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 릴레이 인터뷰의 주인공인 서울대 약대 김상건 교수가 대학 동기인 KIST 도핑콘트롤센터 센터장인 김동현 박사(서울대 78학번)에게 바통을 넘겼다. 두 사람은 대학 시절 생체대사 분야를 함께 연구하면서 친해지게 됐고 현재까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도핑테스트 연구에 바친 20여 년

키스트(KIST) 연구동으로 가는 길에는 새소리만이 들렸다. 가끔 자동차가 무심히 지나갔다. 연구에 방해되거나 불필요한 것을 최소화한다는 취지인지 변변한 이정표 하나 없었다. 조용하고 쾌적하며 단순한 공간, 연구에 집중하기에는 그야말로 최적의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외부인으로서는 여타의 기관과는 달리 상세하지 않은 길 안내 덕분에 가고 오기를 몇 차례 한 끝에 연구동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연구동 내부는 외부와는 달리 바쁘게 돌아갔다. 여기저기 기계소리, 사람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이 과학기술연구의 중심에서 김동현 박사를 만날 수 있었다.

미국에서 박사후연구원 시절을 마치고 1990년에 처음 KIST 도핑콘트롤센터에서 일을 시작한 후 2004년 센터장이 된 김동현 박사는 지금까지 도핑테스트 실시와 그 검사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도핑검사는 쫓고 쫓기는 작업입니다. 예전에는 합성약물 정도였는데 최근 들어 바이오약물 등 새로운 약물이 등장하고 있어요. 또 화학구조를 조금씩 변경해서 교묘히 검사를 피해가기도 하지요.”

그래서 김 박사는 뒤쫓기만 하는 역할을 끝낼 수 있는 새로운 검사 방법 개발에 주력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근육을 키워주는 약물인 스테로이드는 60여 가지가 있는데 약물 구조를 근거로 기기분석하기 때문에 구조형태를 바꾸면 현재의 프로그램으로는 약물을 찾아낼 수 없습니다. 만약 스테로이드가 가진 공통된 특성을 알아내면 어떤 구조를 가지고 있더라도 바로 찾아낼 수 있게 되죠.”

이외에도 김 박사가 현재 주력하는 분야는 ‘대사에 기반을 둔 약물상호작용’ 에 대한 연구․검사다.
“예를 들어 털페나딘이란 약물은 다른 약물에 의해 대사가 차단되면 혈중농도가 높아지고 심장마비까지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런 약물로 인한 약화사고를 막기 위해 개발 중이거나 혹은 발매된 약물들을 대상으로 검토합니다.”
특히 천연물 제제의 건기식이나 한약 복용으로 인한 약물 상호작용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한편 김 박사는 신약 개발이 본격적으로 실시될 때에는 전공을 살려 신약개발에 참여하기도 했었다. 당시에는 신약개발에 약물 대사, 체내 동태에 대한 연구를 적용하는 경우가 없었다. 신약의 약효를 검증하고 독성 검사하고 체내에서 어떻게 작용, 대사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미진했던 것.

“좋은 약도 몸속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밀가루에 불과하고 표적 장기에 도달하기 전에 깨져버리면 약물로서 효과가 없는 것입니다. 저는 약물대사를 전공한 데다 독성콘트롤센터에 있으면서 분석하는 기능이 강했기 때문에 그 일에 투입됐죠.”
그래서 김 박사는 신약개발에 힘쓰는 여러 제약회사와 일하면서 신약개발의 기초단계에서 체내 동태 특성, 대사에 대해 연구했고 성공적으로 약물개발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었다.

새로운 약물을 만드는 것은 운동선수가 아닌 연구자이고 그것을 밝혀내는 것도 연구자라는 아이러니한 점에 대해 김 박사는 “약은 질병으로부터 사람의 생명을 구하고 보다 나은 삶을 가져다주는 인류 최대의 선물”이라며 “따라서 약은 목적에 맞게 사용돼야 하며 약물의 오남용과 과용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약을 다루는 사람의 자세”라고 의지를 밝혔다.


김민정 기자
bykmj@pharm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