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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땅, 아름다운 숨결(48)고대 목조건축의 백미 ! ‘무량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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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7.03.26  16:2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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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 부석사 ⑤

무량수전은 각급학교 역사교과서에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할 정도로 유명하면서도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무량수전이 이토록 유명한 것은 무엇보다도 현재 남아있는 목조건물 중 가장 오래된 건물 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현재 남아있는 목조건물은 거의 다 조선시대 이후의 것이고 고려시대의 것으로는 여기서 가까운 안동 봉정사의 극락전, 예산 수덕사의 대웅전, 그리고 이곳 부석사의 무량수전 셋 정도에 불과하다.

그 중에서도 부석사의 무량수전은 우리나라 고대 목조건축의 특징적 양식들을 두루 갖추고 있어 고대건축의 구조와 양식을 연구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자료이다.
우선 무량수전은 정면 5칸, 측면 3칸의 당당하고 안정감 있는 건물로 지붕의 형식은 팔작지붕이고 기둥 위에만 공포가 조성된, 이른바 주심포 양식의 건물이다. 그런데 무량수전의 특징을 이야기할 때 빼놓지 않고 언급되는 단어들이 ‘배흘림 기둥’ ‘안쏠림’ ‘귀솟음’ 등의 낯선 용어들이다.

배흘림기둥은 기둥의 위쪽과 아래쪽이 가늘고 중간부분이 볼록하게 튀어나온 기둥을 말한다. 배흘림의 사례는 여러 고대 건축물에서 발견할 수 있지만, 무량수전의 배흘림 기법은 특히 심하고 두드러진 예에 속한다. 그 다음 안쏠림은 기둥을 정확하게 일직선으로 세우지 않고 문자 그대로 윗부분이 건물 안쪽으로 쏠려있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귀솟음은 건물 귀퉁이를 떠받치는 기둥을 안쪽의 기둥보다 약간 높게 세우는 수법을 말한다.

이러한 기법은 무엇보다도 시각적인 錯視에 의한 왜곡현상을 막아 건물을 균형있고 안정감있게 보이려는 시도이다. 이제까지 무량수전을 대충 보고 지나쳤다면 이제라도 이런 점에 유의해서 세심하게 살펴볼 일이다. 우리나라 고대 건축 기법은 미학적인 측면에서도 상당히 뛰어난 수준이었음을 깨달을 수 있다.

무량수전의 외관을 다 살폈다면 이제 법당의 문을 열고 그 안에 있는 불상을 눈여겨보자. 우선 앉은 위치가 너무나 남다르다. 대개의 불상은 법당 문을 열면 불상이 정면으로 앉아있는데, 무량수전 안의 불상은 옆으로 앉아있다. 동쪽을 향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무량수전’이라는 堂號로 보아 불상은 아미타여래임이 분명한데 특징적인 모양, 특히 手印이라 불리는 손의 자세는 석가모니불의 대표적 수인인 이른바 ‘항마촉지인’이다. 이를테면 당호로 보아서는 당연히 아미타불인데 생김새는 석가모니불의 외양을 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앞서 해인사의 경우에서 보았듯이 화엄종 계통의 사찰에서는 ‘대적광전’에 ‘비로자나불’을 모시는 게 보통인데 여기는 명색 화엄의 宗刹이라면서 主佛이 아미타불이라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선 이 불상이 비로자나불이 아니고 아미타불인것과 남쪽을 향해 앉아있지 않고 동쪽을 향하고 있는 것은 화엄경의 한 부분을 공간적으로 재현하려한 교리상의 문제이다. 그러나 수인이 석가모니불의 모양인 것에 대해서만큼은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 불상은 변형이 어려운 금동불이나 철제불상이 아니라 진흙으로 빚은 塑造像이므로 어쩌면 금칠을 다시하고 부서진 부분을 고치는 과정에서 이렇게 바뀌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처음부터 이런 모습이었을 수도 있다. 너무나도 유명한 석굴암의 본존불도 수인을 비롯한 기타 특징상으로는 석가모니불이지만, 그런 외양과는 관계없이 신라의 정토신앙에 따른 ‘아미타불’이라는 주장도 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호화로운 닫집 아래 금빛 찬란한 광배까지 갖추고 앉아있는 이 불상은 우리나라에선 그 예가 드문 소조여래상으로 국보 제45호로 지정된 금쪽같은 보물이다. 양식상으로는 고려 후기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화염문이 정교하게 새겨진 광배는 나무로 조각된 목조광배이다.

무량수전까지 보았으면 부석사의 하이라이트는 다 둘러본 셈이지만, 아직 부석사 기행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무량수전 뒤쪽 산비탈로 난 길을 따라가면 조사당과 응진전을 볼 수 있고 부석사의 창건설화와 관련된 거대한 浮石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조사당은 규모는 작지만 무량수전과 함께 고려 말에 처음 지어진 매우 오래된 건물로 역시 국보 19호로 지정된 대단한 유적이다. 그 앞에는 이름모를 나무 한그루가 철책 속에서 보호를 받으며 서 있는데, 전설에 따르면 의상대사가 땅에 꽂아놓은 지팡이가 자라서 된 나무라고 한다. ‘뜬돌’의 존재와 함께 부석사의 이미지에 신비감을 더해주는 것들이다.

조사당에서 내려와 다시 무량수전 앞뜰에 서 보자. 동쪽으로는 탑이 있고 앞으로는 날렵한 석등과 장중한 안양루가 버티고 있는 평화로운 공간이 아닌 게 아니라 극락의 한 모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거기서 한 미술사학자의 수필집 제목처럼 ‘무량수전의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 저 멀리 사바세계를 내려다보라. 부석사가 왜 그렇게 아름다운 절로 이름이 높은지 새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끝)

글/서조(여행작가)< 저작권자 © 약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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