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ㆍ미국계 다국적 제약사 근무 10여년

지난 호 릴레이인터뷰의 주인공인 시믹코리아 이병권 사장이 서울대 약대 80학번 동기인 김은 상무에게 바통을 넘겼다. 김 상무는 한국인삼연초연구원과 한림제약을 거쳐 한국쉐링에서 10여년간 근무해 오다 지난해 미국계 기업인 박스터로 자리를 옮겼다.

1995년, 서울약대 80학번 동기 중 처음으로 김은 상무가 다국적 제약사인 한국쉐링에 입사할 때만 해도 주변에선 반대가 심했다.
당시에는 다국적 기업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희미했던터라 ‘다국적사는 퇴직금도 안 준다더라’ ‘남의 나라 돈 벌어주는 일을 왜 하려고 하느냐’는 등의 만류가 끊이지 않았다.
“두려움 반, 호기심 반으로 시작한 일이었죠. 그런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 진취적인 회사 분위기에 우수한 근무조건까지, 이 일이 천직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 다국적 제약사가 보유하고 있는 세계적 네트워크는 너무나 큰 장점입니다. 다양한 최신 정보들을 누구보다 빨리 얻을 수 있으니까요. ”

김은 상무와 이병권 사장을 비롯해 BMS 배명수 상무, 사노피신데라보의 도원 이사 등 서울대 80학번 동기들 중에는 유난히 다국적 제약사 임원이 많다. 좋은 자리가 날 때마다 동기들을 하나둘 소개하다 보니 어느덧 이렇게 되었다며 김 상무는 유쾌하게 웃는다.
“같은 업계에 동기들이 많다는 것은 큰 행운이죠. 학창시절 못지않게 우정이 돈독한 것은 물론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서로 큰 힘이 되곤 합니다.”

김 상무는 지난해 10여년간 정든 쉐링을 떠나 혈우병 치료제, 수액제, 의료기기 등을 유통하는 미국계 기업 박스터로 자리를 옮겼다.
한 곳에 고여 썩은 물이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서였다. 벌써 불혹을 넘긴 그였기에 이번에도 만류가 많았지만 김 상무는 과감히 결정을 내렸고 현재 그 선택에 만족하고 있다.
“독일 기업인 쉐링과 미국 기업인 박스터는 기업문화와 직원들의 정서가 각각 달라 흥미로워요. 독일사람들은 신중하고 꼼꼼해서 의사결정을 하는데 시간이 무척 많이 걸리죠. 미국은 그 반대구요. 다양한 국가와 사람들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다국적 제약사의 또다른 매력입니다.”

그러나 다국적 제약사에 대한 약사들의 시각이 곱지만은 않은 것은 약사 출신인 그에게 유독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그래서인지 쉐링 시절부터 재고약 반품 등 약국 관련 업무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 왔다.

“다국적 제약사의 비즈니스가 병원 중심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약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도외시해선 결코 안되겠죠. 합리적인 요구는 적극 수용하며 개국약사와의 관계를 강화하는데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약대 교육 과정에 의약품 허가나 심사, 마케팅 등 제약 관련 과목이 거의 없어 아쉽다는 김 상무는 자신처럼 다국적 제약사에서 약사로서 전문성을 맘껏 발휘하고 싶은 후배들에게 무엇보다 영어 공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약사가 출중한 영어실력까지 갖춘다면 사회에서 그만한 메리트가 없습니다. 꼭 다국적 제약사가 아니라 어떤 직업을 갖든 영어공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 같아요. 무엇보다 진로를 정하기 전에 선배들과 많은 대화를 통해 자신이 정말 하고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죠.”


사진·윤강희 기자< 저작권자 © 약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