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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
우리땅, 아름다운 숨결(36)서동요의 무대 익산, 무왕의 흔적 - 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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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중흥의 꿈’서린 미륵사지
익산시 금마면 기양리, 서동설화의 메인 스테이지인 웅장한 절터 ‘미륵사지’는 용화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당당하게 펼쳐진 대가람이다.
<삼국유사>에 전하는 미륵사의 창건설화는 대략 이러하다.
왕위에 오른 무왕이 어느날 왕비가 된 선화와 함께 사자사에 가려고 용화산 밑 큰 연못가에 이르렀을 때 미륵삼존(彌勒三尊)이 연못에서 나타났다. 놀란 임금 내외는 수레를 멈추어 절을 하고 이때 왕비는 왕에게 이곳에 큰 절을 세워달라고 했다.
물론 무왕은 이를 허락했지만, 연못에 절을 세울 일이 막연했다. 그래서 당시의 이름난 고승 지명법사에게 대책을 묻자 지명은 신통한 법력으로 하루 밤 사이에 연못을 메워 평지를 만들어 주었다. 왕은 즉시 이곳에다 거대한 가람을 짓기 시작했다. 이를 안 선화공주의 아버지 신라 진평왕도 뛰어난 기술자를 여럿 보내 일을 도왔다고 한다.
이러한 창건 설화로 미루어 적어도 미륵사는 왕실의 발원에 의해 이웃나라의 도움까지 받아 완성한 백제시대 최대의 사찰임이 분명하다. 아울러 이렇듯 국력을 기울인 거대 사찰이 당시의 수도였던 사비(지금의 부여)를 놔두고 이곳에 세워진 것은 당시의 익산이 부여나 공주 못지않은 중요한 도읍지였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면 무왕은 익산을 새로운 수도로 삼아 다시 한번 백제의 중흥을 도모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익산을 ‘서울’로 표현했던 까닭이다.
또한 무왕이 진짜 아버지를 멀쩡하게 놓아두고 흡사 건국 신화처럼 ‘용의 아들’을 자처한 것은 ‘전혀 새로운 나라’를 지향할 만큼 백제 중흥의 의지가 강했던 탓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서동과 선화공주의 애정설화는 삼국이 양보 없이 치고받던 7세기 무렵, 정략결혼 등을 통해 정치적 안정을 꾀하고 왕권을 강화하던 당시의 시대상을 가감 없이 반영하고 있는 설화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미륵사는 백제의 중흥을 꿈꾸며 수도를 옮기면서까지 왕권 강화를 위해 몸부림쳤던 무왕의 강력한 의지가 서린 터전이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규모나 위용 면에서 신라의 으뜸가는 사찰 황룡사에 못지않은 거대 사찰이었을 것이다.
발굴결과에 따르면 미륵사의 가람배치는 세쌍의 탑과 법당이 회랑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늘어서 있고 그 뒤로 강당과 승당이 배치된 독특한 형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테면 흔히 한기의 탑과 한채의 법당으로 이루어지는 사찰 세 개가 나란히 늘어선 거대한 형태라는 것이다. 이럴 경우 절 앞쪽에는 3기의 탑이 나란히 늘어서 있었을 것인데, 이중 가운데 탑은 목조탑이고 좌우의 탑은 석탑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드넓은 절터를 꽉메우고 있었던 전각들은 모두 소실되어 없어지고 현재는 왼쪽에 있던 석탑 하나와 절 입구에 서 있던 당간지주만이 허허로운 절터에 뎅그마니 남아있다. 더구나 남아있는 유일한 석탑마저 반쯤은 무너진 채 시멘트로 아무렇게나 땜질을 한 몰골로 오래 동안 서 있다가 몇 년 전 복원공사에 들어가는 바람에 요즘 미륵사를 찾는 사람은 그나마 모습조차 마주 볼 수가 없다. 이 복원공사는 실로 언제 끝날지 모르는 대공사여서 미륵사지탑을 다시 보는 것마저 기약 없는 일이다.
그런데, 흔히 ‘미륵사지 탑’으로 불리우는 미륵사의 서쪽 석탑은 현재까지 남아있는 우리나라의 석탑중 가장 오래되고 가장 커다란 탑으로 우리 불교미술사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가위 절대적이다. 무엇보다도 이 탑이야말로 우리나라 석탑의 가장 처음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한국불탑’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탑(塔)’이란 가장 쉽게 말해 부처님의 신골을 안치하는, 일종의 무덤이라 할만한 장치다. 처음 인도에서 선을 보일 때는 보통 무덤처럼 땅 위에 솟아오른 둥그런 언덕의 꼭대기에 작은 장식을 한 정도였으나 불교가 각국으로 전파되어 탑이 중요한 예배의 대상으로 자리잡으면서 그 나라만의 독특한 예술 감각과 종교적 열정이 가미되어 나라마다 서로 다른 형태로 발전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중국의 영향을 받아 초기에는 다층누각 형태의 목탑이 주로 건립되었으나 뛰어난 예술 감각을 지닌 백제의 장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탑의 재료로서 나무대신 우리나라 전역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화강암을 주목하게 된다. 그리고 이 실험적인 시도의 결과로 나타난 탑이 바로 이 미륵사지 탑인 것이다.
그러나 재료는 돌로 대치했지만, 형태는 나무탑을 그대로 모방했기 때문에 전체적인 모양은 나무탑과 거의 흡사할 수밖에 없었다. 미륵사탑의 면면을 자세히 뜯어보면 참으로 정밀하게 목조 건축의 수법을 돌로 재현했음을 알 수 있다.
글/서조(여행작가)< 저작권자 © 약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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