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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
우리땅, 아름다운 숨결(33)‘동학농민전쟁’의 흔적을 따라 - ③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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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두장군’ 위용, 白山을 뒤덮다
지난호에서 안핵사 이용태의 무자비한 진압과정에서 전봉준이 가옥도 불탔다는 사실까지를 이야기했다. 여기서 잠깐 전봉준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기로 하자. 동학농민전쟁을 논하는 과정에서 전쟁의 지도자 전봉준을 이야기하지 않고 지나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봉준의 생애에 대해서는 의외로 알려진 바가 많지 않은데, 기록에 따르면 전봉준은 철종 6년 1855년에 태어나 1890년 동학에 입문했으며, 혁명운동에 투신하기 전까지 그 마을에서 서당 훈장을 지냈다고 한다. 신분으로 따지면 시골양반, 이른바 ‘鄕班’ 출신의 엘리트였던 셈이나 살림살이는 일반 상민의 처지보다 오히려 빈궁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가 체포된 뒤 심문을 받은 내용을 기록한 ‘전봉준 供招’에서 그는 고작 3두락(약6백여평)의 토지를 경작하는 빈민으로서 아침에는 밥을 먹고 저녁에는 죽을 먹을 정도여서 탐관오리에게 수탈당할 것조차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그는 농민들과는 출신 성분도 다르고 수탈에 시달린 직접적인 당사자도 아닌 셈이다. 그러면 어째서 그는 목숨을 내놓고 농민봉기의 우두머리로 나선 것일까?
이런 질문에 대해서 전봉준은 앞에 말한 ‘전봉준 공초’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일신의 해 때문에 봉기하는 것이 어찌 남아의 도리인가? 다수 민중이 원한에 탄식하고 있어 백성을 위해 모든 악을 제거코자 봉기했다”
이를테면 자신은 수탈을 당하는 직접적인 당사자는 아니었으나 많은 백성들이 힘겨워하는 것을 보다 못해 백성을 위해 악을 제거하고자 봉기했다는 말이다. 이런 점에서 전봉준은 고부 고을의 폐해를 조선 전체의 모순으로 파악하고 자신의 이해를 초월, 민중의 요구를 대변하려 한 뛰어난 식견을 지닌 농민지도자였다고 할 수 있다.
어쨌든, 안핵사 이용태의 무자비한 진압에 분노한 농민들은 일단 흩어졌다가 다시금 전봉준을 중심으로 인근 ‘백산’에 모여들어 본격적인 무장 항쟁을 준비하게 된다.
백산은 고부읍 북편에 있는 높이가 50m 정도 밖에 안되는 야트막한 산으로 이름만 산이지 실제로는 언덕이나 다름없는 작은 구릉지이다. 그러나 그 뒷기슭으로 동진강 물줄기가 부딪혀 두줄기로 갈라지고 꼭대기에 서면 동진강과 만경강 두 강이 한눈에 내려다 보일만큼 시야가 탁 트여있다. 게다가 넓은 평야에 둘러싸여 있어 양식을 보급하기에도 편리했다. 두말할 것도 없이 전투를 준비하는 요새로서 좋은 조건을 갖춘 곳이었다.
백산은 예전에는 고부읍에 속했으나 현재는 부안군 백산면 용계리를 주소지로 하고 있다.정읍과 부안이 갈라서는 지점이다. 현재 이곳에는 백산성의 한 부분으로 보이는 토성의 흔적이 일부 남아있고 산 정상에는 농민군의 백산 궐기를 기념하여 지난 1989년에 건립한 ‘동학혁명백산창의비’가 서 있다.
전봉준은 이곳 백산에 항쟁의 터를 정하고 인근 각지에 봉기에 동참할 것을 독려하는 격문을 띄우는 한편, 동학교의 접주(接主)였던 무장의 손화중, 태인의 김개남과도 연결을 모색한다. 여기서 농민군과 동학 조직 간에 최초의 연합이 이루어짐으로써 전봉준, 손화중, 김개남으로 연결되는 농민군의 지도부가 구성된다.
어쨌든 항쟁의 본부가 된 백산에는 인근 각지에서 농민들이 속속 몰려들었다. 손화중과 김개남이 이끄는 농민군을 필두로 백산에 모여든 인구는 1만 여명이 훨씬 넘었던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때 모여든 농민들은 대부분 머리에는 흰 천을 두르고 손에는 죽창을 쥐고 있어서 ‘앉으면 竹山이요, 서면 白山’이라는 말이 여기서 생겨났다고 한다.
농민군의 총대장으로 추대된 전봉준은 손화중, 김개남을 총관령으로 삼아 지휘 체계를 갖추고 농민의 무리를 실전을 염두에 둔 전투체제로 편성, 무장항쟁의 준비를 완료한다. 감영이 있는 전주의 공략을 1차 목표로 삼은 농민군은 마침내 5월 8일, 인근 금구 관아로 진격하면서 본격적인 무장항쟁의 깃발을 높이 쳐들게 된다.
농민군의 봉기 소식이 전해지자 크게 놀란 전주 감영에서는 감영의 군사 8백여명과 보부상 8백여명으로 군대를 편성, 진압작전에 나선다.
감영군의 출동 소식에 접한 농민군은 금구관아를 습격한 뒤 진로를 바꿔 부안을 거쳐 다시 고부로 돌아와 전주감영군과의 일전을 대비한다.
마침내 5월 11일(음 4월6일), 농민군과 정부군은 이름 그대로 누런 황토로 덮여있는 낮으막한 언덕인 黃土峴에서 맞붙게 된다. 이 황토현 전투는 농민전쟁의 흐름을 바꿔놓은 실로 중대한 분수령이었다.< 저작권자 © 약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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