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신문
생활문화
우리땅 아름다운 숨결(25)동천석실엔 고산의 체취 ‘물씬’
약국신문  |  master@pharm21.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06.06.09  14:11:24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보길도 기행 ②

보길도에 남은 고산 윤선도의 유적은 그가 직접 설계해 조성했다는 세연지 일대의 유적과 그의 거처이자 서재였던 ‘무민당’과 ‘낙서재’의 옛 터, 그리고 산허리에 특별하게 조성했던 일종의 별장이라 할 수 있는 ‘동천석실’로 요약할 수 있다.

이중 가장 유명한 것은 부황리에 있는 세연지 일대의 정원 유적이다. 연못 세연지와 정자인 세연정이 유명해 통상 세연정, 혹은 세연지라고 불리는 이 정원은 담양의 소쇄원, 봉화의 청암정 등과 함께 조선시대 개인 원림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아름다운 정원이다.

정원은 두개의 연못과 하나의 정자, 그리고 연못의 경관을 이루고 있는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중 가장 큰 연못인 세연지는 자연과 인공적인 시설을 조화시켜 만든 독특한 형태의 연못이다.

보길도의 주산 격자봉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하류에서 받아 ‘판석보’라는 작은 둑으로 막아 연못을 이루게 하고 연못 안에는 막 뛰어오르려는 두꺼비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암석 혹석암을 비롯, 크고 작은 기암괴석을 물에 잠기게 해 대단한 경관을 창조해 냈다. 자연스런 물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최소한의 인공만을 가미해 만든 것은 그대로 우리 전통 정원조경의 정신을 상징한다. 판석보에 가로막힌 세연지의 물은 다시 머리를 맞대고 있는 인공 연못 회수담으로 흘러들어 두개의 연못을 이루게 된다.

세연지가 자연 연못에 가까운데 비해 회수담은 세연지의 물을 끌어들여 만든 인공연못이다. 네모난 정방형의 섬으로 가운데는 원형의 인공섬과 바위가 있다. 그 유명한 정자 세연정은 세연지와 회수담, 두 연못 사이에 그림처럼 산뜻하게 들어앉아 있다. 본래 터만 남았던 것을 지난 1992년에 복원한 것으로 정면 3칸, 측면 3칸의 당당한 규모에 가운데는 온돌이 있고 사방에 마루가 깔린 독특한 형태가 이채롭다. 세연지와 어울려 참으로 멋진 경관을 만들어 내고 있는 아름다운 정자이다.

보길도를 찾았을 때는 5월, 늦은 봄으로 세연지 일대의 온갖 화초들이 피어나고 붉은 동백꽃들이 무수히 땅에 떨어져 꽃길을 이루고 있었다. 온갖 화초와 신록에 둘러싸인 세연지의 풍경은 그대로 한폭의 그림 같았다. 고산은 이 세연지에 배를 띄우고 노래와 풍류를 즐기다 가 세연정에 들어앉아 문득 붓을 들어 시를 쓰곤 했을 것이다.

세연지를 나와 고산의 또다른 유적지인 부용동으로 발길을 옮긴다. 부용동은 보길도 곳곳을 둘러본 고산이 심혈을 기울여 찾아낸 으뜸가는 명당으로 첩첩이 이어지는 산봉우리가 마치 연꽃 봉오리가 피어나는 듯 하다 해서 이런 이름으로 불렀다.

고산은 이곳에 자신의 거처이자 사랑방인 무민당과 낙서재를 짓고 주로 여기 머물었다. 그러나 낙서재와 무민당의 원래 모습은 남아있지 않고 터만 남아있는 것이 큰 아쉬움이다. 이 아쉬움을 달래주는 곳이 낙서재 맞은편으로 보이는 산언덕에 자리 잡은 ‘동천석실’이다. 동천석실을 만나려면 무엇보다도 제법 험한 산길을 한 20분가량 걸어 올라야 한다. 때문에 많은 여행객들이 ‘뭐 대단한게 있겠어?’ 하며 그냥 지나치곤 하는데 이런 태도는 답사를 하는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거동이 힘겨운 노약자가 아니라면 좀 힘이 들더라도 반드시 올라볼 것을 권하고 싶다.

‘동천’이란 ‘하늘과 통한다’는 뜻을 지닌 말로 아름다운 절경을 일컫는 옛 말이다. 그러니 동천석실은 아름다운 풍광 속에 자리잡은 ‘돌 집’을 뜻하는 말이겠다. 이런 글자의 뜻 그대로 동천석실은 산 중턱에 있는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절경인데, 무엇보다도 고산이 거처했던 부용동의 아름다운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탁트인 전망이 일품이다.

우람한 바위가 병풍처럼 뒤를 두르고 그 아래쪽으로는 아기자기한 괴석으로 이루어진 산중 연못인 석담과 석천이 있다. 고산이 눈여겨보았을 법한 절묘한 곳이다. 고산은 이 곳에서 그윽한 차를 달여마시며 시를 썼다고 한다. 세연정에서 배를 띄워 노닐다 동천석실로 자리를 옮겨 차를 마시며 시를 썼던 그의 생활은 그야말로 속세의 근심을 떠난 신선놀음이었을 것이다.

‘석실’이라는 이름으로 미루어 본래는 돌로 이루어진 거처였을 가능성도 있지만, 암석으로 둘러싸인 정경을 상징적으로 일컬었을 수도 있다. 현재는 기와를 덮은 사각의 정자를 복원해 놓았다. 정자 앞에는 용두암이라고 불리는 두개의 큰 바위가 있다. 전하는 바에 의하면 고산은 용두암 사이에 도르레를 설치하고 밑에서 간단한 물건들을 운반했다고 한다. 그 용두암에 기대 평화로운 부용동 전경을 내려다보면 이곳에서 차를 마시며 호연지기를 다듬었을 고산의 심사가 절로 전해져 오는 듯하다. 동천석실을 뒤로하고 산을 내려오는 걸음이 사뭇 아쉽다.

이렇게 고산의 유적을 찬찬히 밟아보았다면 이제는 보길도의 아름다운 섬 풍경을 두루 둘러볼 차례다.

(다음호에 계속)
글/서조(여행작가)< 저작권자 © 약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약국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인터뷰
디지털시대, 후배약사의 멘토'박정관박사'

디지털시대, 후배약사의 멘토'박정관박사'

약국프랜차이즈 위드팜 창립자 박정관 부회장은 의약분업 이후 ‘조제전문약국’을 컨셉으로 ...
아기를 적게 낳는 것은 ‘국가비상사태’

아기를 적게 낳는 것은 ‘국가비상사태’

최문순 강원도 도지사는 언론인 출신으로 존경받는 국가리더다. 최문순지사의 책 추천사를 ...
가장 많이 본 뉴스
1
디지털시대, 후배약사의 멘토'박정관박사'
2
서울시약 '자중지란', "한동주 회장 물러나야"
3
차바이오텍 '퇴행성디스크 세포치료제', 첫 임상 성공
4
치매진단의약품 비자밀주사액 국내 관심 고조
5
삼진제약, ‘웰리시스' 투자
회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7225)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버드나루로 18길 5(당산동 서울시의사회관 2층)  |  대표전화 : 02)2636-5727  |  팩스 : 02)2634-7097
제호 : 파마시뉴스  |  정기간행물ㆍ등록번호 : 서울 아 00172  |  등록일자 : 2006.2.13  |  발행일자 : 1993.2.22
발행인 : 이관치  |  사장·편집인·주간 : 이상우  |  청소년 보호책임자 : 이상우
Copyright © 2011 약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tcw1994@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