미롭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이하 국과수) 법과학부장실에서 만난 정희선 부장의 첫 마디는 국과수 이미지가 갖는 흥미진진함, 긴장감 등을 그대로 느끼게 해줬다.

최근 일어난 각종 사건·사고들과 함께 국과수가 하는 일에 대해 설명을 들으니 새삼 국과수가 범죄연구의 중심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국과수는 법의학부와 법과학부 두 부서로 나뉘고 제가 맡고 있는 법과학부는 약독물과, 마약분석과, 화학분석과, 물리분석과, 교통공학과 5개팀으로 구성돼 있어요. 저는 이 팀을 모두 총괄하는 역할이죠”

숙명여자대학교 약학대 74학번인 정 부장은 약학대학 졸업 후 바로 국과수에 입사했다. 3,4학년 때 쯤 학교에서 국과수 소장의 강의를 듣고 범죄를 밝혀내는 일에 매료됐고 다른 곳은 마다하고 바로 입사했다고 한다.

처음 들어간 곳은 마약분석과. 정 부장은 각종 감정 기법을 개발하면서 마약분석과를 최고 수준으로 이끌었다.
“미국에서 마약 범죄가 성행하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도 미리 마약분석기법을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했죠. 미국의 검사방법을 참고해 우리의 실정에 맞게 소변검사 기법, 모발 검사법 등을 개발했습니다. 89, 90년 무렵 우리나라 마약범죄가 부산을 중심으로 많이 일어났고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죠”
그 후 마약분석과는 UNDCP (마약통제본부)가 선정하는 마약분석 기준실험실 10곳에 들어 이 분야의 최고 기관임을 인정받았다.

2002년 법과학부장이 된 후에는 사건에 맞는 팀을 구성하고 일의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정 부장은 무엇보다도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도록 연구원에 대한 지원 및 설비 강화를 통해 세계 최고 실험실을 향한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국과수의 연구결과를 100% 신뢰합니다. 내부에서도 최고임을 자부하죠. 하지만 이것을 세계화, 국제화시키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인정이 필요해요. 지금 제 목표는 국과수가 세계 최고 연구기관임을 인정받는 것입니다”

바로 국제실험실인정제도(ISO17025)를 통해 인정받는 것. 연구원의 실력, 설비 수준, 미지실험 통과 등 기준 조건을 맞춰야하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미 유전자, 마약 등 몇 개 실험실이 인증을 받았다고 한다.

주어진 업무 외에 새 감정기법을 개발하는 것도 연구소의 중요한 일이다. “범죄가 줄었으면 좋겠지만 그렇진 않을 겁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도 마찬가지죠. 오히려 범죄는 매일 새로워지고 있어요. 새로운 범죄에 대응하려면 새 감정기법을 개발해야 하죠. 연구팀을 구성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한편 정 부장은 2005년 국제법독성학회를 성공적으로 유치해 우리나라 연구소를 알리고 기술력을 알리는 데 기여한 바 있다.
“국제법독성학회는 쉽게 유치할 수 없고 국가별 경쟁력도 심해 유치운동을 적극적으로 해야 합니다. 당시 외국에서 4백명이 넘는 인원이 오고 이례적으로 유럽에서 특히 많이 참관했습니다. 학회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국가적으로도 위상이 높아져서 보람있었어요”

정 부장은 이 학회 8명의 이사 중 한 명으로 아시아에서는 유일하다.
“앞으로 국제학회를 리드할 수 있는 위치에 가고 싶어요.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죠. 하지만 그럼으로써 우리 연구의 저력을 보여주고 국가의 위상을 높이고 싶습니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