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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땅, 아름다운 숨결(46)범종루 뛰어난 공간조형은 한폭 풍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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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7.03.12  16: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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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 부석사 ③

부석사의 본격적인 면모는 웅장한 규모의 대석단에 올라서면서부터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 대석단은 큼직한 돌들을 차곡자곡 배열하고 그 사이사이에 작은 돌들을 끼워 넣어 튼튼하게 쌓아올린 일종의 석축이다. 이렇게 크기가 일정하지 않은 자연석을 다듬지 않은 본래의 생김새 그대로 쌓아올린 방식을 ‘허튼쌓기’라고 부른다. 돌을 벽돌처럼 반듯하게 다듬어 쌓아야만 벽이 된다고 생각한 서양의 시각으로는 좀처럼 떠올리기 어려운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계단을 통해 대석단 위에 올라서면 멀리 범종각을 배경으로 동서 양쪽으로 두기의 3층탑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앞서도 잠시 언급한 바 있듯이 탑은 부처님의 사리를 안치한 중요한 예배의 대상으로 보통 法堂 앞에 한기나 두기가 서 있는 것이 올바른 위치이다. 그런데 이 탑 뒤에는 법당이 있지 않다. 전혀 제 자리가 아닌 것이다. 어째서 그런 것일까.

그것은 이 탑 자체가 부석사의 것이 아니라 인근에 있었던 ‘동방사지’라는 폐사지에서 옮겨온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곳에 있던 유물을 보관 차원에서 가져다 놓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이런 내력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자칫 탑의 위치, 더 나아가 가람의 구조에 대해 잘못된 지식을 전해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조금은 유감스런 일이다.
탑은 東西로 앉은 雙塔의 경우가 대부분 그러하듯 거의 똑같은 모습을 한 쌍둥이다. 2층 의 기단에 3층의 탑을 쌓아 올린 전형적인 통일신라 후기의 탑이다.

석탑에 대해서는 앞으로 좀 더 자세하게 다룰 기회가 있을 것이지만, 일단 이곳에 있는 탑의 형태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일반적인 형태다.

우리나라의 석탑은 삼국시대 말, 목조탑을 석재로 모방하는 과정에서 양식상의 특징이 확립되었는데, 처음에는 목조탑을 그대로 베끼듯 모방하다 점차 석탑 고유의 양식을 찾아 마침내 통일신라 중기에 이르러 우리나라 석탑의 전형적인 양식을 확립하게 된다. 그 결과 나타난 탑이 바로 그 유명한 불국사의 ‘석가탑’이다. 석가탑이야말로 우리나라 불탑의 표본이라 할 수 있는 탑이다. 그래서 그 이후에 만들어진 우리나라의 탑은 몇몇 변형을 제외하고는 모두 석가탑을 닮아있는 것이다.

2층의 기단 위에 지붕 모양의 옥개를 포함한 3층의 탑신을 올리고 그 위에 보주를 얹은 상륜부의 장식등이 모두 불국사의 석가탑에서 보이는 특징들이다. 다만 이러한 양식상의 특징은 시대가 내려가면서 점차 퇴화되는 경향을 보여주게 된다. 여기 있는 이들 탑에서도 이러한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두 탑의 사이로 당당하면서도 우아한 누각이 한 채 보인다. 바로 범종각이다. 梵鐘은 여러 종류의 鍾 중에서도 불교의 의식에 쓰이는 큰 종을 말하는 것이니 범종각은 말 그대로 범종을 매달아 둔 전각이다. 보통 범종각에는 범종을 중심으로 ‘木魚’ ‘雲版’ 등 불교 의식에 쓰이는 또 다른 용구들을 함께 걸어두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범종각은 경내의 어느 한 곳에 독립적으로 세워지기도 하지만, 큰 사찰의 경우 높은 누각의 형태로 지어져 또 다른 영역으로 진입하는 門樓의 역할을 겸하기도 한다. 부석사의 범종각이 바로 그러한 경우이다.

범종각으로 가는 길은 야트막한 계단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이 계단은 일직선으로 곧게 이어진 것이 아니라 약간씩 축을 달리해 짧은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시각적으로 무한한 변화감과 속도감을 느끼게 해 준다. 탁월한 공간조형의 한 단면이다.

어쨌든 길을 따라난 길을 따라 계속 올라가면 범종각에 이르게 된다. 정면 4칸, 측면 3칸의 당당한 규모에 화려한 팔작지붕을 얹은 2층 누각 형태의 전각이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보통 門樓를 겸하고 있는 누각은 가로로 긴 정면이 앞을 향하고 있게 마련인데 이곳의 범종각만은 합각면이 앞을 향하고 있다. 세로로 서 있는 셈이다.

당연히 누각 밑으로 난 통로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어째서 위치를 이렇게 잡은 것일까? 이러한 궁금증은 범종각 밑으로 난 좁은 통로로 들어서면 곧 감탄으로 변하게 된다. 누각 밑으로 난 돌층계를 오르기 전, 앞을 보면 돌층계의 끝과 누각의 마루 밑면이 만든 직사각형 공간으로 그 다음에 지나게 될 누각인 안양루의 자태와 몸체를 가린 무량수전의 지붕이 흡사 액자 속에 담긴 풍경화처럼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것이 바로 시각을 고정시킴으로써 중요한 대상물을 강조하는 이른바 ‘폐쇄시각(Vista) 기법’의 전형적인 사례다. 이런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통로가 결코 넓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범종루가 가로가 아닌 세로로 서 있는 이유이다. 부석사가 지닌 공간조형의 뛰어남을 또 한번 실감하는 순간이다.
(계속)

글/서조 (여행작가)< 저작권자 © 약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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