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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
우리땅, 아름다운 숨결(37)서동요의 무대 익산, 무왕의 흔적 - ③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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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왕과 선화공주, 쌍릉에 잠들다
지난호 말미에서 언급했듯이 미륵사 터에 남아있는 미륵사지탑은 현재까지 남아있는 우리나라의 석탑 중 가장 오래된 탑으로 목조건물을 재료만 돌로 바꿔 정밀하게 모방한 탑이다.
이 탑에서 실험된 석조탑은 부여의 정림사지에 남아있는 ‘정림사지 5층석탑’에 이르러 단순한 목탑의 모방이 아닌, 석조탑 고유의 양식을 갖추게 된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 무렵 나라가 망하는 바람에 백제 석탑의 양식은 더 이상 발전된 형식을 보여주지 못한다.
대신 정림사지 탑에서 구현된 백제탑의 양식적 전통은 신라 분황사 모전석탑에서 보여지는 벽돌탑의 형식과 절충되어 경주 고선사지와 감은사지 석탑을 거쳐 불국사의 석가탑에 이르러 마침내 우리나라 석탑의 전형을 완성하게 된다.
그래서 통일신라 이후에 만들어진 우리나라 석탑의 거의 대부분이 불국사의 석가탑을 닮아있는 것이다.
다만 백제 문화의 영향이 오래도록 남아있던 그 옛날의 백제 땅에서는 미륵사지와 정림사지탑의 양식적 특성을 지닌 탑이 그 후에도 계속 건립되어 지금까지도 몇기가 남아 전해지고 있다. 고려시대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인근 왕궁리의 왕궁리석탑, 부여 무량사지의 무량사석탑, 강진 월남사지의 월남사지 석탑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 백제양식의 석탑은 불국사의 석가탑을 닮은 일반적인 탑들과는 사뭇 다른 모양새를 보여주고 있다. 이제까지 여러 사찰에 있는 옛 불탑들을 무심하게 지나쳤다면 이제부턴 좀 눈여겨 보아둘 일이다.
어쨌든 이 드넓은 미륵사터에는 이 탑 하나 말고는 그다지 볼 것이 없는데 그나마 아쉬움을 달래주는 것은 이곳에서 출토된 여러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는 ‘미륵사지유물전시관’이다. 미륵사지에 대한 발굴조사가 끝난 지난 1997년 개관한 이 아담한 전시관에는 발굴결과 출토된 1만9천여점의 유물 중 약4백여점의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이 미륵사지 뒤편으로는 해발 480m 정도의 야트막한 산이 솟아있는데, 이 산이 바로 서동설화에서 무왕을 도와 미륵사를 창건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고승 지명법사가 머물었다는 龍華山이다. ‘용화’는 미륵의 다른 이름으로 실제로 익산 사람들은 이 산을 미륵산이라고 부르고 있다. 마을 사람들의 가벼운 등산코스로 사랑을 받고 있는 이 산의 정상 부근에는 지명법사가 머물었다는 절 ‘사자사 터’가 지금도 남아있다.
현재는 작은 암자가 세워져 당시의 흔적은 전혀 볼 수 없지만, 암벽으로 둘러싸인 고립된 주변환경이 매우 한적하고 조용하다. 지난 1994년 발굴조사가 이루어졌으나 백제나 통일신라 시대의 유적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과연 이곳이 정말 지명법사가 머물었던 그 사자사인지는 확실하게 증명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미륵산의 정상에 서면 드넓은 미륵사지의 전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한눈에 들어와 찬다. 이런 점에서도 이 산은 미륵사와 사뭇 깊은 관계가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산을 내려와 이번에는 이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석왕동으로 발길을 옮긴다. 석왕동에는 왕릉으로 추정되는 2기의 커다란 무덤이 있다. 두 무덤이 동서로 200m 쯤 떨어져 있어 공식적으로는 ‘쌍릉’으로 불리우지만, 전해 내려오는 이름은 ‘말통대왕릉’이다.
‘말통’은 薯童의 이두식 표기 ‘마동’이 와전된 것으로 보여 마동대왕의 능, 즉 서동설화의 주인공인 무왕의 능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무덤이 무왕의 능이라면 옆에 있는 무덤은 선화공주의 능일 것이다.
일제하인 지난 1917년에 이루어진 발굴조사에 따르면 무덤의 양식은 부여 능산리 고분군과 흡사한 백제 말기의 고분 형식을 취하고 있다고 한다. 시대상으로 보아서도 무왕의 무덤일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글/서조(여행작가)< 저작권자 © 약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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