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활문화 |
우리땅, 아름다운 숨결(35)서동요의 무대 익산, 무왕의 흔적 - ① |
|
아들'과 선화공주의 사랑얘기
“선화공주님은
남 몰래 시집 가 두고
맛둥(서동) 도련님을
밤에 몰래 안으러 간다네”
(요즈음 말로 옮겼음)
흔히 ‘서동요(署童謠)’로 불리우는 이 향가에 얽힌 로맨스는 ‘호동왕자와 낙랑공주’ ‘온달장군과 평강공주’의 ‘두려움 없는 사랑’ 이야기와 함께 우리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고대의 애정 설화다.
여기서 서동은 백제의 30대 임금 무왕이고 그와 ‘몰래 정을 통했다’는 선화공주는 신라 진평왕의 셋째 딸이다. 도대체 이 두 사람이 정을 통해 무얼 어쨌다는 말인가.
옛 역사책 <삼국유사>에 실려있는 이 설화의 줄거리는 대략 이러하다.
백제 30대 왕인 武王은 그의 어머니와 서울 남쪽 연못가에 살았는데, 어머니가 그 못 속에 사는 龍과 정을 통해 그를 낳았다. 그의 어릴 때 이름은 서동(暑童)인데 집이 가난해 마(감자)를 캐다 팔며 살았으므로 이런 이름으로 불렸다.
그는 재주가 많고 도량이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큰 인물이었는데, 이웃나라 신라 진평왕의 셋째 딸 선화공주가 뛰어나게 아름답다는 말을 듣고 그녀를 아내로 삼기로 작정을 한다. 그는 곧 신라의 서울로 가서 마을 아이들에게 감자를 나눠줘 친해진 다음 앞에 말한 서동요를 부르며 돌아다니게 했다.
철없는 아이들이 부르는 이 노래가 대궐에 까지 들어가자 자신의 딸이 미천한 남자와 놀아난 것으로 오해한 진평왕은 딸을 멀리 귀양보내게 된다. 귀양을 떠날 때 왕후는 그녀에게 노자돈으로 순금 한말을 주었다.
공주가 귀양처에 도착할 무렵 서동이 나타나 그녀를 백제의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가서 살게된다. 서동의 사는 몰골이 한심해 보인 선화공주가 살림 밑천으로 어머니가 준 금덩이를 꺼내자 뜻밖에 서동은 그런 쇠덩어리는 감자 캐던 곳에 지천으로 쌓아두었다고 말해 공주를 놀라게 한다.
공주의 제의에 따라 둘은 이 엄청난 금덩어리를 신라의 진평왕에게 보내기로 하고 용화산(龍華山) 사자사(師子寺)에 있는 고승 지명법사(知命法師)의 신통력을 빌어 신라 궁중으로 보낸다.
미천한 줄로만 알았던 사위로부터 뜻밖의 엄청난 금덩어리를 선물로 받은 진평왕은 이때부터 서동을 달리 보기 시작, 그를 존경하게 되었고 서동은 이 일을 계기로 인심을 얻어 마침내 백제의 임금 자리에 올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드라마틱한 설화는 다만 전해져오는 이야기로만 남아있는 것일까? 그건 그렇지가 않다. 이야기에 담긴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는 아직도 역사학계에 논란거리로 남아있지만, 공간적 배경은 분명히 남아 아득한 시절의 사랑얘기를 지금껏 들려주고 있다. 전라북도 익산이 바로 이 서동설화의 무대인 것이다.
이번 호부터는 2~3회에 걸쳐 이 서동 설화의 무대인 익산 지역에 남아 있는 무왕 관련 유적들을 돌아보려고 한다. 이번 호에는 현장을 찾기에 앞서 답사를 위한 기본적인 지식을 정리해 보기로 한다.
이제 소개한 설화를 잘 들어보면, 어쩐지 이것은 주몽이나 박혁거세와 같이 한 나라의 시조에 얽힌 ‘건국설화’와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설화에 의하면 서동의 아버지는 연못에 사는 용이었으니 서동은 사람의 아들이 아니라 ‘용의 아들’인 셈이다. 이런 설화의 구조는 어떤 인물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흔히 쓰이는 양식이다.
그러나 서동설화는 건국신화와는 거리가 멀다. 서동이 자라나서 된 임금인 무왕은 백제의 마지막 임금인 의자왕의 아버지로서 이를테면 끝에서 두 번째의 왕이다.
또한 正史에 그의 아버지는 29대 임금인 法王이라고 되어 있다. 이렇게 멀쩡한 아버지를 두고도 자신의 아버지를 ‘연못에 사는 용’이라고 한 것은 도대체 무슨 까닭일까.
이것 말고도 의문이 가는 점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당시 백제의 수도는 부여였는데, 어째서 이 설화에서는 익산을 ‘서울’이라고 했는지도 알 수 없고, 감자나 캐먹고 사는 미천한 사내가 제 나라도 아닌 남의 나라 공주와 어떻게 감히 결혼을 할 수 있으며 왕위의 세습제가 확립된 마당에 어떻게 ‘민심을 얻어’ 왕까지 될 수 있었는가 말이다.
그러므로 익산지역의 답사는 이런 역사의 미스테리를 따라가는 스릴 넘치는 여행이기도 하다. 이제 그 서동설화의 첫 번째 무대를 찾아가 보자. 익산시 금마면 기양리에 펼쳐진 웅장한 절터 ‘미륵사지’가 바로 그 설화의 메인 스테이지이다.
글/서조(여행작가)< 저작권자 © 약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