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신문
생활문화
우리땅, 아름다운 숨결(18)아픈 心思 토하던 고적한 山寺
약국신문  |  master@pharm21.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06.04.17  10:42:59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다산 정약용의 발길을 따라서③ - 보은산방

지난 호에는 다산과 혜장선사의 종교와 나이를 초월한 아름다운 우정이 서려있는 유적 백련사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다산과 혜장의 체취가 서려있는 또 한곳의 상징적인 자취로 고성사의 ‘보은산방’이 있다.

그러나 이 보은산방은 다산 관련 유적 중 일반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숨은 유적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백련사만 해도 굳이 혜장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미 동백꽃의 명소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반면 고성사라는 사찰은 내세울 그 무엇이 마땅치 않은 까닭인지 강진을 소개하는 관광안내 책자 등에서도 이름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이왕 다산의 흔적을 따라 강진 땅을 밟았다면 반드시 한번 둘러볼 것을 권한다.

보은산방이 있는 곳은 강진읍 뒤쪽으로 솟아있는 북산 중턱인데, 옛날 이 산은 寶恩山 혹은 牛耳山 이라고도 불렸다. 또한 이 산의 정상을 이루고 있는 봉우리가 멀리서 보면 꼭 소가 풀을 뜯어먹고 있는 형상과 같다 해서 牛頭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고성사는 그리 유명한 편이 아니지만, 고성사가 자리잡은 우두봉은 지금도 강진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마을의 진산이다. 강진읍 동성리에서 군동면 파산리에 걸쳐 있는 이 산은 해발 439m의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숲이 우거지고 경관이 수려해서 산책 겸 가벼운 등산코스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산행은 보통 충혼탑에서 시작, 돌샘이라 불리는 약수터를 경유, 소나무 숲을 지나 정상인 우두봉에 이르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정상에 오르면 앞으로는 강진의 드넓은 갯벌이 펼쳐지고 뒷편 북쪽으로는 국립공원 월출산의 웅장한 위용이 다가선다. 한마디로 예사롭지 않은 경관이다.

기록에 의하면 이 산은 다산이 바다 건너 흑산도에서 귀양살이를 하고 있던 작은 형 약전을 그리워하며 자주 오르던 곳이었다고 한다.

다산에게는 약전 말고도 큰형 약종이 있었지만, 특히 작은 형 약전을 깊이 존경하며 따랐다. 정약전은 고매한 인격과 깊은 학문으로 정조 임금으로부터 남다른 총애를 받았던 뛰어난 선비이자 학자였다. 그는 동생 약용처럼 많은 저서를 남기지 않았으나 흑산도 유배기간에 <자산어보>와 같은 뛰어난 저술을 남겼다. <자산어보>는 흑산도 근해의 물고기의 생태를 세밀하게 관찰해 기록한 일종의 魚類圖鑑으로 이 분야의 선구적인 저작으로 꼽히는 명저이기도 하다. 아무튼 다산은 항상 여러 학문적인 문제에 대해 작은 형 약전과 논의하고 가르침을 받았다. 그는 다산의 형이자 스승이기도 했던 셈이다.

긴 유배 기간 동안 다산은 이 산 정상인 牛頭峰에 올라 점점이 눈에 들어오는 남해의 작은 섬들을 바라보며, 자신이 스승처럼 따르고 존경했던 작은 형을 그리워하며 눈물지었다고 한다.

보은산방은 바로 이 우두봉 기슭, 고성암이라는 암자에 딸린 작은 禪房이었다. 혜장을 만나면서부터 다산은 이 보은산방을 자주 들르며 혜장과 차를 마시며 학문을 논하기도 했고, 1804년 겨울, 맏아들 ‘학연’이 찾아오자 아예 이곳으로 거처를 옮겨 1년쯤 머물며 아들에게 공부를 가르치기도 했다.

그때의 고성암이 바로 지금의 고성사다.

보은산방은 고성사 본채의 왼쪽 언덕에 자리잡고 있는데, 물론 건물은 그때의 것이 아니고 요즘 새로 지은 것이다. 그러므로 옛 체취는 간 곳이 없을망정 ‘寶恩山房’이라고 뚜렷이 아로새겨진 전각의 현판이 깊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아마도 다산은 멀리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이 고적한 산방에서 혜장과 더불어 찻잔을 앞에 놓고 덧없는 인생과 학문을 논했을 것이다. 아울러 아비를 잘 못 둔 탓에 과거에 조차 응시하지 못하게 된 가여운 아들을 앞에 놓고 밤을 지새며 눈물로 학문을 講했을 것이다.

다산의 이러한 아픈 심사가 서려있는 고성사는 해남 대흥사의 말사로 옛 기록에 따르면 서기 1211년, 고려의 승려 圓妙國師 요세(了世)가 인근에 있는 백련사를 중창할 때 함께 지은 절이라고 한다. 눈에 띄는 옛 유물이나 유적 같은 것은 별로 없지만, 우두봉 기슭이기도 한 아담한 절 뜨락에 서면 드넓은 남해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경치가 정말 아름답다. 아마 다산도 이곳 어디메 쯤에서 먼 바다를 바라보며 작은 형 약전을 그렸을 것이다.

시간이 허락하면 이 고성사를 거쳐 다산이 작은 형 약전을 그리워하던 우두봉 정상까지 올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산세가 험하지 않아 특별히 위험한 곳도 없으므로 어린이를 동반해도 큰 무리가 없다. 산행 시간은 오르내리는 시간을 합해 3시간 정도로 잡고 있다.
<다음에 계속>

글/서조(여행작가)< 저작권자 © 약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약국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인터뷰
전인범 특전사령관이 말하는 ‘부모노릇’

전인범 특전사령관이 말하는 ‘부모노릇’

1983년은 한국안보의 충격적인 한해였다. 3월에는 이웅평대위가 미그기를 몰고, 침범해...
디지털시대, 후배약사의 멘토'박정관박사'

디지털시대, 후배약사의 멘토'박정관박사'

약국프랜차이즈 위드팜 창립자 박정관 부회장은 의약분업 이후 ‘조제전문약국’을 컨셉으로 ...
가장 많이 본 뉴스
1
전인범 특전사령관이 말하는 ‘부모노릇’
2
'한약사문제' 앞장, 헌법기관 서정숙의원
3
경기도약 자문단, 약,한약국 현안 정부대책 주문
4
중대약대출신 장지나 약사 첫작품,건식 '이뮨'
5
불면증치료제 '라톤' 나온다
회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7225)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버드나루로 18길 5(당산동 서울시의사회관 2층)  |  대표전화 : 02)2636-5727  |  팩스 : 02)2634-7097
제호 : 파마시뉴스  |  정기간행물ㆍ등록번호 : 서울 아 00172  |  등록일자 : 2006.2.13  |  발행일자 : 1993.2.22
발행인 : 이관치  |  사장·편집인·주간 : 이상우  |  청소년 보호책임자 : 이상우
Copyright © 2011 약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tcw1994@chol.com