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령 겨울

겨울이 깊어가자 미시령 계곡은 누군가 급히 빠져나간 듯 바람소리만 이리 저리 떠다니고 산등성이엔 저 혼자 쓸쓸해 하는 겨울나무 별들이 안개처럼 흩어져 있다 그들이 조용히 눈위를 걸어서 저 산너머로 저물어 가는 발소리를 듣는다 나는 그 소리를 받아적지 않아도 기억해 낼 수 있다 매년 이곳을 지나는 동안 미시령은 허연 눈을 뒤집어 쓰고 컹컹컹 짖는다 멀리 하얀 톱밥처럼 파도를 뱉어내는 바다 하얗게 까물어쳐 죽은 유년의 영혼들이 한번씩은 다 울고 가는 곳 골짜기 끝에서 벗어 두고 온 발자국들이 저벅저벅 걸어서 올라온다 하얀 노루 한마리가 멀리서 엉엉엉 짖는다

<글, 사진 : (주) 유유 이창봉 홍보광고부장>< 저작권자 © 약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