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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제약협회 문경태 부회장“제약산업 체질 강화, 시간이 없다
조창연 기자  |  chyjo@pharm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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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7.05.15  18:4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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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지티브제 유예·세제지원 통한 대안마련 시급”


위기의 한국 제약, 中興의 새 길 찾기
제약협회 문경태 부회장에게 듣는다



바이오신약 개발·수출로 활로 모색하고
일반약 활성화 위한 전략적 접근도 절실



제약업계가 지난해의 생동성시험 조작 파문에 이어 한·미 FTA 타결 및 약제비적정화방안의 실시, 특히 선별등재제도 도입으로 인해 그야말로 사면초가의 위기에 처해 있다. 고립무원의 처지에 빠진 제약업계의 위기를 헤쳐 나갈 방도는 전혀 없는 것일까.

지난달 27일 문경태 제약협회 상근부회장을 만나 업계의 입장과 향후 대처방안, 업계의 생존전략 등을 들었다. 문 부회장은 인터뷰 예정시간을 한참이나 넘겨가며 제약업계에 대한 강한 애정과 제약업 발전을 위한 평소의 소신에 찬 지론을 펼쳤다.

▲한·미 FTA 타결에 따른 피해액 추계에 있어 정부와 시민단체간 금액차이가 너무 큰데 왜 그런가?(복지부는 향후 5년간 최소 2천8백억원에서 최대 5천억원, 시민단체는 7조1천억원에서 10조5천억원으로 예상 피해액을 추산하고 있다)

- 만약 피해액이 복지부 주장대로라면 최소한의 정부 지원으로도 업계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런데 협상 타결 직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제약산업의 체질 강화를 주문했고 향후 예상되는 어려움을 언급했다. 그 정도의 피해액을 갖고 대통령이 대표적인 피해업종으로 제약업을 꼽을 필요가 있겠나.

단적인 예로 정부는 자료보호부분에서의 피해액 추계만도 너무 안이하게 도출했다. 정부는 지금과 달라진 것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미 공개된 자료를 못 쓰게 될 경우 동등 이상의 생동성시험을 거쳐야만 그에 대한 자료 인용이 가능하다는 얘기인데 결국 최소한 생동시험 기간만큼 개발 자체가 원천 봉쇄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이번 협상 타결에 대한 평가는?

- 열린우리당 양승조 의원의 평가에 적극적으로 공감한다. 한마디로 협상시한에 쫓겨 임시방편으로 협상이 타결됐다는 판단이다. 양 의원은 협상문도 계약서의 일종인데 ‘적절히’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협상문을 과연 협상문이라 할 수 있겠느냐며 시한에 쫓긴 타결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구체적인 세부안이 결정될 때는 강자의 요구대로 되는 것이 관례다. 한국과 미국 중 어느 쪽이 강자이겠는가.

▲최근 중앙일보 기고를 통해 선별등재제도(포지티브리스트시스템)의 시행 연기를 주장했는데 어느 정도의 유예기간이 필요하며 그 기간 중 업계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

- 최소한 3년 정도의 유예기간이 필요하다. 더 길면 좋겠지만.

선별등재제를 도입한 스웨덴의 경우 시행까지 5년이 걸렸다. 그런데 우리는 제도 도입 예고부터 시행까지 불과 7~8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전격적인 것도 좋지만 약제비 절감이라는 명분에만 사로잡혀 지나치게 졸속으로 입안된 정책이 아닌가라는 생각이다. 유예기간을 달라는 것은 정부시책에 따르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시행을 위한 준비를 하겠다는 말이다.

이 제도 시행은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된 현 시점에서 볼 때 선수의 손발을 묶어놓고 링에 오르라는 주문이나 다름없다. 다국적 제약사의 경우 의약품 경제성평가 경험이 많고 관련 자료 및 전문 인력이 풍부한 반면 내수시장에 의존해 온 국내 기업은 경제성 평가에 대한 인프라가 전혀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용 효과성을 입증해야 할 처지다.

현재 많은 제약기업이 R&D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용의가 있고 준비가 돼 있다. 단지 기업이 투자를 신나게 할 수 있는 여건과 분위기를 조성해 달라는 것이다. 이 제도 시행으로 인해 허가를 받아도 보험등재가 불확실해졌다. 이토록 불안한 상황에서 품질 향상과 신약 개발을 위한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질 수 있겠나.

▲지금까지 제약업계는 스스로 국내시장에만 안주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래놓고 이제 와서 너무 우는 소리만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

- 공감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그 동안 내수 위주의 제약기업을 운영할 수밖에 없었던 시스템의 책임도 분명히 있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이번 기회에 제약사간의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인수합병이 어려운 이유와 효과적인 방법은?

- 실제 제약기업을 운영해보지 않은 사람으로서 확언할 수는 없겠지만 경영권에 대한 집착이 과도한 우리 특유의 기업문화 때문이 아닐까. 또 매수자는 꾸준히 나오는데 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아직 비빌 언덕이 남아있다는 판단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웃음)

하지만 향후 5년 내에 엄청난 지각변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만 해도 3~4건의 인수합병이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 굳이 외국기업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인수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야 할 필요성에 대해 업계가 공감하고 있다고 본다.

예컨대 제약사간 합병시 2개사가 공통으로 갖고 있는 품목에 대해 약가가 높은 제품을 인정해주는 등 정부의 유인정책도 M&A 활성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기회에 분업 이후 제네릭 품목 생산에만 몰두해 온 제약사들이 일반약 품목을 늘리고 약국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 옳은 지적이다. 분업 이후 일반약시장이 지나치게 위축된 것이 사실이며 제약사들이 기본적으로 확보해야 할 약국시장을 소홀히 한 점도 있다. 더욱이 경질환자의 경우 정률제 시행과 더불어 일반약복합제를 많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제약사들은 여기서 틈새시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경우 매년 품목재평가를 통해 연간 10개 이상의 품목을 일반약으로 전환하고 있다. 우리도 전문약의 일반약 전환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가 처한 위기돌파방안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겠나?

- 제약기업은 무엇보다 R&D에 전력을 기울여 신약 개발에 힘써야 한다. 그렇다고 제네릭 제품의 개발을 무시하면서 신약 개발에만 매달리는 것도 너무 위험한 일이다. 양자가 공히 발전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바이오신약·천연물신약 개발에 관심을 집중해야 할 때다. 특히 바이오신약의 경우 우리도 확실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제약사와 바이오벤처업체간 제휴가 원활하게 이뤄질 경우 세계시장을 상대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 한국바이오벤처협회와도 더욱 긴밀한 유대관계를 형성해 나갈 예정이며 힘이 된다면 얼마든지 적극적으로 나설 용의가 있다.

또 의약품 수출은 제약기업이 무조건 가야할 길이다. 이제는 내수에 의존하는 것만으로는 버틸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중동지역에 관심을 가질 것을 권한다. 이 지역 국가들의 경우 오일달러로 벌어들인 돈은 많지만 제약업은 전무한 실정이다. 최근 방한한 두바이 상공회의소장도 한국의 제약업이 많이 진출해 줄 것을 희망했듯이 국내기업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주저하지 말고 세계를 상대로 뻗어나가는 영업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의 미국공장 건설도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지금도 유한양행, 중외제약 등 미국이 요구하는 수준의 공장을 확보하고 있는 업체들이 상당수 있다. 오츠카 향남공장의 경우 cGMP를 완전히 통과했다. 제약사가 이를 공동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본다.

이와 함께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정부 지원이 조금만 뒷받침된다면 그간 축적해놓은 자본금을 흔쾌히 연구개발에 투자할 기업도 많다. 선별등재제의 연기와 대폭적인 세제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경태 부회장은 경남 사천 출생으로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미 조지아대 대학원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했다. 1976년 행정고시에 합격, 관료생활을 시작해 보건복지부 복지정책과장, 연금보험국 보험정책과장, 대통령비서실 보건복지비서관실 국장, 복지부 기술협력관을 거쳐 주미 한국대사관 보건복지관을 역임했다. 이어 복지부 연금보험국장, 사회복지정책실장, 기획관리실장을 거쳐 정책홍보관리실장을 끝으로 관계를 떠나 현재 제약협회 상근부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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