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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땅, 아름다운 숨결(45)起承轉結 탁월한 공간배치가 일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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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7.03.05  15:5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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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 부석사 ②

여느 큰 절이 대체로 그러하듯 부석사 역시 방문객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것은 일주문이다. 그 어느 절의 일주문보다도 우람하고 당당한 자태도 볼 만하지만, 그보다 더 사람의 시선을 잡아끄는 것은 일주문 안쪽으로 펼쳐진 기다란 오솔길이다. 굵직한 은행나무가 양옆으로 늘어선 이 운치 있는 길은 특히 늦가을 단풍철이면 온통 노란 은행잎으로 뒤덮여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 낸다.

이 오솔길을 걸어 한참을 올라가면 천왕문이 나온다. 지난번 ‘해인사’ 편에서 언급했듯이 천왕문은 사천왕이 지키고 있는 문 형태의 전각으로 통상적으로 절의 입구에 해당된다. 천왕문을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부석사의 진면목이 펼쳐진다. 그런데 일주문에서 천왕문을 통과하기 전에 반드시 눈길을 주어야 할 중요한 유물이 하나 있다. 왼편 산 중턱에 우뚝 서있는 幢竿支柱가 바로 그것이다.

‘당간’이란 사찰의 영역을 알리는 일종의 깃발 같을 것을 매다는 깃대를 말한다. 그러므로 당간지주는 문자 그대로 이러한 당간을 지탱하는 기둥을 말한다. 두개의 커다란 돌 기둥이 평행으로 마주보고 기둥 면에는 깃대를 고정하는 구멍이 뚫려있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다. 이 당간지주에 당간이 꽂혀있는 본래의 모습을 거의 원형으로 만날 수 있는 것으로는 계룡산 갑사에 있는 철제 당간지주를 꼽을 수 있다.

아득한 시절, 부석사 창건당시의 유물로 추정되는 이 당간지주는 높이 4.28m의 커다란 화강암 기둥이 약 1m 간격으로 마주보고 있는데, 육중한 몸체에도 불구하고 위로 올라갈수록 얇아져 중량감보다는 경쾌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보물 제255호로 지정된 중요한 유물이다. 아마도 옛날에는 화엄의 종찰임을 알리는 깃발이 휘날렸을 것이다.
이 당간지주를 지나 천왕문을 들어섰다면 잠시 숨을 고르며 위쪽으로 길게 이어진 부석사의 전경을 올려다 보자.

앞서 해인사 편에서도 잠깐 언급한 바 있듯이, 경사가 심한 산지에 세워진 사찰의 경우, 대체적으로 가람의 구성은 산비탈을 따라 일렬로 배치되어 산을 오르듯 전진하면 여러 문과 전각을 지나 마침내 사찰의 심장부인 법당에 이르게 되어있다. 봉황산 기슭, 비교적 가파른 산비탈에 조성된 부석사도 그러한 경우이다.

특히 부석사는 비탈의 경사가 상당히 심한 편인데다 실제 면적도 그리 넓지 않은 편이다. 자칫 옹색한 느낌을 주기 쉬운 입지 조건인 것이다. 그러나 뜻밖에도 천왕문 앞에서 바라보는 부석사의 전경은 실제 공간을 훨씬 뛰어 넘는 웅장한 규모로 시야를 압도한다. 그것은 바로 부석사의 탁월한 공간배치와 건물 조영양식에서 비롯된 결과다.

부석사의 전경에서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산 비탈을 깎아 크고 작은 돌을 쌓아올려 벽을 쌓고 평평한 공간을 확보한 웅장한 규모의 석축과 대석단이다. 부석사의 주요 건물들은 바로 이러한 석축과 대석단 위에 서 있고, 그 석축과 대석단들은 돌층계로 연결되어 있다. 멀리서 보았을 때, 이 석축들은 정연한 모양으로 좌측, 우측으로 조금씩 방향을 틀며 힘차게 뻗어나가고 그 공간의 고리마다 범종각, 안양루 등의 문루들이 솟아있어 말할 수 없이 입체적이면서도 웅장한 느낌을 주고 있다. 다른 산지사찰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탁월한 공간 감각이 아닐 수 없다.

여기서 보다 짜임새 있는 답사를 위해 부석사의 공간구조를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흔히 우리나라 산지 사찰은 입구를 기점으로 起承轉結의 점층적 구조를 가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구조를 부석사에 대입해 보자. 우선 일주문에서 천왕문까지가 起에 해당되는 첫 번째 영역이라 할 수 있다. 그 다음 대석단 위에서 범종각까지가 承에 해당되는 두 번째 영역, 그리고 여기서 방향이 크게 틀어져 올라가는 안양문까지가 轉에 해당되는 세 번째 영역, 마지막으로 안양문에서 법당인 ‘무량수전’까지가 대단원에 해당되는 結의 영역이다.

흔히 이와 같은 사찰의 공간구조는 거의 대부분의 큰 사찰에 대입할 수 있는 일종의 공식같은 것이라고는 하지만, 실제 답사를 해보면 그 구분이 모호할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부석사는 전통사찰의 구조를 뚜렷하게 파악할 수 있는 전형적인 공간구조를 지니고 있는 사찰이라고 할 수 있다.

어쨌든 이와 같은 기본적인 공간구조를 염두에 두고 석축으로 오르는 돌계단을 올라 본격적인 承의 영역으로 들어서보자.
(계속)

글/서조(여행작가)< 저작권자 © 약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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