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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땅, 아름다운 숨결(55)보종각 범종 삼존불에 佛心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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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7.05.28  12: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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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내소사-②

내소사의 보종각에 있는 범종을 구경할 차례다. 梵鐘이란 여러 종류의 鐘 중에서도 특별히 불교의식에 쓰이는 종을 말한다. 높이 매달아 놓고 줄을 당겨 흔들어 치는 서양의 종과는 달리 범종은 낮으막하게 매달아 놓고 별도로 제작된 목제 타구로 종의 겉을 쳐서 울리게 되어 있다.

옛 범종은 청동을 흙으로 만든 거푸집에 넣어 주조했다. 가운데는 텅 비어있고 꼭대기에는 음을 발산하는 音筒이 있어 소리가 은은히 멀리 퍼져가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보아서 특별하게 느끼지 않고 있을 뿐, 범종처럼 생긴 종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오직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불교 예술품이라는 얘기다.

우선 간단히 우리나라 범종의 의장적 특징을 보자. 종의 맨 아래와 위쪽에는 당초문이나 연화문과 같은 연속무늬로 장식된 두꺼운 띠가 둘러져 있고 종의 중간 부분에는 당좌(撞座)라고 불리는 타종 지점이 양각되어 있다. 이 당좌는 거의가 한 송이의 연화무늬로 조각된다. 당좌는 두 군데가 대칭으로 마주보게 되어 있다. 그리고 당좌와 당좌 사이에는 흔히 飛天像 등의 독특한 그림이 조각된다. 피리를 부는 天人이 양각된 에밀레 종의 비천상은 너무나 유명하다.

위쪽의 띠 바로 밑에는 종을 빙 둘러 네 곳에 정사각형에 가까운 사각 테두리가 있고 그 안에는 9개의 돌기가 질서정연하게 배열되어 있다. 이 사각의 테두리를 유곽(乳廓), 그 안에 있는 돌기를 젖꼭지와 같다 해서 乳頭라고 부른다.

종의 꼭대기에는 종을 매다는 종뉴(鍾紐)가 있고 종뉴와 나란히 음통이 솟아올라있다. 종뉴는 보통 꿈틀거리는 용의 형상으로 조각되어 있어 얼핏 보면 음통을 용의 몸이 감싸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대체로 이런 모습이 우리나라 범종의 전형적인 양식이다. 이러한 양식은 고려시대까지 지속되다가 고려 말 조선조에 들어서면서 많이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내소사 보종각에 걸려있는 범종은 우리나라 범종의 전형적인 양식을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는 고려시대의 범종으로 안정된 형태와 우아한 외양 등 여러 면에서 걸작의 요소를 두루 갖춘 뛰어난 작품이다. 높이 103cm , 지름 67cm의 비교적 작은 규모이지만, 비천상이 조각되는 자리에 조각된 삼존불이 몹시 이채롭다. 본존불은 활짝 핀 연화대좌 위에 앉아있고, 양 옆에 협시불이 호위하고 있는 전형적인 삼존불이다. 삼존불이 범종에 조영된 예는 내소사 동종이 거의 유일한 사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래는 고려 후기인 1222년에 청림사의 종으로 만들어 졌으나 청림사가 폐사되자 조선 철종 때인 1850년, 내소사로 옮겼다고 한다. 보물 제277호로 지정된 국보급 유물이다.
범종을 다 보았으면 다시 법당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법당과 거의 일직선으로 마주보고 있는 단정한 누각이 앞을 가로막는다. 앞서 말했듯, 봉정사의 만세루 등과 같은 기능을 가진 전위누각으로 門樓를 겸한 누각이다.

이런 누각은 경우에 따라 봉정사처럼 법고와 목어 등 불구를 걸어놓는 장소가 되기도 하고 해인사의 경우처럼 불자들에게 설법을 하는 강당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봉래루는 조선초기의 양식을 보여주는 목조건물로 전면 5칸 측면 3칸에 맞배지붕을 올린 누각이다. 5칸의 정면 공간은 일정하지 않고 가운데가 가장 넓고 양쪽 끝으로 갈수록 좁아지게 되어 있어 사뭇 기하학적인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산에 뒹구는 돌을 그냥 가져다 쓴 듯 전혀 다듬지 않은, 우람하고 울퉁불퉁한 돌을 사용한 礎石이다. 기둥을 받치는 받침돌인 초석은 반들반들하고 평평하게 다듬어져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목조건축을 보면 그런 문제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은 빛이 역력하다. 힘들게 돌을 다듬는 대신, 나무를 돌의 요철 상태에 맞춰 끼우는 방식을 택했다. 이런 기술을 전문용어로 ‘그랭이질’이라고 부른다. 이런 탓에 우리나라 목조건물에서는 초석의 평면이 울퉁불퉁한 것은 물론, 높낮이가 서로 달라도 크게 개의치 않았다.

이렇듯 다듬지 않은 자연석 초석 위에 기둥을 깎아 끼운 사례는 옛 사찰 건물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이제까지 눈여겨보지 않았다면 이제부터 주의를 기울여 관찰해 보기 바란다. 그런데 내소사 봉래루의 경우는 그 정도가 엄청나게 심한 것이 이색적이다. 초석의 크기와 모양을 보면 누구나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계속)

글/서조(여행작가)< 저작권자 © 약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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