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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땅, 아름다운 숨결(49)한적한 麗江 굽어보며 地氣를 세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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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7.04.02  16:2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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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신륵사 ①


이른바 山中寺刹이 대종을 이루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이름 있고 분위기 그윽한 고찰은 의례 깊은 산중에만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대부분의 사찰이 고적한 산중에 자리잡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깊은 산 속을 찾지 않아도, 또 그리 멀리 떠나지 않아도 만날 수 있는 아름답고 유서 깊은 명찰도 적지 않다. 이번 호에 소개하고자 하는 경기도 여주의 神勒寺가 바로 그러한 사찰의 하나이다.

신륵사는 여주시 복판을 가로지르는 남한강 줄기를 흡사 치마처럼 앞에 두르고 앉아있는 아름다운 사찰이다. 여주를 흐르는 이 남한강 상류의 물줄기를 흔히 ‘麗江’이라고 부르는데, 이를테면 신륵사는 이 여강을 굽어보고 서 있는 ‘강변사찰’인 셈이다. 이렇듯 강변에 자리잡은 사찰은 신륵사 말고는 다른 예를 찾기가 어렵다.

지금은 이 신륵사 주변이 도자기 전시관을 비롯 여러 문화 위락시설이 들어찬 관광단지로 변해 호젓한 맛이 훨씬 줄어들었지만, 필자가 대학에 다니던 한 20여년 전만 해도 신륵사는 시원스레 펼쳐진 강줄기와 흰 백사장 말고는 주변에 무슨 시설 같은 게 일체 없었던 더없이 조용하고 서정적인 절집이었다. 날씨가 몹시 쌀쌀했던 겨울방학의 어느 날, 신륵사 앞에 단지 하나 밖에 없었던 식당 겸 찻집의 2층 창가에서 물새가 날아드는 여강의 흰 백사장을 내려다보며 마셨던 한 잔의 커피와 그 씁쓸했던 담배연기를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물론 요즘에는 그렇듯 고적한 정취는 전혀 느낄 수 없게 되었지만, 그림 같은 기암괴석 위에 올라앉은 8각의 정자와 작은 석탑, 그리고 우뚝한 전탑으로 요약되는 강변 풍경의 아름다움은 조금도 빛바래지 않고 찾는 이들을 감동시킨다.

그러나 신륵사의 가치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규모로만 본다면 앞서 소개한 해인사나 부석사 등의 거찰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작은 사찰이지만, 절에 남아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의 수준은 어지간한 거찰을 훨씬 능가하고도 남는다. 아마도 서울 근교에서 신륵사만큼 질적 양적으로 훌륭한 문화재를 많이 소장한 사찰은 없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신륵사는 아름다운 풍광과 문화재적 가치를 동시에 지닌 경기도 지역 최고의 명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신륵사가 언제 창건되었는지는 문헌상의 증거가 없어 확실히 알기 어렵다. 다만 일개 작은 지방 사찰에 지나지 않았을 신륵사가 명찰의 반열에 오르게 된 것은 고려 말 王師까지 지냈던 名僧 나옹화상이 이곳에서 입적한 이후의 일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려사>의 기록에 따르면 나옹의 입적을 계기로 그의 부도를 비롯, 수많은 전각들이 새로 지어지거나 중수되어 당당한 대가람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그밖에 역시 고려 말의 대유학자로 불교에도 관심이 많았던 목은 이색도 신륵사와 인연이 깊은 인물이다. 조선시대의 한 기록에 따르면 신륵사는 ‘나옹과 목은, 이 두 명사로 인해 경기 일원의 유명한 사찰이 되었다’고 한다. 그 후 조선조에 들어서 세종대왕의 능인 영릉이 이곳 여주로 옮겨지게 되자 신륵사는 영릉의 願刹로 지정되어 또 한번 중흥의 기회를 갖게 된다. 이런 내력에서도 보듯이 신륵사가 엮어온 역사는 명찰의 이력서로서 결코 손색이 없다.

이제 아름다운 강변사찰 신륵사로 가자. 여주는 서울에서 두시간 정도면 넉넉히 갈 수 있는 가까운 곳이다. 차량으로 갈 경우, 여주 톨게이트를 지나 여주 시내로 진입한 뒤, 이정표를 따라 여강 위를 지나는 여주대교를 건너 오른쪽으로 난 강변도로를 따라가면 금방 도착할 수 있다.

가람의 터를 보면, 북쪽으로는 나지막한 鳳尾山 자락이 병풍처럼 뒤를 둘러싸고 있고 남쪽으로 남한강 상류인 여강의 물줄기가 휘돌고 있다. 봉미산이 워낙 낮으막한 산이어서 돋보이지는 않지만, 전형적인 背山臨水의 형세다. 다만 남쪽으로는 강이 있기 때문에 강줄기를 따라 난 일주문에서 들어오면 사찰의 서쪽에서 들어오는 셈이 된다.

일주문을 들어섰을 때, 우선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왼쪽의 사찰 건물이 아니라 거의 정면으로 마주보이는 아늑한 강변의 풍경이다. 지금은 단지 아름다울 뿐이지만, 댐 시설 같은 것이 없었던 옛날에는 강변의 범람이 예사롭지 않았을 것이다.

전통적인 風水地理 사상에서는 이렇듯 지리상으로 취약한 지역에는 사찰이나 탑을 세워 地氣를 보완했다고 하는데, 이것을 풍수용어로 裨補라 한다. 아마도 강변의 바위 위에 서 있는 작은 석탑이나 그 뒤쪽에 서 있는 거대한 전탑은 이런 뜻에서 세운 裨補塔일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이것은 그 옛날 신륵사가 이 한적한 강변에 세워진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신륵사의 창건 설화에 나오는 ‘사나운 龍’의 존재나 이 용을 잠잠케 한 재갈을 뜻하는 ‘神勒’이라는 사찰의 이름에서도 이점을 짐작할 수 있다. (계속)

글/서조(여행작가)< 저작권자 © 약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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