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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땅, 아름다운 숨결(51)배산임수 남향에 국보급 유물 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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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7.04.23  16:4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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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신륵사 ③

신륵사 강변의 풍경에 빠져 보았다면 이제는 사찰의 중심부로 향해 본격적인 사찰 답사에 나설 차례다. 언덕 위의 전탑 아래로도 길이 나 있어 사찰의 정면인 구룡루쪽을 지나지 않고도 중심부로 들어설 수는 있지만 사찰의 구조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다시 일주문 쪽으로 돌아 나와 구룡루를 지나쳐 들어가는 것이 좋다. 앞서 말했듯 이 사찰은 배산임수 형의 남향사찰로 가람의 구조가 매우 단출하다. 큰 절에서 볼 수 있는 천왕문이나 불이문 등이 없고 그 자리에 얼핏 보아서는 용도를 알 수 없는 구룡루라는 건물이 법당과 마주보고 있다.

그런데 ‘구룡루’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본시 누각으로 지어진 것이다. 이렇게 법당과 마주보고 있는 누각은 ‘전위누각’이라 해서 부석사의 범종각이나 안양루의 경우에서 보았듯이 문루의 역할을 겸하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구룡루는 이름만 누각일 뿐 누각이라면 당연히 트여있어야 할 아래쪽이 돌벽으로 막혀있어 문의 구실을 전혀 못하고 있다. 기둥의 길이가 누각 치고는 너무 짧은 것으로 미루어 처음에는 누각으로 지어져 아래가 트여있었으나 천정이 너무 낮아 제 구실을 하지 못하자 아예 밑을 막아버린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현관문을 놔두고 범종각 옆으로 난 길을 통해서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이 구룡루를 문루로 보았을 때 신륵사의 기본적인 가람배치는 남북을 잇는 선을 따라 법당 과 탑, 전위누각이 한 줄로 서 있고 그 양쪽에 요사채가 자리잡은 전형적인 ‘남북선상의 일탑식 가람배치’이다.

법당인 ‘극락보전’은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로 크기는 아담하나 다포계 양식에 팔작지붕을 올려 主佛殿답게 화려한 외관을 갖추고 있다. ‘극락보전’은 극락세계를 주관하는 아미타불을 모신 불전이다. 그 앞에는 아담한 규모의 석탑이 서 있는데, 보물 225호로 지정된 이 탑은 한눈에 보아도 범상치 않은 모습이다. 우선 우리나라의 석탑은 재질이 거의 대부분 화강암인데 비해 이 탑은 대리석으로 만들어졌다. 또 지붕과 탑의 몸체가 분리되어 있는 것이 보통인데 이 탑은 한 장의 돌로 이어져 있는 것도 특징이다. 그런데 이 탑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탑의 몸체에 새겨진 화려한 무늬이다. 특히 2층 기단의 탑신에 새겨진 용무늬는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듯 힘차고 정교하다. 기본적인 형태에서는 정형탑의 양식을 이어받고 있지만 여러면에서 독특한 변형을 가미한 창조적인 작품이다.

탑과 법당인 극락보전을 다 보았다면 이제는 경내의 외곽으로 걸음을 옮길 차례다 법당 왼쪽 옆으로 난 길을 따라가다 보면 보물 180호로 지정된 독특한 조선시대의 건물 조사당이 나오고 그 옆으로는 낮으막한 산언덕을 따라 계단이 나 있다. 이 계단이 바로 신륵사가 지니고 있는 국보급 유물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보제존자 나옹화상과 관련된 유물이 있는 곳으로 오르는 길이다.

계단이 끝나는 지점 산 언덕에 평지를 만들어 조성한 유적지에는 흔히 ‘보제존자 석종’이라고 불리는 사리탑과 그 사리탑의 내력을 새긴 탑비, 그리고 사리탑 앞을 지키고 있는 석등이 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 이 세 개의 유물 모두가 보물로 지정된 국보급 유물이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중앙에 있는 보제존자 석종으로 이것은 신륵사를 상징하는 명승 나옹화상의 사리가 안치된 부도이다. 부도의 모양이 마치 종을 엎어놓은 것처럼 생겼다 해서 ‘종형부도’ 혹은 아예 ‘석종’이라고 부른다. 나중에 다시 설명할 기회가 있겠지만 이 형태는 우리나라 부도의 정형이라고 할 수 있는 이른바 ‘8각원당형 부도’와 함께 쌍벽을 이루는 양식이다. 보제존자 석종은 육중한 질감과 안정된 형태로 우리나라 석종형식의 부도를 대표하는 유물로 꼽히고 있다.

한편 그 앞에는 부도를 지키는 석등이 서 있다. 팔각원당형의 정형 양식에 크기는 그리 대단치 않으나 건립연대가 분명해 석등의 양식변천을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가 될뿐더러 석등 자체로 보아도 극히 섬세하고 화려한 무늬를 자랑하는 걸작이다. 기단과 화사가 서로 다른 재질로 만들어졌는데 기단은 화강암이고 화사는 대리석이다. 조각이 쉬운 대리석의 특징을 살려 화사부분에는 천의를 휘날리며 날아오르는 비천상을 조각했다. 날렵하고 화려한 솜씨에 감탄이 절로 난다.

대충 이 정도에서 신륵사의 답사는 끝을 맺는다. 이제까지 보았듯이 신륵사는 작은 규모에 비해 놀라우리만큼 많은 국보급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 문화유산의 보고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는 달리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강변사찰로서 그윽하고 수려한 경관까지 갖춘 명찰이다. 여주에는 신륵사 이외에도 국보급 유물이 즐비한 고달사지, 세종대왕의 능인 영릉, 명성왕후 생가 등 수많은 역사적 유적들이 남아있다. 신륵사를 중심으로 이들 유적까지 함께 돌아본다면 더없이 알찬 답사여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끝)

글/서조(여행작가)< 저작권자 © 약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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